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기준 이하만 주면 이름만 기초연금, 실제 기초연금 아니다"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국민행복연금위원회가 구체적인 기초연금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막을 내린 데서 알 수 있듯 연금 제도는 세대·직능 간 갈등이 첨예한 사안이다.
특히 지급 대상을 '인구의 70%'로 못박느냐 아니냐에 따라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등 미래 노인의 수급자 비중이 크게 달라진다.
◇ 장기적으로 지급 대상 줄이고 싶은 정부
행복연금위는 지난 17일 "
기초연금 지급대상은 노인의 70%(소득기준 또는 인구기준) 또는 80% 수준으로 한다"고 발표했다.
최소한 전체 노인의 70%는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단순히 노인인구 중 소득 하위 70%라고 표현하지 않고 '소득기준 또는 인구기준'이라고 명시한 것은 장기적으로 수급자 비중을 점차 줄여나가는 길을 열어놓기 위해서다.
인구기준 70%가 적용되면 장래에도 전체 노인 중 소득이 낮은 70%에 계속 기초연금이 지급된다. 노인이 500만이라면 350만명이, 1천만이라면 700만명이 연금을 받는 식이다.
반면 행복연금위가 가능성을 열어 놓은 '소득기준 70%'란 현재 소득 하위 노인 70%에 해당하는 소득금액을 기준선으로 정해 놓고, 이 금액보다 소득이 적은 노인만 연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말한다. 올해 기준으로 소득하위 70%를 나누는 금액은 월 83만원 정도다.
소득기준선 83만원에 물가상승률이나 소득증가율을 반영해 매년 올린다고 해도 수급자는 점점 줄어들게 된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어지는 등의 이유로 노인층의 전체적인 소득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달리 표현하면 '인구기준 70%'는 소득을 상대평가 해서 하위 70%에 준다는 뜻이고, '소득기준 70%'는 제도 도입 초기에 설정된 금액이 절대적인 기준이 된다.
후자는 노인세대의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수급자가 자연히 줄게 된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노인 인구 중 소득 하위인 70%에 주어지는 현행 기초노령연금보다 지급대상이 축소될 수 있다.
재정수지와 미래세대 부담 등을 우선 고려하면 지급대상을 줄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도 이런 이유로 일정 소득기준선을 도입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 안은 복지부가 지난 정권 때 만든 최저생계비 150% 이하에 지급하는 안과 매우 유사하다.
복지부의 유주헌 기초노령연금과장은 18일 "대상자를 줄이는 쪽이 재정을 통제하는 데 유리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아직 어느 안이 더 유력하다고 말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 미래에도 최소 70%에게 줘야 한다는 노동계
소득기준선 이하로 지급대상을 제한하면 기초연금 제도가 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부조' 형태로 변하게 된다.
행복연금위 자문위원을 맡았던 김원섭
고려대 교수(사회학)는 "최저생계비 150% 이하 등 특정 소득기준선 이하에만 연금을 주면 장기적으로 수급자가 노인의 40% 정도로 낮아진다"며 "이름은 기초연금일지 몰라도 실제 기초연금은 아니다"고 말했다.
행복연금위가 복수안으로 유력하게 검토한 '최저생계비 150% 이하' 방식을 예로 들면,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기초연금을 받게 되는 2030년에는 수급자가 51% 수준으로 줄고 2050년에는 더 떨어져 38%만 적용을 받게 된다.
따라서 기초연금 도입을 지지하는 학자들과 노동계는 장기적으로 지급대상을 점차 축소하는 데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일부 고소득자를 제외하는 데까지는 양보했지만, 인구의 70∼80%는 연금을 줘야 한다는 데서 더 물러설 수 없다는 태세다.
김경자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증세를 해서 공약을 지키는 것이 원칙적으로 옳지만, 재정 여건이 안 좋다면 상위 20∼30%를 제외하는 것은 수용할 수 있다"면서 "
국민연금 가입자 유·불리 논란이 없도록 70∼80%에 일률적으로 2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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