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로봇, 쾌락 무기로 인간 지배할 수도
[배정원의 섹슈얼리티] 2009년 시작된 섹스로봇의 개발은 순항 중 변태적 성취향 증폭 등 부작용 우려도
“어서 일어나세요. 러브, 오늘 날씨가 아주 맑아요.” K는 아침마다 명랑하고 상냥한 아내의 목소리를 들으며 일어난다
. 식탁에 앉으면 아내는 그가 좋아하는 토마토와 셀러리를 섞어 간 신선한 주스를 가져다준다. 아침식사는 그의 건강을 위해 잘 계산되었으면서도 하나하나 그의 취향에 맞춰 조리된 것들이다.
식사와 샤워를 마치고 K는 서재로 출근해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물론 손으로 할 일은 별로 없다. K의 목소리를 알아들은 컴퓨터가 일을 잘하고 있는지 가끔 확인하는 것으로 그는 업무를 진행한다.
일을 마치면 K는 오늘 예쁜 아내와 섹스를 할 것이다. 아내의 피부는 여전히 탄력이 있고, 그녀의 신음소리는 그를 흥분으로 이끈다.
아내는 말 그대로 요조숙녀. 어떤 때는 처음 경험하는 소녀처럼 수줍어하고 서툴지만, 때로는 모든 잠자리의 기술과 체위를 아는 요부처럼 주도하며 그를 절정으로 이끈다.
어떤 성적 판타지도 아내는 수용한다. K의 아내는 정말 완벽한 여자다. 그녀는 오로지 K를 위해 태어난 사람 같다. 그녀는 SR35-C type의 ‘섹스로봇’이다.
그렇다. K의 파트너는 사람이 아니라, AI(인공지능)가 탑재된 섹스로봇이다. 실제로 2009년 시작된 섹스로봇 개발은 순항 중이며, 올해 안으로 시중에도 발매될 예정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에비스 크리에이션(Abyss Creation)의 대표 매트 맥멀린(Matt McMullen)은 ‘리얼돌(Real Doll)’이라는 섹스로봇을 올해 출시할 계획이다.
리얼돌은 특수 실리콘 재질로 외부를 제작하고, 내부는 금속 척추·갈비뼈·질·항문을 내장했는데, 1700만원 정도에 시판될 예정이라고 한다.
예쁜 젊은 여자의 멋진 외모에 간단한 대화도 가능하고, 체온과 비슷한 온도를 유지하는 히터와 사람의 터치에 반응하는 센서가 내장되어 있다.
이 회사 말고도 일본·독일·미국 등의 섹스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들은 이 사업의 유망함을 일찍이 간파하고 기술의 진화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간이 인공지능 로봇을 사랑하는 내용을 다룬 영화 《엑스 마키나》의 한 장면 © UPI 코리아
섹스로봇의 유용함은 무시할 수 없다.
일단 성격의 소심함이나, 육체적인 장애, 혹은 나이가 들어서 파트너를 구하기 어려울 때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되어 준다.
자기 자신에게 맞춤형으로 주문제작할 수 있는 섹스로봇은 단순한 섹스 파트너 역할 외에도, 이상성행동·발기부전·오르가슴 각성장애 등 성적 문제에 있어 강사나 코치가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파트너의 교체나 중복에 따른 질투와 갈등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매매춘 산업에 이용될지도 모를 일이다.
섹스로봇의 개발에 호의적인 이들은 섹스로봇이 섹스를 더 쉽고 개방적으로 만들어줄 것이라며, 특히 성매매로 인한 인권 박탈 문제의 개선, 건강상 위험으로부터의 보호, 정서적인 안정감 등을 선사할 것이라고 호언한다.
이들은 섹스로봇이 육체적·정서적·사회적으로 아주 안전한 섹스 파트너가 될 수 있으며, 로봇과의 관계를 통해 오히려 사람들에게 ‘사람과 사람 간의 사랑과 섹스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해 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단순히 수동적인 파트너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상대의 취향과 감정을 파악하고 학습하는, 이른바 진화된 인공지능이 탑재된 섹스로봇이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실제 일본의 60대 남성 나카지마 센지는 ‘사오리’라는 로봇인형과 동거 중이며, ‘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다.
또 프랑스의 과학자 릴리는 자신이 만든 로봇 ‘인무바타’와 사랑에 빠져 로봇과 결혼할 수 있는 법이 제정되면 ‘그녀’와 결혼할 것이라 밝히고 있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도 성인 콘텐츠전문 ‘속삭닷컴’이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5년 이내에 섹스로봇을 구입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40%가 넘었다고 한다.
아마도 50년 안에 섹스로봇과 동거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성상담 전문가인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솔직히 걱정이 앞선다. 성관계는 단순히 몸의 감각만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모든 존재가 소통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섹스를 하면 상대와 몸·마음·영혼이 교류하게 되고,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된다.
섹스로봇과 꾸준히 관계를 하게 되면 단순히 성행위뿐 아니라 사랑이라는 감정도 생기게 되고, 영원한 동반자로서 함께하고자 할 것이고, 심지어 재산상속도 하게 될 것이다.
인간의 매력이라고도 할 수 있는 감정과 외로움, 관계 맺기 욕구 등은 그 취약성으로 인해 섹스로봇에 의해 조종될 것이다.
또 집 안에서 미성년 자녀에게 섹스로봇이 노출될 수도 있다. 만약 청소년들이 자신의 첫 경험을 로봇과 치르게 될 경우, 이들의 사랑과 섹스에 대한 가치 및 인간관이 비현실적이 될 가능성도 높다.
섹스로봇의 중고시장이 생길 것이고, 여기에도 인간의 빈부 차이는 적용될 것이다. 자극적인 섹스를 통해 인간의 변태적 성취향은 증폭될 것이고, 결국 사람과의 교감능력은 훼손될 것이다.
더 큰 걱정은 따로 있다. 섹스로봇은 기계이기 때문에 지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리셋기능은 신선함을 더해 보다 극단적인 섹스 행태를 실현하게 할 것이다.
쾌락의 끝을 보게 하는 것이다. 인간의 끝없는 욕망은 리셋기능에 레벨업 기능까지 더할 것이다.
사람이 섹스로봇의 성능을 따를 수 없을 테니, 결국 남자들은 자기 파트너에 맞추어 로봇성기와 같은 또 다른 극단적인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인간 자체가 사이보그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는 여성도 마찬가지다. 영화 《AI》에서 섹스로봇 지골로 조가 그의 고객에게 말한 것처럼 “섹스로봇을 경험하면 다시는 인간 남자와 섹스를 하지 못할 것”이다. 이외에도 수많은 사회문제를 양산할 수 있다.
사람 사이의 성관계는 열종(劣種)의 인간들이 태어나는 통로이고, 인공수정은 우성의 인간들을 만들어내게 된다는 영화처럼, 결국 기계의 진화는 사람을 그들의 하부계층, 혹은 노예화하게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성욕을 해소하기 위해 인간들은 섹스로봇을 만들었지만, 그 섹스로봇은 쾌락을 무기로 인간을 지배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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