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예고-신청자 자산조사 등 시간 촉박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오는 7월 기초연금 지급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기초연금안을 입법화하고자 여야가 별도의 협의기구까지 띄웠지만 극심한 견해차로 진통을 거듭하면서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기초연금 도입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여야정 협의체가는 활동 기한인 20일에도 합의도출에 실패함에 따라 23일 다시 협상을 벌일 예정이지만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이다.
↑ 임시국회(연합뉴스 DB)
↑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기초연금 여야정 협의체 2차 실무협의 (연합뉴스 DB)
↑ 기초연금 실무협의
기초연금 지급 준비기간을 고려할 때, 늦어도 5월말까지는 모든 절차를 마무리해야 하지만 입법 작업이 2월 임시국회를 넘길 가능성이 커가고 있어 정부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에 따라 여야간의 극적인 대타협이나 '빅 딜' 없이는, 소득 상위 30%를 제외한 65세 이상 노인에게 7월 25일부터 기초연금을 주겠다는 정부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여야정 협의체 논의 계속하지만…2월 임시국회 합의처리 불투명
새누리당과 민주당 및 복지부가 참여하는 여야정 협의체는 23일 회의를 재개해 기초연금 도입 방안에 관한 합의 도출을 재시도한다.
이에 앞서 협의체는 지난 6일 첫 회의를 열고 공식 출범하면서 지난 20일까지 기초연금안을 마련하는 데 최대한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협의체는 신속한 논의를 위해 새누리당 유재중·안종범 의원, 민주당 이목희·김용익 의원, 문형표 복지부 장관 등 5명으로 구성된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실무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여야가 종전의 입장을 고수하면서 협의체는 활동 기한인 지난 20일까지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고 사실상 교착상태에 빠졌다.
이 때문에 기초연금 여야 합의안이 만들어지면 곧바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법안을 처리한다는 애초 계획도 무산됐다.
협의체는 다행히 파행은 모면해 이날 다시 회의를 열어 논의를 이어간다.
◇ 시각차 뚜렷해 여야 지도부간 담판 필요성 제기
기초연금안과 관련해 정부와 여당의 태도는 확고하다.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해 지급금액을 매달 최소 10만원에서 최대 20만원까지 차등해서 지급하겠다는 방침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447만여명 중에서 394만명에게는 월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주겠지만, 나머지 53만여명에게는 최소 월 10만원에서 시작해 국민연금 급여를 고려해 가입기간이 길면 길수록 적게 주는 방식으로 차등지급하겠다는 것.
국회 보건복지위 여당 간사이자 여야정 협의체 여당위원인 유재중 의원은 "정부가 협조한다면 지급대상을 소득 하위 75%까지 확대하는 방안은 생각할 수 있지만, 재정적 측면과 미래세대 부담 경감을 고려해 정부가 오랜 시간 검토한 안을 폐지한다는 것은 기초연금을 시행하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종전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대해 야당인 민주당도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가입기간 연계안은 절대 받을 수 없으니 철회하라고 맞서고 있다.
그 대신 민주당은 지급대상을 더 넓혀 65세 이상 소득 하위 80% 노인에게 매월 20만원씩 일괄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여야의 입장이 뚜렷하게 갈리면서 국회 주변에서는 기초연금 법제화 과정에서 여야 실무수준에서는 접점을 찾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여야 지도부가 직접 나서 정치적 타협을 통해 극적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으면 기초연금 입법이 늦어질 것이란 어두운 전망마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실무협의체 야당위원으로 나선 민주당 이목희 의원은 "국민연금과 연계한 정부의 기초연금안에 반대하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여야가 각자 당 지도부 등의 의견을 수렴해 접점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 "여야 논의 잘 되기를 기원할 뿐"…촉박한 시간에 복지부 애태워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는 사이에 복지부는 속만 태우고 있다.
복지부는 기초연금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영찬 복지부 차관을 단장으로 51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입법지원단을 꾸려 여야 논의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렇지만 여야정 협의체가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제자리를 맴돌자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여야의 논의가 잘 진행돼 원만하게 타결되기만 기원하고 그렇게 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 등 노력하고 있다"며 "여야는 어떻게든 이 문제를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로서는 일단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
지급대상자 선별, 전산시스템 정비, 지자체 실무담당자 교육, 신청자 자산조사통한 자격심사 등 제반 준비과정에 적어도 4개월 이상이 걸리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기초연금법안이 처리되지 못하면, 7월 기초연금 지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기초연금법이 여야 합의로 통과하더라도 구체적인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만들어 공포하고 법제처 규제심사를 받고 나서 입법예고 기간 등을 거쳐야 하는 점을 생각하면 늦어도 5월말까지는 모든 입법관련 준비를 끝내야만 차질없이 기초연금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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