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근 입력 2020.12.19. 07:45 댓글 29개
군, 이르면 내년 소요결정..국과연, 마하5 이상 극초음속 비행체 개발중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국방부가 극초음속 유도탄(미사일) 개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마하 5∼20(음속 5~20배)의 속도로 비행하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배치 또는 시험 단계까지 이른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에 견주면 많이 뒤처진 감이 있지만, 어찌 됐건 한국군도 그 대열에 합류하겠다는 의지를 올해 하반기 들어서 부쩍 강조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16일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 다양한 핵·대량살상무기(WMD) 위협을 전략적으로 억제하는 차원에서 극초음속 유도탄을 '소요 결정'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소요'는 획득(연구 개발 또는 구매) 계획을 뜻하는 말이다.
군은 언제 소요를 결정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수준 등을 고려하면 이르면 내년 중 소요 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군 관계자들은 19일 전망했다.
소요 결정이 나면 5년 단위로 수립하는 국방중기계획에 관련 예산이 반영되어 탐색 개발 과정 등을 거쳐 본격적인 체계개발 단계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군과 ADD는 극초음속 유도탄을 개발할 설비, 여건, 기술력 등을 갖추고 있을까.
군 관계자는 "상부 또는 지휘부의 결심만 떨어지면 이른 시일 내 개발할 수 있는 핵심 기술력을 ADD가 이미 보유하고 있다"면서 "극초음속 유도탄은 현재 우리 유도탄 기술력으로 충분히 개발할 수 있는 무기라는 것이 ADD의 평가"라고 전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6월 내놓은 '극초음속 무기체계 국제개발동향'이란 자료에 따르면 ADD는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액체 램제트(Ram Jet) 추진기관을 개발했다
.
램제트는 압축기나 터빈이 없이, 고속으로 불어 넣은 공기를 원통 안에서 압축하고 연료를 분사·점화·연소해 추진력을 얻는 제트 엔진을 말한다. 대부분의 공기 흡입식 제트 엔진과는 다르게, 회전 압축기가 없어 초음속 비행체에 사용된다.
ADD는 또 2010∼2012년 극초음속 핵심기술 응용연구를 했고, 2011~2017년 초고속 공기흡입 엔진 특화연구실 설치를 통한 관련 연구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특히 2018년부터 마하 5 이상의 지상발사형 극초음속 비행체를 개발하고 있고, 2023년까지 비행 시험을 완료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마하 5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서울 상공에서 발사하면 250㎞ 떨어진 평양까지 1분 15초가량이면 도달한다.
스텔스 전투기인 F-35A와 F-22의 최대 속력은 각각 마하 1.6, 마하 2.5, 공군 F-15K 전투기는 마하 2.35인 것을 고려하면 마하 5 이상의 속력은 엄청나다.
국방부는 지난 6월에도 극초음속 무기 개발 의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한 바 있다.
당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국방과학연구소(ADD) 창설 50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앞으로 우리 군은 정밀유도조종 기능을 갖춘 유도무기, 장사정 및 극초음속 미사일, 고위력 탄두, 한국형 위성항법체계 등의 기술 개발을 가속해 미사일 전력을 더욱 고도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 장관이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 언급한 것은 처음이었다. 이번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 극초음속 유도탄 개발 의지를 공개한 것도 이런 연장선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국방부가 초음속 무기 개발 의지를 공개 천명하는 것은 ADD의 기술력을 신뢰한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극초음속 무기는 발사 초기 지상 레이더가 포착하지 못할 정도로 비행 속도가 빠르고, 저고도로 날 수 있어 현존 요격체계로는 비행 중간에 파괴할 수 없는 무기다. 핵무기 못지않게 적에 대한 억지력이 있어 군사 안보 질서와 전장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체인저'에 속한다는 평가도 이런 이유에서다.
초음속 무기는 중국, 러시아가 단연 선두를 달리고 미국은 이들보다 뒤처져 있다.
미국은 공중발사 극초음속 미사일 'AGM-183A ARRW'를 개발해 작년 6월 발사 시험에 성공했다. 마하 20의 극초음속으로 가속한 후 탄두를 분리하면 무동력으로 표적을 향해 활공한다.
불과 10분 이내에 지구상 모든 표적을 적의 탄도미사일 방어체계에 식별되지 않고 타격할 수 있는 성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유사시 한반도로 전개하는 B-1B 전략폭격기에 30발 안팎을 탑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B-1B에서 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테스트를 위해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JASSM·재즘)을 대신 장착해 발사에 성공, B-1B 탑재 가능성을 열었다.
미 육군도 2030년까지 장거리 극초음속 무기(LRHW)를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이 무기는 마하 5 이상의 속도로 비행할 수 있는 극초음속 활공 미사일이다. 지상의 이동식발사대(TEL)로 운용되며 1개 포대는 4개의 TEL로 이뤄지고, 발사대 1대당 2발씩 장착할 수 있다. 해군과 공동으로 '공동 극초음속 활공체'(C-HGB)를 개발 중이다.
특히 미국은 극초음속 무기가 지상 센서로는 탐지가 어렵고, 군사 위성에도 잘 포착되지 않아 이를 탐지하기 위한 우주기반 센서 개발에 나섰다. 이는 저궤도 군집위성(1차 20기·2차 150기 발사)을 활용할 계획인데, 극초음속 무기가 발사되면 저궤도의 수백 대 위성끼리 탐지 정보를 상호 교환하는 방식이다.
미국보다 20여 차례 더 초음속 무기를 시험한 중국은 '둥펑-17'을 개발했다. 핵탄두형 극초음속 활공체를 탑재해 음속의 10배를 낼 수 있고 비행 중 궤도를 수정할 수 있다.
최대 마하 10의 속도로 중국 본토에서 미국 괌 기지를 타격할 수 있어 '괌 킬러'로 불리는 '둥펑-26'도 개발했다. 2018년 8월 시험한 '싱쿵(星空)-2' 극초음속 활공체는 타격 속도가 마하 6(시속 7천344㎞)에 달한다.
최근 마하 8 이상의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치르콘' 시험 발사에 성공한 러시아는 관련 영상까지 공개했다. 이 미사일은 최대 사거리가 1천㎞에 이른다. 러시아는 치르콘 미사일을 한 차례 더 시험 발사한 뒤 2021년 또는 2022년에 수상함이나 잠수함에 실전 배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작년 12월 궤도 변칙 비행이 가능한 '아반가르드' 극초음속 미사일을 실전 배치했다. 최대 속도가 마하 20 이상으로, 모두 16개의 분리형 독립목표 재돌입 핵탄두(MIRV)를 탑재할 수 있다.
일본도 극초음속 크루즈 미사일(HCM)과 초고속 활공탄을 개발하고 있다.
올해 초 마이니치(每日)신문 보도에 2026년 육상자위대 배치를 목표로 개발되는 이 무기는 공기저항이 적은 대기권 상층에서 탄두가 분리돼 초음속으로 활공한다.
위치정보시스템(GPS)의 유도를 받아 복잡한 궤도로 비행할 능력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활공탄을 탑재하는 활공형 발사체(HVGP)는 2030년께 전력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다 일본 방위장비청이 연구 중인 '대함(對艦) 탄두'가 적용되면 항공모함의 두꺼운 갑판까지 관통할 수 있다. 2019 회계연도에 1억2천200만 달러를 초고속 활공탄에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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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항공우주탐사청은 미쓰비시중공업과 도쿄대학에 3개의 극초음속 풍동터널을 운영하고 있다.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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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부 결심하면 극초음속유도탄 신속 개발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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