안별 기자 입력 2019.02.02. 14:01
중국 '화웨이'가 난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화웨이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고, 국내 여론도 보안 우려를 이유로 화웨이에 적대적이다. 중국군 출신인 창업자 때문에 중국 정부와의 유착 관계설도 떠돈다. 조용할 날이 없다. 그런데도 모두들 화웨이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기술력은 좋은데 가격은 저렴해서다. 이미 화웨이를 안 쓰는 곳이 없다. 화웨이는 전세계 점유율 1위로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다. 특히 화웨이의 5세대(G) 통신장비는 삼성전자보다 30% 저렴하고 기술력은 1분기 정도 앞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여론은 화웨이에 적대적이다. 최근에는 미국 법무부가 기술탈취 혐의로 화웨이를 기소까지 했다. 겉으로는 기업들이 등을 돌렸지만, 싸고 기술력 좋은 화웨이가 눈앞에서 아른거린다. 지난해부터 세계 통신시장에 단골 이슈로 등장하는 화웨이는 어떤 회사일까. 화웨이를 분석해 봤다. [편집자주]
중국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짝퉁’이다. 중국이 아무리 통신굴기를 외치며 중화(中華·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뜻)를 자처하지만 모방과 기술탈취 이미지가 강하다. 실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프론티어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2022년 전세계 짝퉁 거래 규모는 9910억달러(1107조5416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그 중 대부분이 중국과 홍콩에서 생산되는 물품이다.
중국 통신 기업 ‘화웨이’도 비슷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모방에 불과한 기업으로 끝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불과 창립 30여년만에 세계 66개국 154개 통신 사업자와 5세대(G) 통신 기술을 현장 시험 중에 있다. 모두가 무시했던 ‘짝퉁’의 중국에서 세계적인 통신 기업이 나온 셈이다. 말로만 외치던 중화가 통신굴기로 이뤄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전세계가 화웨이를 경계하고 있다. 미국은 정부 차원에서 동맹국들에게 "해당 회사 제품을 쓰지 말라"고 경고한다. 올해 1월 27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는 "제러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은 지난 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화웨이 통신 장비를 도입하지 말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와 관련한 회의를 가졌다"고 전했다. 실제로 미국의 요구를 받은 뉴질랜드·호주·일본 등이 기밀 유출 우려로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결국 침묵을 지키던 화웨이 창립자 런정페이(74) 화웨이 회장이 직접 나서기도 했다. 런정페이 회장은 1월 15일·17일 세계 언론과 중국 현지 언론을 상대로 간담회를 두 차례 열고 "중국 내 어떤 법도 특정 기업에 의무적으로 백도어 설치를 요구하지 않고 있지 않다고 중국 외무부가 공식적으로 밝혔다"며 "화웨이는 물론 내 개인적으로도 중국 정부로부터 부적절한 정보 제공 요구를 받은 적 없고 만약 이같은 요구를 받을 경우 거절하겠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미국 법무부는 1월 28일(현지 시각) 기술탈취 등 혐의로 화웨이와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까지 기소했다. 화웨이는 같은 날 기소에 대해 "매우 실망했다"며 "화웨이 및 자회사 또는 계열사에 대해 미국 정부가 기소한 법률 위반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 미 법원이 최종적으로 우리와 같은 결론을 내릴 것으로 믿는다"고 반박했다.
한 쪽은 무조건적인 의심을, 한 쪽은 무조건적인 신뢰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미국 같은 강대국이 일방적으로 특정 기업을 핍박하는 사례는 드물다. 한 때 ‘세계 경찰’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미국이기에 더욱 그렇다.
스웨덴 정부 외교정책연구소인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2017년 보고서를 보면 미국 국방 예산은 5960억달러(672조760억원)이다. 국방 예산 규모 2~8위(총 7개국) 국가 예산(5670억원달러·641조2770억원)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중국은 2150억달러(243조1650억원)다.
경제력 차이도 크다. 세계은행이 2018년 8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세계 GDP(국내총생산) 1위는 미국(19조3900억달러·2만1866조원)다. 2위는 중국(12조2300억달러·1만3791조원)이다. 약 1.6배 차이다. GDP는 한 나라의 경제 규모를 보여주는 지표다. 그럼 왜 이같은 최강국 미국이 상대적으로 약소국인 중국의 한 기업에 이렇게 신경 쓰는 것일까. 그리고 그게 왜 화웨이일까. 전문가들은 화웨이의 무서운 성장력을 그 이유로 꼽았다.
1987년 중국 광둥(廣東)성 심천(深圳)시에 설립된 화웨이는 통신 장비 회사로 시작했다. 창립자 런정페이(74) 화웨이 회장은 2만1000위안(344만원)으로 화웨이를 세웠다. 창립 30여년만에 화웨이는 2018년 전세계 통신 장비 점유율 1위(28%) 회사가 됐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HS마킷’ 자료를 보면 그 뒤를 스웨덴 에릭슨(27%), 핀란드 노키아(23%), 중국 ZTE(13%), 한국 삼성전자(3%)가 잇는다. 이같은 화웨이의 저력은 든든한 연구개발(R&D) 덕이다. "고장나면 앞에 텐트 치고 밤새서 고친다"는 말이 돌 정도다. 화웨이의 자료를 보면 2016년 12월 기준 전세계 170여국 18만명이 화웨이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 중 45%인 8만명이 R&D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전세계에 14개 R&D 센터를 두고 있으며 36개 공동혁신센터·45개 교육센터를 운영 중이다. 또 매년 연 매출의 10% 이상을 R&D에 투자 중이다. 화웨이는 2017년 매출 6036억위안(98조9964억원) 중 14%인 897억위안(14조7116억원)을 R&D에 썼다. 삼성전자는 2017년 매출 239조6000억원 중 6%인 16조8056억원을 R&D에 썼다.
화웨이의 성과도 가시적이다. 현재 50개 이상 통신 사업자들과 5세대(G) 통신 상용화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66개국 154개 통신 사업자와 5G 기술 현장 시험 진행 중에 있다. 2018년 기준 전세계 1만대 이상의 5G 기지국 장비를 공급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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