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경 입력 2019.09.17. 18:03
◆ 미세먼지 이중규제 ◆
국내 최대 국가산단에 위치한 A사에서 안전환경 관련 책임을 맡고 있는 B상무는 "미세먼지 종합대책이 나온 2017년 9월 이후부터 2020년까지 조 단위 환경 설비 투자가 집행된다"며 "환경 규제가 매년 강화되다 보니 이제 와서 설계를 변경할 수도 없고 정말 큰일"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 2017년 9월 미세먼지 종합대책이 나온 이후 환경 규제 강도가 세진 것은 물론이고 속도도 빨랐다. 오염물질에 대한 농도 규제는 대기 배출 허용 기준이 평균 30% 강화됐고, 사업장의 대기오염물질 총량제도 수도권 외로 확대됐다.
석탄발전 단축·기체연료 의무 사용 등 비상저감조치도 실시됐다. 질소산화물을 내뿜는 시설에 대해서는 기본부과금이 신설됐고, 내년 4월부터는 대형 사업장에 설치된 굴뚝자동측정기기에서 실시간 측정 결과가 공개될 예정이다.
불과 2년 만에 이 모든 규제가 쏟아졌다.
개정안에 따르면 '총량제 대상 사업장 특례폐지'가 기업들에 가장 큰 타격이다. 기존 총량제 대상 사업장으로 배출영향분석이 면제됐던 기업들이 특례폐지로 배출영향분석 의무 실시 대상이 되면 이들 기업에 적용되는 배출 기준이 현재보다 2~3배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염물질에 대한 양과 농도에서 동시에 강도 높은 규제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총량제는 양을 규제하지만 배출영향분석은 농도를 규제한다. 쉽게 말해 공장의 모든 굴뚝이 오염물질을 최대로 배출한다고 가정하고 주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해보는 것이다.
실제 배출에 상관없이 배출 농도를 모델링해 계산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 수치에 따라 기업들은 배출률을 낮춰야 한다.
내년부터 총량제 확대 적용 대상이 된 여수·울산·온산·대산석유화학단지를 비롯해 당진의 제철·화력발전소, 포항·광양제철소 등 정유·철강·발전·석유화학 주요 기업은 대부분 사업장에서 주변 지역에 미치는 배출 영향이 높게 나올 것으로 추정된다.
대형 산단에 위치한 대표적인 '굴뚝기업'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 기업이 똑같은 기준으로 배출영향평가를 받게 되면 통합환경관리법에서 정한 최대치인 '한계배출 기준' 또는 '엄격한 한계배출 기준'을 적용받을 가능성이 높다.
정유업체 C사에서 일하는 환경 담당 임원 D씨는 "대기환경보전법상 현재 정유업계 배출 기준은 100PPM인데 2020년부터는 50PPM으로 낮아져 올해 3000억원을 들여 먼지저감장치를 설치하고 있다"며 "그런데 내년 배출영향분석을 받아 통합환경관리법상 엄격한 한계배출 기업으로 선정되면 배출 기준을 24.5PPM까지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현재 저감기술 설비로는 통합환경관리법에서 정한 한계배출 기준을 충족할 수 없다는 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외국에서도 국내처럼 통합환경관리법과 함께 총량규제를 실시해 오염물질 양과 농도를 동시에 규제하는 경우는 일부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실제 일본은 통합법은 시행하지 않고 총량제만 시행하고 있으며, 미국은 통합법은 시행하되 환경 기준 초과 지역만 총량제를 실시하고 있다. 환경 규제가 강한 유럽연합(EU)에서도 통합법과 총량제를 동시에 시행하는 국가는 스웨덴 등 일부에 불과하다.
외국에 여러 개 사업장을 갖고 있는 철강업체 A사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 B상무는 "국내 사업장은 2020년 강화된 대기환경보전법 배출 기준에 맞춰 설비 투자를 시행 중이지만 여기서 더 강화된 통합환경관리법 개정안을 현재 기술로 맞출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2017년 환경 시설 투자를 할 때도 외국 사례가 없어 결과가 불투명한 상태로 시작했는데 앞으로는 투자가 정말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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