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05.30. 19:05
2002년부터 2005년까지 백두산 주변에서 지진이 3천여 회 이상 발생했지만 최근 횟수가 갑자기 줄어든 것에 대해 학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김혁 북한 지진청 분과장은 29일(현지 시간) 영국 밀턴케인즈 치칠리홀에서 열린 '제4회 한·영 리서치 콘퍼런스'에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백두산 주변에서 모두 10회 지진이 났다. 땅속 민감도가 증가하고 있다"며 "땅속의 밀도, 중력과 자기장 변화 등을 면밀히 기록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밀턴케인즈·서울=연합뉴스) 공동취재단 신선미 기자 = 2002년부터 2005년까지 백두산 주변에서 지진이 3천여 회 이상 발생했지만 최근 횟수가 갑자기 줄어든 것에 대해 학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하 압력 변화 등 다양한 가설이 나오고는 있지만 이유는 불분명하다. 이런 가운데 북한 과학자가 이례적으로 국제행사에 참석해 백두산의 땅속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혁 북한 지진청 분과장은 29일(현지 시간) 영국 밀턴케인즈 치칠리홀에서 열린 '제4회 한·영 리서치 콘퍼런스'에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백두산 주변에서 모두 10회 지진이 났다. 땅속 민감도가 증가하고 있다"며 "땅속의 밀도, 중력과 자기장 변화 등을 면밀히 기록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땅속 민감도는 백두산 분화 가능성과도 관련돼 있다. 백두산은 지난 946년 대규모 분화를 했다고 알려졌다. 김 분과장에 따르면 당시 화산재는 함경도를 휩쓴 뒤 일본 홋카이도까지 날아갔다. 홋카이도에 쌓인 화산재 두께는 5㎝ 정도로 분석됐다. 백두산 주변에선 직접적인 인명 손실과 농작물 고사, 가축 폐사 등 피해가 상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백두산 연구에서 북한은 영국 과학계와 협력하고 있다. 북한과 협력 연구를 했던 영국 측 관계자는 "북한이 수십 년간 쌓아 놓은 자료를 얻었다"며 "북한 과학자들의 적극성이 엄청나다"고 전했다.
제임스 해먼드 영국 버벡대 교수는 "2006년부터 지진 횟수가 갑자기 줄었지만 원인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백두산은 지면이 최고 7㎝ 부풀어 올랐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분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태다. 해먼드 교수는 2016년 북한 과학자들과 공동연구를 진행해 백두산 천지 5∼10㎞ 아래에 부분적 용융 상태의 마그마가 있으며 면적이 1천256㎢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는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한 바 있다.
백두산 천지의 존재가 분화 시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분화할 때 뜨거운 화산재나 마그마가 천지에 고인 물과 접촉하게 되고 이때 수증기가 급격한 속도로 다량 발생하며 대규모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에이미 도너반 영국 케임브리지대 박사는 "1995년 뉴질랜드, 2010년 아이슬란드에서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영국 연구진은 천지의 물이 분화에 의한 충격으로 넘쳐, 큰 홍수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도 전했다. 천지 주변에는 중국으로 향하는 계곡이 있어 북한뿐 아니라 중국의 피해도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날 콘퍼런스는 기초과학연구원(IBS)과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영국 왕립학회가 공동으로 개최했다. 행사에는 영국 왕립학회 펠로우(석학회원)와 한국 학자 48명을 비롯해 양국 박사과정 연구생과 박사과정 수료 연구원 등 참관인까지 합쳐 70여명이 참석했다.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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