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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갈등...생각해 봐야 할 몇가지 의문들

대한민국은 복지국가로 가야한다.

by 석천선생 2015. 4. 12.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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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문제는 현재 우리 사회의 주요한 이슈 중 하나입니다. 무상급식이 폐지된 경남도는 물론이고 전국적으로 찬 반 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지요. 그 중심에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있습니다. 전국 최초로 경남의 무상급식 폐지를 주도한 장본인이기 때문입니다. 홍지사의 선택은 보수층을 중심으로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하지만 초, 중, 고 자녀를 가진 학부모를 중심으로 진보 진영에서는 반발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양측 모두 나름의 논리적, 현실적 근거와 타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사회적 가치와 선택의 문제겠지요. 취재 현장을 지켜보면서 기자는 당연히 양측의 입장을 편견 없이 균형감을 가지고 전달해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이러한 균형감이 기계적 중립과는 다른 차원이겠지요. 무상급식 폐지를 주도해 온 홍지사와 경남도의 입장을 취재하면서 몇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의문이 모두에게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공론의 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사회'…가능한가요?

↑ [취재파일] 무상급



●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습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무상급식 폐지를 강행하면서 전가의 보도처럼 내 건 슬로건입니다. 홍 지사는 그 대안으로 부자 무상급식 예산 643억 원 전액을 홍지사표 '서민 자녀 교육지원 사업'에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무차별적인 부자 무상급식 대신에 서민에게 교육지원을 우선하겠다는 겁니다. 취지는 좋습니다. 그럼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살펴보죠.

그 핵심골자는 서민 자녀 한 명당 연간 약 50만 원씩 지급하는 바우처 사업입니다. EBS 교재비 및 수강료 , 온라인 수강료, 보충학습 수강료, 학습교재 구입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또 다른 한 축은 맞춤형 교육지원 사업인데 학습 캠프 운영, 특기 적성 교육 지원, 유명 간사 초청 특강비 지원 등이 있습니다. 경남도가 홍보자료에서 소개하고 있듯이 소득 수준별 월 평균 교육비 자료를 보면 부유층은 월 교육비로 52만 9400원을 지출하는데 서민층은 6만 6800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경남도의 교육지원 사업에서 서민 자녀는 월 평균 4만 원 정도 혜택을 보게 되는데 이 정도 지원금으로 과연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을 정도로 실현 가능성이 있을까요? 실제로 서민 자녀 교육지원 사업 신청을 하러 온 김해지역의 한 어머니를 만났습니다.

그 어머니는 "지금 초등학교 3학년 애가 학원에서 과외를 받고 있는데 온라인 과외를 다시 받으려고 할 지 모르겠다" 며 "그냥 무상급식을 그대로 했으면 좋겠다" 고 밝혔습니다. 사업의 중복 가능성과 이로 인한 교육 효율성 모두 수요자 층인 학부모와 자녀를 염두에 둔 교육복지 사업인지 의문입니다.

● 부유층 자녀의 무상급식은 안 된다?…왜죠? 재원은 세금이잖아요.

홍 지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부유층 자녀에게까지 무차별적 무상급식을 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밝혀 왔습니다. 산청의 간디학교 학생들이 무상급식 재시행을 요구하는 거리 행진을 벌이자 "부유층의 귀족학교에까지 무상급식을 지원하는 현 상황은 정상이 아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많은 국민들이 이 논리에 호응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번 차분히 생각해 봅시다. 무상급식 재원은 국민 세금입니다. 우리나라 조세 형평상 부유층은 더 많은 세금을 냅니다. 그리고 국민기초생활 수급자와 차 상위 계층은 면세 또는 저 부담을 합니다. 그리고 서민, 노약자 층에게 더 많은 복지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금은 부유층이든 서민층이든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보편적 기능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가령 사회적 인프라 구축 사업이나 국방 등의 경우 사회 구성원 모두를 위해 사용되지요. 지하철의 경우 65세 이상 노인이면 부유층이나 서민층 모두에게 무료로 제공됩니다.

어떤 계층에게 어떠한 사회적 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지는 결국 사회적 합의와 선택의 문제이지 잘잘못의 문제는 아닌 겁니다. 부유층은 자신들이 낸 세금만큼 적절한 혜택을 받기를 원합니다. 또 서민층에게 더 많은 복지 혜택이 돌아가는 것도 반대하지 않습니다. 필요하다고 공감하고 있지요.

그래서 서민이든 부자든 자녀들에게 학교급식만큼은 차별 없이 제공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지 않은가요? 부유층 자녀에게 무상급식 제공이 잘못이라는 건 편견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당연한 권리 아닌가요? 대한민국이 개발도상국도 아니고..

● 경남도 대다수 학부모, 사실상 증세 부담 아닌가요?

↑ [취재파일] 무상급



경남도의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에 따르면 대상자격을 소득 인정액 기준 최저 생계비의 250% 이하(실제 소득액 4인 기준 250만 원 이하)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수혜 대상은 경남도 전체 학생의 24% 정도인 10만 명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무상급식 폐지로 도내 756개 학교 28만 5천여 명 가운데 21만 8천여 명의 학생이 급식비를 내야 합니다. 7만 명 가까운 학생은 기초수급 대상으로 종전처럼 무상급식을 합니다. 21만 8천여 명 가운데 경남도의 교육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는 3만 명가량. 나머지 18만 여 명은 급식비를 내야 합니다.

한 자녀 가정은 4~7만원 안팎 두 자녀 가정은 곱빼기로 내겠죠. 경남도는 문제의 18만 여명의 가정에 대해 경제적 능력이 어느 정도 있는지 수요조사를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들은 부유층입니까? 서민층입니까 아니면 중산층입니까? 이들 학부모는 사실상 증세가 된 겁니다.

왜냐하면 세금으로 무상급식 혜택을 받아 왔는데 이제는 유상급식으로 본인들이 부담해야 하니까요. 다른 광역시, 도의 학부모들은 부담하지 않잖아요? 또 홍 지사는 부자급식은 안된다고 했는데 이들 부모들이 부자 범주에 들어가는 가요? 제가 만난 많은 학부모들은 절대 부자가 아니었습니다. 먹고 살기 빠듯한 부모들이 대다수였습니다. 그들이 현실적으로 부담하지 않아도 될 부담을 하게 되니까 화가 난 것 아닌지요? 심지어 제가 만난 공무원들조차 비판적이었습니다.

● 도시 보다 농촌 학부모 더 부담…부자급식 잡다 농촌 부모 잡을라

↑ [취재파일] 무상급



↑ [취재파일] 무상급

유상급식으로 전환되면서 소득 수준이 높은 도시 학교보다 소득 수준이 낮은 농촌지역 학교의 급식비 단가가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도시 지역의 학교는 학생 수가 적게는 5,6백 명에서 많게는 천명이 넘습니다. 하지만 군 단위 농촌 지역학교는 학생 수가 50 명이 안 되는 곳도 180여 개교나 됩니다. 학생 수가 많을수록 단가가 낮아지는 것은 당연하겠죠. 조사 결과 도시 지역 초등학교 평균 급식 단가는 1850원인데 반해 농촌 지역은 3천 80원 수준으로 농촌지역이 천 원 이상 비싼 겁니다.

이 때문에 농촌지역에서는 자녀 1인 당 연간 60만원 안팎의 급식비가 들고 도시지역은 연간 40만원 안팎으로 나타났습니다. 자녀가 두 명 이상일 경우 부담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겠지요. 더구나 농촌지역에 상대적으로 자녀 가구도 더 많습니다. 또 농촌지역에서 무상급식이 도시보다 상대적으로 더 일찍 시작돼 상대적 박탈감이 컸습니다. 당연히 반발이 클 수밖에 없겠지요.

현재 하동에 이어 합천 함양 사천 거창지역으로 반발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거창지역의 경우 34개 초 중 고교 가운데 25개 학교에서 13일 학교 급식을 거부하고 도시락이나 학부모 급식을 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남도 교육청은 도내 13개 시 군 44개 학교 449명이 학교 급식을 먹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들 중 385명은 도시락을 싸서 등교했고 64명이 집에서 밥을 먹었습니다. 대부분 농촌지역 학굡니다. 학부모들도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음은 물론입니다.

홍 지사와 경남도는 이런 사정을 감안하고 무상급식을 전격 철폐했을까요? 부자 무상급식 반대의 결과는 엉뚱하게도 농촌 학부모의 피해로 귀결되고 있는데 대한 대책은 있는지요?

● 홍지사의 부자 무상급식 반대론의 부자란?

이쯤 되면 홍지사가 그토록 주창해온 부자의 개념이 궁금해집니다. 위에서 언급한 유상급식 대상자들이 모두 부자에 속하는 부류는 아니겠지요. 어느 정도 소득수준이 부유층인지 또 그 대상은 몇 %인지 알고 싶어집니다. 부유층이 아니면서도 무상 급식혜택을 받지 못하는 계층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홍지사는 부자 무상급식을 반대하면서 그 예로 산청에 있는 간디학교를 지목했습니다.

간디학교는 기숙형 대안학교입니다. 하루세끼를 학교에서 해결하는데 그중 중식 한 끼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왔습니다. 홍지사의 설명에 따르면 간디학교는 부유층 자녀가 다니는 귀족학교입니다. 그러나 학교 측의 설명은 다릅니다. 이 학교 남호섭 교장은 한마디로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입니다. 남 교장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간디학교의 수업료는 분기 24만 6천원이라고 밝혔습니다. 일반학교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학생정원은 120명인데 저소득층이나 한 부모 가족 농어민 자녀등 학비감면 대상 학생이 20명 내외라고 합니다. 전체의 6분의 1수준이죠, 또 귀농, 귀촌한 학부모도 많다고 합니다. 물론 수업료를 내지 못하는 학생도 있고요. 연간 학교발전기금은 백만 원에 불과할 정도라고 하는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합니까? 귀족학교 맞나요?

홍지사는 무차별적인 부자무상급식은 안된다고 했지만 부자의 개념이나 대상자등에 대한 명백한 근거 제시 없이 일부 특수한 사례를 들어 성별급식을 주장하고 있는데 논리적 비약이 아닌지 궁금해집니다.

● 친환경 식자재 농가도 타격…납품 중단 우려 커져

↑ [취재파일] 무상급

불똥은 친환경 식자재를 공급해 온 농가로 튀었습니다. 합천과 함안 등 농촌 지역의 학교에서 식자재 납품 주문이 40~ 85%까지 줄었습니다. 공급업체들의 매출이 확 줄어든 겁니다. 또 농촌지역에서 도시락 싸기 등으로 반발이 지속되면서 학교급식 대상자가 확 줄자 급식재료 납품업체는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며 납품을 중단하는 업체도 생기고 있습니다. 도교육청은 "학교 급식에 차질이 계속되면 전교생 50명 이하인 도내 184개 초,중학교의 급식은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제대로 되고 있나요?

↑ [취재파일] 무상급



경남도는 대안으로 내 건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의 1차 마감시한을 4월 3일로 못 박았습니다. 하지만 신청률이 저조하자 마감시한을 슬그머니 폐지했습니다. 지난 7일까지 대략 6만 2천여 명 정도 신청한 걸로 집계됐습니다. 경남도의 지원 대상 10만 명의 62% 정도 신청한 겁니다. 최저생계비 150% 이내 서민층은 신청서 한 장만 작성하면 됩니다.

이미 국가에서 검증된 기초 수급 자료가 있기 때문이죠. 나머지 150~250% 소득층의 가정은 입증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데 준비해야 할 서류만 최소 20가지에 발급기관도 10곳이 넘습니다. 이 서류를 준비하는 데만 최소 하루 이틀은 기본입니다. 더 큰 문제는 개인의 자산과 부채 등 개인 정보가 민 낮으로 공개되고 사생활 노출이 될 우려가 크다는 점입니다. 가난 입증을 하는 절차도 복잡하지만 사생활 유출 우려까지 있다 보니 지원을 꺼리는 겁니다. 한 학부모는 "연간 50만원을 지급받기 위해 이런 난리를 쳐야 하느냐"며 난감해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신청기간 동안 경남도 관내 150% 이내 가구는 7만 명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이들 서민층조차도 신청을 다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홍보 부족 등 졸속 추진의 산물이 아닌 지 반문해 봐야할 것 같습니다. 일부 지자체는 신청이 저조하자 공문을 보내 일선 공무원들에게 가정을 방문에 신청을 독려하는 해프닝까지 벌어 졌습니다.

홍 지사와 같은 당의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홍지사의 무상급식 폐지는 잘못된 결정"이라며 비판했습니다. 이미 무상급식이 전면적으로 시작된 마당에 오히려 복지 축소는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시대적 흐름에 맞게 복지 확대를 위한 지혜를 모을 것을 제시했습니다. 새누리당 경남지역 국회의원들도 회동해 무상급식 확대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습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8일 국회연설을 통해 '중 부담 중 복지'로 정세와 복지확대를 강조했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9일 초청강연에서 "무상급식은 최악의 정책" 이라고 밝혔습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조차 두 갈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야당은 무상급식을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고요 어느 쪽의 리더십에 수긍하는지 국민 여러분의 현명한 판단과 분석이 필요합니다.
송성준 기자sjso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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