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휴보센터 ‘T-100’ 개발
시간당 6km 이동… 30도 경사 돌파, 두 팔로 60kg 성인 안아 올려
폭발물 제거 등 실용화 가능동아일보입력2015.01.22 03:0
총탄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부상당한 동료 병사를 구조해 주는 전쟁용 도우미 로봇이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됐다. 미국에서 비슷한 로봇이 개발된 적은 있지만 국내에서 실용화할 수준의 전쟁용 로봇이 개발된 건 처음이다.
오준호 KAIST 기계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휴보센터)는 2004년 국내에서 처음 개발한 인간형 로봇 '휴보'의 기술을 응용해 이달 초 새로운 전쟁 구조로봇 'T-100'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T-100은 군사용으로 전쟁터에서 아군을 구조해 오고, 폭발물을 먼 곳으로 치울 수 있다. 사람 대신 위험한 일을 대신해 주는 '구난(救難)로봇'인 셈이다.
T-100은 '구난로봇과제 운동제어 시뮬레이터'라는 이름으로 2013년 국방과학연구소(ADD) 의뢰를 받아 개발을 시작한 실험용 로봇이다. 상체는 로봇 휴보와 동일하지만 하체는 다리를 포기하고 2단으로 접히는 캐터필러를 달았다.
T-100은 이 바퀴로 시속 6km로 움직이며, 계단이나 스키장의 최상급자 코스에 해당하는 30도 경사면도 거침없이 등판할 수 있어 어디서나 구조활동이 가능하다. 두 팔로는 체구가 작은 성인 한 명(60kg)을 안아 올릴 수 있어 구조용 로봇의 기본 기능을 모두 갖췄다. ADD는 향후 T-100을 토대로 추가연구를 진행해 120kg이 넘는 무게를 안아 올릴 수 있는 고성능 구조 로봇 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다.
휴보센터는 최근 재난로봇 'DRC 휴보 Ⅱ' 개발도 마쳤다. DRC 휴보 Ⅱ는 올해 6월 5, 6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소도시 퍼모나에서 열리는 재난로봇대회(DRC) 최종결선에 출전해 우승을 노린다. DRC는 미국 국방부 산하 고등방위연구계획국(DARPA)이 주최하는 재난로봇 경진대회로 로봇이 사람 대신 고장 난 원자력발전소에 들어가 소방호스를 연결하고 냉각수 밸브를 잠그고 나오는 등 실력을 겨룬다. 이 과정에서 로봇은 스스로 자동차를 운전하거나 건물 잔해를 치우는 등 수준 높은 과제를 완수해야 한다. 오 교수는 "DRC 휴보 Ⅱ는 2013년 개발한 DRC 휴보 I보다 몸집이 커졌다"면서 "키 168cm, 몸무게 80kg 정도이며 강한 힘을 내기 위해 고용량 축전지도 설치했다"고 말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현장에 투입할 로봇이 없어 도쿄전력 직원들이 목숨을 걸고 들어간 일이 계기가 돼 국내외에서재난·구조로봇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대전=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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