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 기자 입력 2019.02.24. 10:45
어제(23일) 또 중국 군용기가 한국의 방공식별구역인 카디즈(KADIZ)를 침범했습니다. 중국 군용기가 카디즈를 자주 넘나들었지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울릉도와 독도 사이 하늘을 훑고 날아갔습니다.
중국 군용기의 카디즈 침범 목적은 무엇일까요? 일단 카디즈 침범 공식 한 가지는 뚜렷합니다. 중국 군용기는 월말에만 카디즈를 침범합니다. 항적도 큰 틀에서 비슷합니다.
중국 군용기는 카디즈와 맞닿아 있는 일본의 방공식별구역 자디즈(JADIZ)도 함께 월선하는데 침범의 정례화를 통한 세력 확장 의도는 분명해 보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한미일의 항공, 해상 세력의 정보도 축적할 수 있습니다.
방공식별구역이 국제법상 구속력이 없어서 중국 군용기의 카디즈 침범을 물리적으로 막을 길은 없습니다. 하지만 침범이 잦아질수록 군사적으로 중국 측에게 유리해집니다. 강력한 중국과 일본의 틈바구니에 낀 한국, 동아시아의 지정학은 언제나 엄중합니다.
● 중국 군용기의 카디즈 침범 '월말' 공식
정찰기로 추정되는 중국 군용기가 어제 오전 8시 3분쯤 이어도 서남방에서 카디즈로 진입했다가 8시 27분쯤 이어도 동방으로 이탈했습니다. 이어 일본의 자디즈 안쪽으로 비행하더니 9시 34분쯤 포항 동방 카디즈로 재진입했습니다. 이때 울릉도와 독도 사이 하늘길을 통과했습니다. 올 들어 중국 군용기의 첫 카디즈 침범 비행입니다.
작년에는 8차례 침범했습니다. 카디즈 침범일은 가까운 순으로 작년 12월 27일, 11월 26일, 10월 29일, 8월 29일, 7월 27일, 4월 28일, 2월 27일, 1월 29일입니다. 어제까지 모두 월말에 침범했습니다. 우연의 일치라기보다는 중국이 의도적으로 침범 일정을 맞춘 걸로 보입니다. '월말 선호' 의도는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보통 한번 비행에 카디즈를 2~3회 침범합니다. 제주도와 이어도 주변, 그리고 포항과 강릉 동쪽 울릉도 주변에서 침범하는 게 기본 항적입니다. 합참 고위 관계자는 "우리 군은 국제법에 저촉되지 않은 범위 안에서 최상의 대응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군용기가 카디즈 가까이 오면 우리 공군 전투기가 출격해 추적 및 감시 비행을 합니다. 또 직통망을 통해 "카디즈에서 이탈하라"는 경고통신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방공식별구역은 영공과는 다른 개념의 공역(空域)입니다. 괴이한 항적을 조기에 식별해서 영공 침범을 막기 위해 국가별로 '임의로' 설정하는 구역입니다. 이어도 주변에는 한중일 방공식별구역이 중첩된 곳도 있는데 한중일 항공기가 그쪽 하늘로 날아가면 서로에게 "나가라"고 경고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 중국의 카디즈 침범 의도는?
중국은 도련선이라는 해상 방어 개념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1982년 중국군 해군사령관 류화칭이 공포한 방어선입니다. 섬들을 사슬처럼 이은 가상의 선으로 제1 도련선은 오키나와에서 타이완, 필리핀, 보르네오로 이어집니다. 제2 도련선은 오가사와라에서 괌, 사이판, 파푸아뉴기니를 잇는 원양입니다. 미국에 대항해 태평양을 독점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중국 군용기의 카디즈 침범은 제1 도련선의 북서 외곽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례적으로 침범을 합니다. 합참 고위 관계자는 "침범과 현시(顯示)를 정례화함으로써 이 지역으로 세력을 확장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한국 정부의 반발과 항의에 귀 막고 꾸준하게 침범하면서 중국 군용기의 하늘길로 사실상 굳히겠다는 겁니다.
또 중국 군용기의 출몰 구역은 한일 해상과 항공 세력이 집중돼 있고 지상의 감시망도 미치는 곳입니다. 미 태평양 함대의 앞마당이기도 합니다. 미식별 비행체가 나타나면 한미일 세 나라의 온갖 탐지 장비들이 빔을 조사(照射)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중국은 한미일 탐지 장비의 데이터를 축적하는 이득을 챙길 수 있습니다.
레이더 조사 문제로 한일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달 말, 우리 군은 중국 군용기가 출몰할까 봐 잔뜩 긴장했습니다. 동해와 남해에서 일본 초계기가 출현하면 수칙에 따라 엄정 대응키로 했는데 월말이 되면서는 중국 군용기의 카디즈 침범이 우려됐기 때문입니다. 군은 한중일 삼국의 군용기와 함정이 얽히고설키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하늘과 바다를 예의 주시했습니다.
다행히 지난달에는 중국 군용기가 카디즈 근처에 얼쩡거리지 않았습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바다와 하늘은 이렇게 뜨겁습니다. 중국이 잠잠하면 일본이, 일본이 조용하면 중국이 휘젓고 다니고 자칫 우발적 충돌로 비화할 수 있는 군사적 열점(熱點)입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딱 끊은 요즘, 민군(民軍)이 머리 맞대고 동아시아 안보를 논할 적기입니다.
김태훈 기자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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