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전기자동차 시장이 활짝 열리면서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둘러싼 국내 업체들 간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연비와 배출가스 규제로 전기차 도입이 본격화되는 2016년쯤에는 배터리 시장 판도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시장 선점을 위한 총력전 태세에 돌입했다.
현 시장 구도는 앞서가는 LG화학을 삼성SDI가 맹렬히 추격하는 상황이다. LG화학은 지난해 기준으로 세계 전기차 리튬이온배터리 판매량 1636MWh로 세계 시장의 36.1%를 점유한 1위 업체다.
LG화학은 다양한 자동차 회사와 계약을 맺고 물량으로 타 전기차 배터리 업체를 압도하고 있다. LG화학은 현재 20여곳에 이르는 완성차 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국내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미국의 GM·포드·이튼, 유럽의 르노·볼보 등이 LG화학 고객이다. 15일에는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떠오르는 중국의 1위 완성차 업체인 상하이자동차와 코로스(Qoros) 등 2개사와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쾌속 순항을 하고 있다.
LG화학은 배터리 공급업체를 늘려 공급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로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압도적인 세계 1위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LG화학 권영수 전지사업본부장은 평소 임직원들에게 “지금 1등이라고 안주해서는 안 된다. 본격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열리는 2016년쯤에는 경쟁사가 감히 넘볼 수 없는 확실한 세계 1위를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LG화학은 수년 내 상용화를 목표로 한번 충전에 320㎞를 갈 수 있는 배터리 등 작고 오래가면서도 안전한 전기차 배터리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계 2위인 삼성SDI는 반격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세계 전기차 리튬이온배터리 240MWh(점유율 5.3%)를 판매해 세계 4위에 그쳤다. LG화학과의 판매량 차이도 7배 가까이 된다.
그러나 두 회사의 격차는 빠르게 줄고 있다. 전지 시장조사업체 B3는 올해 LG화학의 전기차 리튬이온배터리 판매량이 1688MWh(점유율 30.4%)를 기록해 여전히 세계 1위를 유지하겠지만, 삼성SDI의 판매량도 1062MWh(점유율 19.1%)로 급성장해 세계 3위까지 치고 올라갈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삼성SDI의 자동차 전지가 들어가는 BMW i3와 i8, 크라이슬러의 F500e가 본격적으로 출시되면서 시장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현재 BMW와 마힌드라·크라이슬러·델파이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 중인 삼성SDI는 향후 메이저업체와 계약을 통해 대규모 공급물량 확대를 노리고 있다. 지난해 세계 2위 자동차 판매량을 기록한 폭스바겐 그룹 등이 삼성SDI와 유력한 제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1회 충전으로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한 연구도 계속되고 있다. 삼성SDI의 김정욱 자동차사업부 마케팅팀장은 지난주 베이징 모터쇼에서 “2018년까지 한번 주행으로 300㎞ 이상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용 배터리를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향후 LG화학과 삼성SDI, 파나소닉 등 3개 회사가 주도하는 과점시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 업체들 간 치열한 경쟁은 제품 성능 향상과 세계 시장 점유율 확대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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