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정부안과 현행 제도 비교 시뮬레이션
ㆍ‘3년 평균 소득’ 상승률이 물가상승률 웃돌아 ‘격차’
기초연금을 놓고 여야의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기초연금 논의 지연으로 7월 지급이 어려워졌다”고 밝히자, 민주당은 “정부여당이 기초(노령)연금액을 덜 드리려고 머리를 쓰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그러나 경기대 주은선 교수는 “기초연금을 둘러싼 논박이 국회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을 뿐 국민들은 ‘심의’를 위한 정보를 충분히 갖고 있지 못하다”며 “플래카드 정치로만 회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금의 ‘연금정치’가 대중과 유리돼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의 오건호 공동위원장이 정부의 기초연금과 현행 기초노령연금을 비교하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12일 ‘기초연금 긴급정책토론회’에서 내놓았다. 최종 판단은 국민의 몫이지만, 정부안과 현행 제도가 어떤 차이를 지니는지 한눈에 보여주는 자료다.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2014년에는 기초연금액이 정부안 21만442원, 현행 기초노령연금 10만5221원이지만 시간이 흘러 8년 후가 되면 정부안 27만3648원, 기초노령연금 28만4230원으로 현 제도가 유리해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 이후 격차는 점점 벌어져 2060년이 되면 정부안 62만4316원, 기초노령연금 202만7938원이 된다. 8년 뒤면 현재의 노인, 미래의 노인 누구에게나 정부의 새 기초연금 제도가 현행 제도보다 불리한 셈이다.
‘역전’의 이유는 국민연금 가입자의 최근 3년간 평균 소득을 뜻하는 ‘A값’의 상승률과 물가상승률의 차이 때문이다.
국민연금연구원 추계에 따르면 A값 상승률은 2020~2050년 사이에 5.2%이고 물가상승률은 2.5%이다. 즉 어떤 ‘기울기’를 채택해 지급액을 연동시키느냐에 따라 시간이 갈수록 액수차는 커진다.
현재 기초노령연금제도는 물가보다 상승률이 가파른 A값의 5%에 지급액을 맞추고 있다. 반면 정부안은 초기 기초연금액을 약 20만원으로 설정한 후 매년 물가상승률만큼만 올리는 방식을 기본으로 하되 5년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물가, A값, 노인생활 수준을 감안해 상승률을 재조정하게 돼 있다.
물가상승률이 A값 상승률보다 낮다는 지적에 대해 복지부는 “2009~2011년에는 물가상승률이 A값을 상회했다”고 밝혔지만, “미래로 갈수록 경제가 축소된다는, 사회 전체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를 가정한 것”(중앙대 김연명 교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시뮬레이션은 ‘현재 A값의 5%인 기초노령연금액을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10%까지 인상한다’는 현행법을 실천하는 것을 전제했다. 정부와 국회가 무시하고 있는 이 조항만 현행법대로 이행해도 기초연금안보다 유리해진다는 것이다.
아울러 오 위원장은 정부안의 ‘초기 기초연금액’은 약 20만원이지만 그 후부터는 물가상승률에 맞춰 지급액을 올리겠다는 정부의 설계를 ‘매년’ 적용했다고 밝혔다. 오 위원장은 “5년마다 장관이 물가, A값, 노인생활 수준을 고려해 재조정한다는 단서조항을 정부가 나중에 법안에 담긴 했지만 물가상승률에 따라 조금씩 올리다가 5년째에 (A값에 맞춰) 갑자기 크게 상승시키기는 어렵기 때문에 미세조정에 그칠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현행 제도가 더 유리하다는 주장에 대해 복지부의 유주헌 기초노령연금 과장은 “기초연금액을 물가에만 연동하도록 못박은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안에 5년 주기로라도 ‘A값 연동’을 명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미래에 발생할 여러 요인을 감안하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복지부의 ‘국민연금 혜택론’을 반박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참여연대 김남희 복지노동팀장은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 가입자는 엄청난 혜택을 받고 있으니까 기초연금은 좀 깎아서 지급해도 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면서 “그러나 2012년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 수령자들은 월평균 30만원을 받고 있을 뿐이며,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이 불가능한 이 금액이 기초연금 삭감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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