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자 과학 칼럼니스트 입력 2021. 06. 12. 14:02
(시사저널=김형자 과학 칼럼니스트)
올봄에는 유독 변덕스러운 날씨가 기승을 부렸다. 일기예보에선 흐림으로 소개됐는데, 비가 뿌려지곤 하는 날이 연일 반복됐다. 5월 내내 우산을 손에서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불안한 날씨가 계속됐다.
이제 사람들의 관심은 올여름 날씨에 모아지고 있다. 꺾이지 않는 코로나19 탓에 마스크를 여름 내내 착용해야 할 형편이다.
벌써부터 역대급 더위가 올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기상청의 예측을 불허할 이상기후 현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봄에 이어 변덕스러운 날씨가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낳고 있다.
기상청은 기후 예측 모델, 기후 감시 요소, 평년과 비교한 확률값 등을 반영해 여름 날씨를 전망했다. 기상청이 공개한 '2021년 여름철 3개월 전망(6~8월) 해설서'에 따르면 올여름은 평년보다 대체로 덥고 집중호우도 잦고 장마 뒤엔 긴 폭염이 올 수 있다.
한편으론 최장기간 장마가 이어졌던 지난해 여름의 이상기후가 올여름에도 반복되는 게 아닐까 하는 기상이변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10년의 여름철 평균기온을 보면 평년에 비해 6월은 0.5도, 7월은 0.4도, 8월은 0.7도 올라 기온 상승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여름을 알리는 6월이 시작되면서 벌써부터 30도 안팎의 더위가 찾아오고 있다.
기상청은 6월과 7월의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확률이 각각 40%, 8월은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50%라고 밝혔다. 전 세계 11개국의 기후 예측 모델들도 우리나라의 올여름 기온이 평년보다 더 올라갈 확률이 높을 것으로 보았다.
지난 5월엔 요란한 비가 잦았다. 한 달 동안 비가 온 날은 무려 14.5일, 하루가 멀다 하고 내린 셈이다. 1973년 관련 집계가 시작된 이래 비가 가장 자주 내린 달이었다. 강수량도 많았다. 지난 30년의 평균값인 평년의 5월 강수량보다 40㎜ 정도 더 내렸다. 그럼 올여름 강수량은 어떨까.
기상청은 6월 강수량이 예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많고, 7월과 8월은 평년과 비슷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5월처럼, 6월에도 북태평양고기압이 몰고 온 많은 양의 수증기가 북쪽에 남아 있는 찬 공기와 부딪혀 국지성 호우나 이른 폭우를 만들 것이라고 말한다.
강수량의 지역차도 매우 클 것으로 나타났다. 장마는 평년과 비슷한 6월 하순쯤 시작돼 7월 중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장맛비 역시 대기 불안정으로 집중호우 형태로 내릴 가능성이 크고, 지난해처럼 긴 장마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기상청은 분석했다.
장마 뒤에는 무더위도 걱정이다. 기상청은 본격적인 무더위는 7월말부터 시작해 8월에는 극심한 폭염이 절정에 이르고, 최고기온이 33도를 웃도는 폭염 일수도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여름철 폭염 일수는 평년 수준인 9.8일보다 많고, 최저기온이 25도를 웃도는 열대야 일수도 평년보다 5.1일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역대 가장 더웠던 해로 기록된 2018년엔 폭염 일수 31.4일, 열대야 일수가 17.7일이다.
그나마 올여름은 주기적으로 북쪽의 찬 공기가 남하하면서 2018년처럼 최악 수준의 무더위가 지속되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태풍은 예년과 비슷한 2~3개 정도가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최근 추세를 봤을 때 강한 태풍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기상청의 예측이다. 지난해 여름 태풍은 8개가 발생해 3개가 영향을 줬다.
태풍은 해수 온도가 보통 섭씨 27도 이상이어야 발생한다. 태풍은 북태평양의 남서해상에서 발생하는 열대저기압이다.
열대저기압이 뜨거운 해수면으로부터 에너지를 전달받으면서 강해지는데, 태풍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바다는 여름에 점점 데워지다 9월초에 가장 따뜻해진다. 이 때문에 여름 태풍보다 이때쯤 발생하는 가을 태풍의 위력이 대체로 세다.
그렇다면 평년보다 올여름을 덥게 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라니냐 같은 자연 변동성 때문이라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자연 변동성이란 지구의 대기·해양·지질 등에 이미 내재돼 있는 주기적인 변화다. 라니냐는 적도 부근의 무역풍이 약화돼 동태평양 지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아지는 현상이다.
3~7년 간격으로 생겨 6개월에서 1년 정도 지속된다. 이 현상은 단순히 바닷물의 온도 변화에 그치지 않고 지구 기후 현상 전반에 영향을 준다.
기상청은 지난해 8월 라니냐 현상이 발생해 올봄부터 서서히 약해지면서 5월에 종료되었는데, 라니냐가 종료되는 해 여름철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다소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즉 북태평양과 열대 서태평양의 평년보다 높은 해수면 온도와 함께 지구온난화 경향이 올해 기온 상승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우려되는 것은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예상치 못한 이상기후 패턴이 올해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상기후의 변수는 '블로킹'에 있다. 블로킹은 북쪽 찬 공기가 동쪽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한반도에 오래 머무르는 현상을 말한다.
이 때문에 대기가 불안정해져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자주 내리고 변덕스러운 날씨가 이어진다. 블로킹 현상은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 정도 계속된다.
올여름 바이칼호와 몽골 지역, 동시베리아 부근에서 블로킹이 발달한다면 한반도로 찬 공기가 남하하면서 대기 변화가 클 수 있다는 게 기상청의 예측이다.
지난해에도 기상청은 여름철 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특히 7월말에서 8월초 무더위가 절정에 이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54일이라는 역대 가장 긴 장마로 피해가 속출했고, 7월에만 420㎜라는 많은 강수량을 기록하는 등 예측이 빗나갔다.
일각에선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열대와 온대의 중간 기후)'에 접어든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이미 제주도라든가 남해안 지방은 아열대 기후로 변했다며, 앞으로 아열대 기후화는 한반도 전역으로 급속히 북상할 것이라고 말한다.
온실가스 배출 추세를 현재대로 유지할 경우 2041~50년 사이 먼저 서울·수원·대전·청주 등 일부 중부지역과 강원 영동지역, 내륙 고지대를 제외한 남부지방 대부분이 아열대 기후로 변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지구 평균기온은 21세기 후반(2071〜2100년)에 현재보다 3.7도 상승할 전망인 데 비해 한국의 기온은 5.3도 높아지는 것으로 예측했다.
이상기후와의 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그에 따른 기후 재앙은 이제 전쟁에 버금가는 현실이다. 우리는 기후변화에 과연 얼마나 대비하고 있을까. 지금도 늦지 않았다.
조금씩이라도 에너지 사용을 줄여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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