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철도노조의 파업이 끝남에 따라 철도사업에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기정사실로 굳어져가는 분위기다. 정부가 수서발
케이티엑스 법인을 설립하겠다는 의지를 조금도 굽히지 않고 있는데다, 국회 철도산업발전소위원회도 이 부분까지 원점으로 돌릴 태세는 아니기 때문이다.
경쟁을 통해 서비스 질이 좋아지면 이용률도 높아지고, 이는 결국 철도 수입 증가로 이어져 부채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그림이 허울에 불과하다는 게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3일 열린 코레일 경영전략위원회에서 수서발 케이티엑스 운영준비단이 보고한 자료가 대표적이다. 이 보고서를 보면 "수송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무를 코레일에 위탁"하는 것으로 돼 있다. 수서발 케이티엑스 전용역인 수서·동탄·지제역만 직영하고, 14개 공용역의 역무는 매표, 차량 정비, 시설 유지보수 등 거의 모든 업무를 코레일에 위탁한다. 수서발 케이티엑스 회사가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거라고는 회사 운영과 관련된 홈페이지·인사·급여 정도다. 그런데도 이 자회사는 고수익을 거둘 거라고 한다. 노선 자체가 알짜이기 때문이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더니, 일은 코레일 사람들이 다 해주고 돈은 수서발 자회사가 챙기는 셈이다. 적자 노선을 별도로 운영해야 하는 코레일로서는 더 심각한 재정난을 겪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렇다고 서비스가 나아질 것 같지도 않다. 고속버스의 경우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내 앞지르기를 할 수도 있고, 버스의 시설도 차이를 보일 수 있다. 그런데도 승객들은 우선 오는 버스를 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물며 속도를 내 추월할 수도 없고, 코레일에서 빌려온 차량으로 운행하는 수서발 자회사가 어떤 서비스 차이를 보일지 의문이다.
정부는 수서발 케이티엑스의 요금을 10%가량 낮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또한 생색내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수서발 자회사의 대주주인 공적 연기금 또한 수익 극대화를 목표로 하므로 일정 시점이 지나면 요금 인상을 꾀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용률은 높아질 것이다. 수서역은 서울·용산역을 이용하기 어려운 서울 강남이나 동부권 주민들의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경쟁체제와는 무관하다. 코레일과 자회사는 그저 강남과 강북을 나누는 지역 독점회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철도의 경쟁체제 도입은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 국회 철도산업발전소위원회는 의제를 한정하지 말고 경쟁체제 도입이 적절한지부터 다시 따져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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