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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 에게 자연을 알려주는 방법

靑少年은 우리의未來

by 석천선생 2013. 7. 15.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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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이 깊어져만 가는 여름, 산으로 들로 놀러 갈 일이 많아졌다. 덩달아 자연을 접할 기회도 늘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에게 자연은 '생경한' 그 무엇, 공부해야 할 대상이다. 자연을 가까이 하는 감성 풍부한 아이로 키우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도대체 아이에게 자연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줘야 하죠? 어떻게 하면 가르쳐줄 수 있을까요? 엄마인 저부터 풀이름도 나무 이름도 모르는 걸요." 이런 생각이 든다면 1960년대 미국의 생태주의자이자 환경보호주의자인 레이첼 카슨이 진작에 명쾌한 답을 내려주었으니 참고하자. "자연을 '아는 것'은 자연을 '느끼는 것'의 절반만큼도 중요치 않다.

자연물의 이름을 아는 것은 그 사물과 함께한 체험이 있을 때 진정한 가치가 있다. 자연과 관련된 경험과 지식은 말하자면 일종의 '씨앗'이고 그 씨앗은 나중에 아이가 자랄 때 열매를 맺는다. (중략) 부모가 해야 할 일은 그저 아이들이 '자연을 알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도록 이끄는 것이다. 자연과 관련한 사실을 아이 머릿속에 집어넣으려 하지 말자."

아파트 숲에도 자연은 있다

생태주의자들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자연에 대해 무언가 가르치려 애쓰는 것이다. 아이들은 자연 속에 내버려두기만 해도 스스로 놀이거리를 찾아낸다. 마냥 뛰고, 나뭇가지로 그림을 그리고, 흙을 조물거리는 것만으로도 한나절을 신나게 놀 수 있다. 도시 토박이라 자연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하다고 염려되는가. 우리 아이도 그런 나를 닮아 자연과 친구가 되기에는 애초부터 척박한 환경인 것 같아 걱정되는가. 이런 불안은 멈춰도 된다. 시골 땅 한 번 밟아본 적 없는 서울 촌놈도 지금 당장 자연과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으며 그 방법은 의외로 쉽다.

도시에 살든 시골에 살든, 부자든 가난하든 우리는 누구나 같은 하늘을 갖고 있다. 아이와 함께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는 것이면 충분하다.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을 찾아볼 수 있고, 구름에 가려진 달을 바라보며 언제 달님이 얼굴을 내밀어줄지 기다리면 된다. 잠시 눈을 감고 있으면 귓가를 간질이는 시원한 바람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비가 내리는 날이며 아이와 함께 우산을 쓰고 비가 고인 웅덩이를 찰방거릴 수도 있다. 이 모든 게 자연의 일부인 것. 협소한 아파트 화단에도 풀꽃 반지를 만들기에는 충분한 토끼풀이 있으며, 화분 속의 작은 씨앗이 품고 있는 우주를 언제든 지켜볼 수 있다. 아이에게 자연을 알려준다는 것은 함께 탐험을 한다거나 거창한 일이 아니다. 눈·코·입 감각의 안테나를 높이 올린 채 지금 이 순간에도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만물의 변화에 애정을 기울이면 된다.

자연결핍장애란?

자연이 아이에게 미치는 효과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면서 아이가 보다 자연과 친해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자연은 거칠고 생소하고 위험하다고 여기는 부모들도 많다. < 자연에서 멀어진 아이들 > 의 저자 리처드 루브는 책을 통해 이러한 문제점을 '자연결핍장애(Nature-Deficit Disorder)'라고 말했다. 자연결핍장애는 인간이 자연에서 멀어지면서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동반한다. 감각의 둔화, 주의집중력 결핍, 육체적·정신적 질병의 발병률 증가 등이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자연을 알려면 '자연보호' 하지 않아도 된다

생태놀이 전문가이자 동화 작가인 강우근 선생은 아이에게 자연을 제대로 알려주고 싶다면 우리 머릿속에 콕 박혀 있는 '자연보호'라는 말부터 지우라고 말한다. 실은 자연보호라는 말 자체가 조금 이상한 말이란다. 인간이 지속해서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또 인간을 안전하게 보호해주는 것이 바로 자연인데, 왜 사람이 자연을 보호하느냐는 것. 자연은 인간과 함께 유기적으로 더불어 살아야 할 존재이지 보호 대상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자연이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어야 하는데 우리는 자꾸 자연을 지키고 보호해야 할 대상인 양 아이들이 다가서지 못하게 막는다. 심지어 자연물조차 키트화되어 상품으로 팔리는 세상이 되었다. 이렇게 기성화된 자연 놀이 상품에 익숙해지면 지천에 널린 자연은 나와 동떨어진 것이 되어버리고, 돈을 지불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 되어버린다. 그러고선 아이들한테 자연 공부를 시킨다. 자연 속에서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에게 자꾸 공부를 시키니 자연이 어려워진다. 어른들이 상업적인 목적으로 나무를 베고 땅을 파헤치는 것은 자연을 훼손하는 일이겠지만, 아이들이 놀이삼아 나뭇가지 한두 개 꺾고 풀꽃을 따는 정도는 자연을 손상시키지 않는다. 강우근 선생이 추천하는 생태놀이의 재료에는 잡초와 풀꽃이 자주 등장한다. 이러한 식물은 뜯어내고 뜯어내도 다시 생명력을 꽃피운다. 사람 주변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들꽃이기에 찾기도 쉬운데다, 이미 '사람살이'에 적응한 식물들이라 실컷 재료 삼아 놀아도 소진되지 않는 강한 풀들이다.

자연은 귀로도 배울 수 있다

자연과 멀어지면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또 하나 있으니 그건 바로 '자연의 소리'다. 사람들은 이 사실을 잘 깨닫지 못했다. 소리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무심한 듯 잊혀져갔다. 하지만 어느 날 산속을 걷다가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자연의 적막감으로 당황한 적이 있지 않은가. 처음에는 모처럼의 고요가 어색했을 테고 그다음에는 평화로웠을 것이다. 아이에게 자연을 알려주고 싶다면 귀로 접하는 자연의 소리에도 특별한 즐거움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자. 물론 자연의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보는 것'보다 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천둥소리, 바람이 풍경을 울리는 소리를 찾아보자. 좀더 적극적인 노력을 한다면 이제는 도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직박구리의 울음소리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주택가에 날아와 수다스럽게 지저귀곤 하는 앙증맞은 새의 소리를 찾아냈을 때의 즐거움은 아침의 쾌청한 공기와 어우러져 아이의 기억 속에 잊지 못할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아이들이 자연과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

눈을 감고 자연의 냄새를 맡아라

"엄마, 산들바람이 뭐야?" 아이의 갑작스런 질문에 말문이 막힐 때가 누구나 있을 터. "음…, 산들바람은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오는 건데…." 사실 아이에게는 설명을 위한 설명보다 '산들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자연을 제대로 알고 싶다면 밖으로 나가야 한다. 그리고 걸음을 멈추고 키를 낮춰야 주변의 자연이 보인다. 자연을 관찰 대상으로 여기기보다 온몸으로 느껴보는 시간을 갖자. 동네 공원에 갔다면 잠깐이라도 아이의 눈을 감아보게 한다. 눈을 감으면 눈앞의 세상은 사라지지만 대신 다른 감각이 깨어난다. 계절의 변화는 눈보다 코가 더 민감하게 알아챈다. 비릿한 빗방울 냄새, 나뭇잎이 축축한 흙과 섞이는 냄새, 촉촉한 바람결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맨발로 바위, 낙엽, 흙 위도 거닐어본다. 눈을 감고 촉감에 집중하며 그 느낌을 표현해보는 시간도 갖자. 우리가 눈을 감아도 언제나 주변에 자연이 있다는 사실을 아이도 알게 된다.

주변 모든 것이 자연이다

요즘 아이들은 흙 밟을 기회가 적은 것이 사실이다. 엘리베이터 타고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내려가 자가용을 타고 목적지로 동선을 옮기기까지 흙 한 번 밟아보지 못할 확률이 90% 이상. 하지만 조금만 노력해도 자연을 접할 기회가 속속 찾아온다. 우리 동네 골목길 탐험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어른 걸음으로는 10분이면 가는 길도 아이와 함께라면 30~40분은 족히 걸린다. 아이의 걸음이 느린 탓도 있지만 이보다는 주변 모든 사물이 아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자연물이 적어진 도시라 해도 아직은 쉽게 구할 수 있는 돌멩이, 나뭇잎을 가지고 놀자. 흙이 있고 물이 있는 곳이라면 다 자연이다. 나무가 계절마다 어떻게 모양과 색을 바꾸는지, 어떤 열매를 맺는지 세심하게 살펴보자.

생태놀이책, 자연도감도 유용하다

집 가까운 곳의 자연물을 하나 둘 접해가다 보면 강요하지 않아도 더 알고 싶다는 호기심이 생긴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유명한 말과도 일맥상통하다. 다행히 요즘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도, 그리고 퀄리티 높은 잘 만든 생태놀이책과 자연도감을 통해서도 정보를 구할 수 있다. 보리출판에서 나온 '도감 시리즈'는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 풀, 곤충 등을 세밀화로 묘사하고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친절하게 설명한 어린이 도감의 고전이다. 자연에서 아이와 무얼 하고 놀면 좋을지 고민하는 부모들을 위한 책도 있는데, 길벗의 '사계절 생태놀이' 시리즈는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생태 놀이들을 제안한다.

자연생태 놀이를 즐겨보자

크고 넓적한 나뭇잎에 구멍을 내고 고무줄을 매달아 만들면 즉석 가면이 완성된다. 도토리 몇 개를 이어붙이고 볼펜으로 눈·코·입 표정을 그려 넣으면 어렵지 않게 곤충 모양 장난감을 만들 수 있다. 바깥에 널린 자연물을 가져와 집에 있는 유리컵에 넣어놓기만 해도 근사한 오브제가 된다. 나뭇가지를 휘어 만든 멋진 활도 한두 가지 재료면 누구라도 뚝딱 완성할 수 있다. 너무 흔해서 스쳐 지날 수 있지만 조금만 정성을 더하면 신나는 생태 놀이를 즐길 수 있다. 아이는 자연에 한 걸음 더 다가가 있을 것이다.

텃밭을 가꾸어보자

아이에게 자연을 알려주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텃밭 가꾸기다. 요즘은 어렵지 않게 주말농장에서 채소 재배를 할 수도 있고, 베란다 텃밭을 꾸리기도 수월해졌다. 이렇게 정기적으로 자연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면 지속적인 호기심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아이가 보다 관심을 갖길 바란다면 빨리 자라는 콩과의 식물이나 열매를 맺는 토마토 등을 심는 것도 좋은 방법. 직접 키운 딸기 모종에서 서너 개씩 열리는 딸기는 비록 감질나기는 하지만, 그 이유 때문에 더 맛있고 귀한 딸기가 되는 법이다. 채소에 진딧물이 생겼을 때는 무당벌레와 무당벌레 유충이 천연 방충제의 역할을 해준다는 것, 그 덕분에 맛있는 딸기도 오이도 먹을 수 있다는 걸 직접 보며 자연이 우리 삶에서 떨어져 있지 않은, 함께 공생해야 할 친구 관계임을 알게 된다.

소박하지만 풍성한 캠핑을 즐겨보자

요즘 대세인 캠핑은 자연을 가까이 두고 접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다. 다만 생태 전문가들은 요즘 캠핑이 지나치게 전문화되고 장비 중심이 되면서 정작 중요한 걸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보라고 조언한다. 모든 걸 싸 짊어지고 가느니 집에 있는 거랑 뭐가 다르냐는 것. 자연에서 하룻밤 보내면서 심신도 단련하고 풀꽃으로 소꿉놀이도 해보고, 개울물에 발도 담가보면 어떨까. 조금 소박한 것 같아도 자연과 한껏 어우러진 감성 캠핑을 즐겨보자.

※아이가 자연현상에 대해 물을 때?

만 3세 즈음 되면 아이들은 자연현상에 대한 질문을 부쩍 많이 한다. 주로 동물이나 식물을 의인화해서 묻곤 한다. "나무는 왜 저렇게 키가 커?"라든지 "꽃은 왜 활짝 피는 거야?" 식의 질문들인데, 듣는 엄마로서는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지 난감하다. 이럴 때는 논리적으로 혹은 과학적으로 대답하려 애쓰기보다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대답을 해보자. "봄이 되면 따뜻해지잖아. 그러면 꽃이 '야~ 신난다' 하고 좋아서 활짝 웃는 거야", "나무가 구름까지 닿고 싶어서 키가 크는 거 아닐까?" 이렇게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답해주는 것. 만 5세가 넘으면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과학적인 답변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꽃이 왜 시드냐고 묻는다면 "날이 추운 게 싫어서야. 그리고 이제는 씨앗을 널리 널리 퍼트릴 준비를 해야 하거든" 하고 설명해주자. 더불어 식물도감을 찾아보며 계절에 따라 꽃의 일생이 어떻게 변하는지 알려준다.

기획 박시전 | 사진 이성우 | 모델 박혜인(3세), 강든(5세), 심현우(5세), 강온(7세) | 도움말 정상미(함께하는 아동청소년센터 상담연구원), 강우근(생태놀이 전문가, < 사계절 생태놀이(길벗어린이) > 저자) | 일러스트 경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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