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진의 백브리핑 시시각각
<앵커>
초고화질방송, Ultra High Definition.
줄여서 UHD 방송이라고 합니다.
기존 HD 방송보다 4배나 화질이 좋기 때문에 실제 현장에 있는 듯, 보다 선명하고 다채로운 방송화면을 접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우리가 손쉽게 접하는 SBS, KBS, MBC 같은 지상파 방송에서는 UHD 방송을 볼 수 없다고 합니다.
그 좋다는 UHD 방송을 지상파에서 볼 수 없는 이유, 공학박사인 이상진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정책국장을 연결해 얘기 좀 나눠보겠습니다.
이 국장님. 앞서 얘기했던 대로, 우리나라에서 UHD 방송이 케이블을 시작으로, 위성방송, IPTV로 점차 옮겨가는 모양새입니다. 그렇죠?
사실 이런 초고화질, 4배 이상 해상도, 그러니까 4K 방송은 소니 같은 일본 회사들 중심으로 일본에서 주도를 하고 있죠?
재밌는 것은 UHD 방송이 우리나라 삼성전자나 LG전자에 밀린 일본 TV 업계와 관련 가전산업을 다시 일으키는 동인 중 하나가 됐다고 들었습니다.
박사님. 그럼 우리나라 방송업계에서는 왜 이렇게 UHD 방송을 하려고 하는 겁니까?
일본이 주도하는 시장을 따라가는 모양새밖에 더 되나라는 생각마저 드는데요.
<이상진 /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정책국장>
일본이 가장 앞서서 주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요.
일본이 가전산업 측면에서 세계 시장을 다시 장악하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중국 가전사가 UHD 시장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보고 있습니다.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큰 UHD 시장이 중국이고, 중국에서 팔리는 대부분의 UHD TV가 중국 가전사에서 만든 것입니다.
이러한 인기를 기반으로 중국산 TV가 미국시장에서도 저가 UHD TV로 공략에 성공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방송 시장이 HD에서 UHD로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 자칫 대응이 늦어 일본과 중국에 모든 걸 빼앗기는 걸 막아보고자 우리나라도 개시를 서두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편으론, 우리나라의 유료방송사들이 앞다투어 4K 방송을 상용화하는 것은 유료매체 간의 플랫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시작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반면에 지상파 방송사는 좀 의미가 다릅니다.
<앵커>
지상파 방송사는 의미가 다르다.
무슨 얘기죠?
유료방송들이 앞다퉈 UHD 채널을 런칭하고 있는 마당에, 지상파까지 UHD 시장에 뛰어들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겁니까?
<이상진 /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정책국장>
지상파가 해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가 바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상인데요.
유료방송에서 앞다투어 UHD 방송을 상용화했지만, 볼 수 있는 콘텐츠가 현재 거의 없습니다.
채널도 단 1개 뿐이고요.
그리고 콘텐츠가 부족한 현상은 유료매체들의 UHD 콘텐츠 향후 투자계획을 보면 2017년이 되어도 여전히 볼 게 별로 없는 상황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앵커>
볼 게 별로 없다? 왜죠?
<이상진 /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정책국장>
이유는 우리나라 콘텐츠의 80% 이상을생산하는 지상파 방송사가 UHD 방송을 상용화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지상파 방송사의 5개 채널에서 본격적으로 UHD 방송을 시작하게 되면 콘텐츠 부족 현상은 바로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시청자들은 케이블이나 유료방송을 통해서계속 외산 UHD 콘텐츠만 앞으로 수년 동안재방송 형태로 시청하는 상황이 벌어질 겁니다.
<앵커>
지금 유료방송이 앞다퉈 UHD 채널을 런칭하지만 결국 볼거리가 없다. 그래서 지상파가 제작에 나서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큰돈을 들여 외국산 콘텐츠만 들여올 수밖에 없고, 그마저도 숫자가 절대적으로 적다. 뭐 이런 얘기인가요?
아무리 그래도 지상파 방송이 UHD 콘텐츠를 무조건 해야 한다. 이런 논리는 좀 납득이 안 가는데요?
왜 지상파입니까?
<이상진 /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정책국장>
콘텐츠를 제작하기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갑니다.
특히좋은 드라마 같은 콘텐츠 20편을 만들기 위해서는 100억 이상의 제작비가 소요되는데요.
유료방송사의 1채널당 연평균 제작비가 100억이 넘지 않습니다.
반면에 지상파는 1개 채널당 1년에 2000억 원 이상의 제작비를 투입하고 있습니다.
비용만이 아니라 제작 시설도 중요한데요.
UHD를 제작하기 위한 시설은 현재 지상파만이 제대로 갖춰가고 있습니다.
유료방송사의 PP들은 지상파와 같은 대형 스튜디오나 세트를 구축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고요.
이런 제작비용과 시설로 인해 지상파가 하는 것이 맞지만, 지상파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UHD 방송을 모든 국민이 무료로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UHD 방송을 보고 싶은 시청자는 모두 돈을 내고 봐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니까요.
국민 복지 측면에서 지상파의 UHD 방송은 당연히 실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지상파 방송사는 산업적인 이유도 있지만, 국민 복지 증대라는 공익적 측면에서 그 필요성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아니, 그럼 하시면 되잖아요?
왜 지상파가 아직도 UHD 방송을 상용화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까?
무슨 말 못할 사정이라도 있는 겁니까?
걸림돌 같은 것 말입니다.
<이상진 /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정책국장>
아직 지상파 UHD 방송을 위한 표준이나 기술기준 같은 제도가 마련이 되어 있지 않아 상용화를 못하고 있습니다.
표준결정이 안돼서 지금은 실험방송 형태로 방송을 하고 있고요.
아마도 표준화는 7월에 결정이 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주파수입니다.
<앵커>
주파수라니요?
지상파는 이미 쓰는 700Mhz, 일명 700대역 주파수를 다 반납한 상태 아닙니까?
그런데 주파수 문제는 무슨 얘기입니까?
그리고 700대역은 효율이 좋기 때문에 이동통신망으로 이용되는 게 맞다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사실, 그동안 지상파가 공짜로 700대역 주파수를 쓴 것 맞지 않습니까?
<이상진 /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정책국장>
아닙니다. 지상파 방송사는 주파수를 공익적 목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매년 방송광고 매출의 상당 부분을 방송통신발전기금으로 납부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지난 10년간 지상파가 납부한 금액은 1조 원이 넘습니다.
<앵커>
일단 일각에서 제기되는 지상파 주파수 공짜 이용은 사실이 아니다?
박사님, 그럼 이렇게 여쭤보죠.
지상파에서 UHD 방송을 시작하려면 700대역 주파수 말고, 다른 방식으로는 안되는 겁니까?
위성을 사용한다든지, 케이블로만 전송한다든지, 네트워크는 얼마든지 있어 보이는데요?
<이상진 /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정책국장>
만약 지상파 방송사가 주파수가 없으면 자체적으로 방송을 못 하게 되고,결국 유료플랫폼을 통해 송출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앞서 말씀드린 대로 국민들이 모두 돈을 내고 유료로 봐야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런데 더 크게 보면 콘텐츠 생태계 전반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지상파가 만든 양질의 UHD 콘텐츠를 자기가 가진 망으로 못 내고, 유료매체를 통해서만 방송하게 된다면, 다른 송출 대안이 없습니다.
만약 유료매체에서 방송을 끊겠다고 한다면 방송사가 만든 콘텐츠에 대한제작비를 환급할 방법이 없고요.
그러면 지상파 방송사는 싼값으로라도 우리 콘텐츠를 방송해 달라고 사정하다 보면 정당한 콘텐츠의 대가를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어떤 문제가 벌어지냐하면요, 콘텐츠 제작에 지상파 방송사가 재투자할 여력이없어집니다.
품질은 자꾸나빠지고요.
이렇게 품질 나쁜 걸 만드는 것보다 외산 콘텐츠를 수입하는 게더 나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과거 대만의 사례가 그 실례가 있습니다.
자국 콘텐츠 산업이 완전히 몰락을 하고 외산 콘텐츠가 주류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앵커>
그럼 결국 지상파는 누구나 볼 수 있는 보편타당한 서비스를 하는 미디어이기 때문에 자체 무료 플랫폼 운영을 위한 송출용 주파수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콘텐츠가 제값을 받는 건전한 미디어 생태계 창출이 가능하다. 이런 얘기신거죠?
그럼 방향을 좀 틀어서요, 이런 것 저런 것 다 제쳐놓고 SBS와 KBS, MBC, EBS 같은 지상파에서 언제쯤 UHD 방송을 볼 수 있는 겁니까?
상용화 일정 좀 이야기해 주시죠.
<이상진 /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정책국장>
올해 안에 표준화가 완료되고, 주파수 심의 위원회에서 주파수 할당 결정이 내려지면, 내년에 시범방송을 하고 내년 말쯤이면 상용화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UHD 방송 관련해서는 우리나라가 콘텐츠와 TV 수상기, 방송장비 측면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앵커>
박사님. 한 가지만 더요.
지상파는 700대역 주파수를 누가 정하는 거죠?
<이상진 /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정책국장>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와 공동으로 관여하여, 결정은 국무총리실에서 결정하게 됩니다.
<앵커>
그럼 총리실에서 700대역 주파수를 지상파 UHD서비스용으로 쓰겠다고 정하면 시청자들은 바로 안방에서 UHD 방송을 볼 수 있는 겁니까?
<이상진 /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정책국장>
일단 시청자들은 UHD Display가 장착되고 지상파 UHD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UHD TV를 구매하시면 됩니다.
만일 지상파에서 UHD 방송이 가능해지면 지상파 방송사는 앞으로 10년 동안 시설투자에 약 1조 1천억 원, 그리고 콘텐츠 제작에 약 7조 원을 투자할 예정입니다.
<앵커>
규모를 들어보니까, 아무리 규모가 큰 지상파라고 할지라도 쉽사리 투자를 결정하기 어렵겠네요? 그렇죠?
<이상진 /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정책국장>
네,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앵커>
전세계 TV 시장의 4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 1위, 2위 기업 삼성전자와 LG전자.
이 회사들도 UHD TV에 올인하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정부도 면밀한 검토를 통해서 우리 방송업계가 전세계 UHD 콘텐츠 시장에서 뒤처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네요.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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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진 기자 magicbulle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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