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재 입력 2021. 01. 03. 05:00 수정 2021. 01. 0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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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재의 밀담]
2030년대 바다에서 대한민국을 지킬 경항공모함의 모습이 드러났다.
중앙일보는 현재 개념설계 중인 해군의 경항모 조감도를 단독으로 입수했다. 해군은 조감도에 대해 “최종 확정은 아니며, 연구와 검토하면서 경항모의 함형을 발전해나갈 것”이라면서 “함정 설계는 기본설계, 상세설계 단계에서도 수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본’은 크게 안 바뀔 것”이라는 게 복수의 정부 소식통이 전한 귀띔이다.
그러면 어떤 게 변하지 않을 기본일까. ①평갑판 ②더블 아일랜드 ③웰독 제거다.
조감도를 처음 본 순간 떠오른 게 있다. 미국 해군의 강습상륙함인 아메리카함(LHA 6)과 영국 해군의 항모인 퀸엘리자베스함이다.
4만5000t급의 아메리카함은 스텔스 수직이착륙전투기인 F-35B 라이트닝Ⅱ, MV-22 틸트로터기, CH-53K 수송 헬기, AH-1W/Z 공격 헬기, MH-60 다목적 헬기를 탑재한다. 상륙작전 때 배에 탑승한 1600명 넘는 해병대를 이들 항공기에 태워 뭍으로 실어나르거나, 적의 공격으로부터 엄호한다.
미 해군은 아메리카함에 F-35B 20대와 MH-60 2대만을 실어 경항모 역할을 맡길 계획이다.
6만5000t급의 퀸엘리자베스함은 F-35B를 비롯해 AW159 와일드캣 다목적ㆍ대잠 헬기, AW101 수송ㆍ조기경보 헬기를 싣는다. F-35B의 경우 최대 24대를, 격납고와 갑판에 욱여넣는다면 36대까지 각각 태울 수 있다.
해군의 경항모는 아메리카함을 닮아 평갑판이다. 엘리자베스함은 스키점프대를 갖췄다. 육상 기지보다 활주로가 짧은 항모는 캐터펄트(사출기)로 함재기를 쏘다시피 하늘로 띄운다.
그런데 중형 항모(4만t급) 이하의 항모엔 사출기를 설치할 공간이 부족하다. 그래서 함재기가 전속력으로 갑판을 질주한 뒤 스키점프대에서 도약하는 방식으로 이륙한다.
그런데 아메리카함과 퀸엘리자베스함은 똑같은 F-35B를 운용하지만, 평갑판과 스키점프대에서 갈린다.
해군의 경항모는 스키점프대가 없다. 아메리카함처럼 F-35B가 리프트팬을 가동하는 방식으로 활주 거리를 짧게 해 이륙한다. 리프트팬을 공기를 아래로 내뿜는 장치다. 리프트팬 때문에 F-35B는 수직으로 이착륙할 수 있다.
아메리카함과 퀸엘리자베스함 모두 F-35B의 착륙은 수직으로 한다.
아메리카함의 아일랜드(함교)가 1개인 반면 해군의 경항모는 2개다. 퀸엘리자베스함도 2개다. 또 퀸엘리자베스함과 같이 스텔스 설계를 적용했다. 1개의 함교는 항해를 전담하며, 또 다른 1개는 항공관제를 맡는다.
그러나, 항해 함교에서도 항공관제를 할 수 있고, 그 반대도 가능하다. 해군 관계자는 “함교가 2개라면 한쪽이 적에게 피격을 받더라도 다른 한쪽으로 작전을 이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항공기를 격납고에서 갑판으로 오르내리는 엘리베이터는 2개 모두 우현에 있다. 당초 좌ㆍ우현에 1개씩 두려고 했지만, 우현으로 몰았다. 이렇게 하면 갑판을 좀 더 넓게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우현은 적의 공격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게 단점이다.
해군의 경항모는 웰독이 없다. 웰독은 상륙함에서 상륙작전 때 문을 열어 바닷물을 들어오게 해 상륙정이나 수륙양용 사륙장갑차를 띄울 수 있는 공간이다. 아메리카함도 웰독이 없다.
해군 관계자는 “대형상륙함인 독도함(LPH-6111)이나 마라도함(LPH-6112)과 달리 경항모엔 웰독을 만들지 않을 계획”이라며 “이렇게 하면 격납고를 키워 항공기 정비를 제대로 할 수 있고, 항공유도 더 많이 실을 수 있다”고 말했다. 더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도 있다.
해군은 경항모를 구상하면서 이탈리아의 카보우르함(550)도 참조했다고 한다. 3만t급의 카보우르함은 미국의 개조를 거친 영국제 수직이착륙 전투기인 AV-8B 해리어Ⅱ 10대를 탑재한다. 지난해 5월 F-35B를 탑재하기 위한 개조 작업을 마쳤다.
경항모의 크기나 탑재 항공기 수량은 카보우르함보다 약간 더 크다고 보는 게 적당할 것이다.
종합하자면 해군의 경항모는 아버지가 아메리카함이며, 어머니는 퀸엘리자베스함이고, 카보우르함은 사촌인 셈이다.
항모는 공중 위협을 미리 알려주는 조기경보기가 필요하다. 레이더를 가진 조기경보기는 적 항공기나 미사일의 공격을 멀리서 탐지한 뒤 항모에 알려준다. 미국이나 프랑스 항모는 고정익 조기경보기를 운용한다. 영국은 AW101 헬기에 레이더를 달아 조기경보기 역할을 맡긴다.
그런데 해군의 경항모엔 조기경보 헬기가 없다고 한다. 대신 구축함을 항모 전단의 선봉에 세우거나, 전투기를 항시 띄워 초계작전에 투입한다고 한다. 이는 이탈리아 카보우르함에서 배워온 것이다.
또 해군의 경항모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의 다기능 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달 계획이다. 이 레이더는 탄도미사일을 추적할 정도로 강력하다.
해군의 경항모는 자체 방어를 위해 근접 방어시스템(CIWS)과 함대공 유도탄 방어 유도무기(SAAM)를 갖춘다. 모두 국산으로 단다는 게 원칙이라고 한다.
해군은 현재 CIWS로 미국제 팰링스나 네덜란드제 골키퍼를 쓰고 있지만, 곧 국산 개발을 착수하려고 한다. SAAM은 LIG넥스원이 생산하고 있는 함대공미사일인 해궁이다. 해궁은 한국형 수직발사 체계(VLS)에서 나간다. 수면을 스치듯 낮게 날아오는 시스키밍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미사일이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해군의 경항모 사업추진 기본전략 수립과 사업 타당성 검토에 들어간다. 국내 기술로 충분히 지을 수 있다는 분석에 따라 2022년 기본설계를 시작하고, 2026년부터 함정을 제작하는 수순에 들어간다. 이르면 2033년 해군의 경항모가 영해를 지키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
군 당국은 해군의 경항모에 실을 수직이착륙형 전투기를 추진한다. 기종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F-35B를 대체할 수직이착륙형 전투기 기종은 없다. 사실상 F-35B 20대 구입을 결정했다.
군 당국은 경항모 진수에 앞서 F-35B를 먼저 도입한다. 해군이 아닌 공군이 훈련ㆍ운용을 맡는다. 항모 탑재기를 공군이 전담하는 사례는 영국에서 찾아볼 수 있다.
F-35B 도입을 서두른 이유는 경항모 설계를 위해서다. 군 관계자는 “갑판 등 함체 주요 부위의 설계를 위해선 F-35B의 상세 정보가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제조사인 록히드마틴 측은 보안을 이유로 계약 이전엔 정보를 줄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해군은 경항모를 중심으로 하는 기동함대의 모습도 공개했다. 해군은 제7 기동전단을 2025년 기동함대로 확대하려고 한다. 영해를 벗어나 아멘만, 동중국해 등 원해에서 한국의 국익을 지킨다. 원유와 수출 물자가 지나는 해양 교통로의 중심이다. 기동함대의 모항은 제주다.
해군의 컴퓨터 그래픽에 따르면 경항모는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 충무공 이순신급 구축함, 도산안창호급 잠수함은 물론 KDDX의 호위를 받는다.
공중엔 F-35B 전투기가 이들을 엄호한다. P-8A 포세이돈 해상초계기와 AW159 해상작전 헬기도 날고 있다. 또 무인 해상초계기와 무인 헬기의 모습이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해군이 글로벌호크를 개조한 MQ-4C 트리톤과 같은 무인 해상초계기와 MQ-8 파이어 스카우트와 같은 무인 헬기를 도입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정도 전력이라면 2030년대 태평양에서 중국이나 일본과 대등하지는 않지만,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을 수 있는 수준이다.
중국에 이어 일본도 항모를 가지려고 하면서, 동북아시아에서 군비 경쟁이 격해지고 있다. 냉엄한 국제정치의 환경에서 한국이 살아남으려면 항모 보유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이철재ㆍ박용한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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