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군사력 증강
중국의 군사력에 대한 본격적 평가는 이 책에 나와 있지 않고, 다만 몇 가지 측면을 살펴보고 있다. 자세한 것은 차후에 무기체계나 동아시아 군사력에 대해 연구할 때 정리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책에 나오는 내용들을 간단하게 정리함.
한 군사전문가에 따르면 중국 해군은 1990년대 말 이후 현대식 구축함과 잠수함 등을 획득했고, 수륙양용 전투단과 항공모함도 구비했다. 같은 기간 중국 공군은 700대의 '4세대 플러스' 전투기, 300대의 Su-27과 Su-30MKK 전투기, 그리고 J-11 전투기 100대 등을 획득함으로써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선진 전투기를 구비하게 되었다. 중국의 군사력이 증강되었다는 사실은 미국 국방부가 해마다 의회에 제출하는 보고서에서도 확인된다. 가령 2011년 판 미국 국방부의 중국 군사력 평가에 따르면 중국군은 ① 해군 함정 전력, ② 잠수함 전력, ③ 공군력, ④ 항공방어(미사일) 전력 등에서 꾸준하고도 지속적인 현대화를 이룩했다. 이 가운데서도 잠수함 전력과 미사일 전력에서의 현대화 수준이 빠르게 제고되었다.
54~55
▶ 잠수함 전력(55)
60여 척의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5척이 핵 공격 잠수함이고 4척이 탄도미사일을 장착한 핵 추진 잠수함이며 나머지는 디젤 잠수함이다. 특히 미국 서부 지역까지 도달할 수 있는 사정거리 7000km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쥐랑 2호(JL-2)이 진급(晉級) 최신형 핵잠수함을 취역시킬 것으로 예상된다(책에는 2014년 취역 예정이라고 되어 있는데 현재 JL-2가 시험발사에 성공한 것인지는 확인이 안 된다. 아마 2011년 미국 국방부 보고서를 기준으로 하는 듯. 위키백과 참고).
▶ 미사일 능력(55)
'항모' 킬러로 불리는 둥펑(DF)-21D 대함탄도미사일은 미국과 일본의 대형 함정이 중국 연안에 접근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기여한다. DF-31을 개량한 DF-41은 사거리 1만 2000km에 10개의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다핵탄두 미사일(MIRV)로 유럽과 미국 서부해안을 사정권에 둔다(MIRV는 탄도탄 요격 미사일ABM을 무력화하기 위해 고안된 수단).
그 외에도 중국은 2007년 1월 860km 상공의 기상위성을 탄도미사일로 폭파하는 실험에 성공함으로써 세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또 2011년 1월에는 J-20 스텔스 전투기 시험비행을 실시했고 같은 해에는 우크라이나로부터 구입한 항공모함을 개조한 랴오닝호의 시험 운행을 개시한 바 있다(56).
2. 의도 또는 목적
"지금까지 중국의 군사력 증강은 대만 사태를 비롯한 연안에서의 유사 사태에 대응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다시 말해 중국의 군사력은 근해에서 작전하는 능력을 구비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여기에 더붙여 최근 중국의 군사력 증강은 미국의 개입에 대응하는 군사능력을 제고하는 데 또 다른 목표를 두고 있다(56).
잠수함과 미사일 능력을 제고시키고, 우주 프로젝트와 베이더우 시스템(중국판 항법체계) 구축을 통해 위성정찰과 통신 능력을 제고시키며 나아가 위성파괴와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을 증강시키는 것은 "미국의 개입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고시키는 데 기여한다(56)."
이를 중국에서는 반개입이라 부르고, 미국에서는 반접근/지역거부(A2/AD)라고 부른다. "미국의 항모전단이 중국 연안 가까이에 접근하는 위험이나 비용을 제고시킴으로써 미국이 전장을 지배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초점이 있다(57)."
해양통제 전략의 일종으로 '해양거부(sea denial)'라 볼 수 있다. 해양거부는 "적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그들의 해양 사용을 방해하는 행위나 전략. 혹은 그를 위한 능력(박창희, 『군사전략론』, 272)"으로 제해권을 완전히 장악하기 힘든 국가가 채택하는 소극적 방식의 해양통제 전략이다. 중국은 "잠수함 전력이나 육상에 배치된 대함미사일에 효과적인 해양 감시체제를 결합함"하고 진입비용을 제고시켜, 미국이 중국 연안에 자유롭게 접근하고 작전을 수행하지 못하도록 하려 한다.
참고 - 이명박 정부 시절 한국의 요청에 따라 미국의 항모 조지워싱턴 호가 서해에 입항 하려다가 미국과 중국이 외교·군사적 갈등을 빚은 적이 있었다. 우습게도 정작 조지워싱턴 호가 서해로 들어오려 하자 한국 정부는 미국에 조지워싱턴 호가 서해로 들어오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했고 이것은 다시 한국과 미국 간의 갈등으로 비화되었다(미 8군 사령관과 해군 제독이 이때문에 심하게 빡쳤다고). 처음 요청은 북한의 위협 때문에 무력 시위를 위한 것이었는데 후에 거부한 것은 G-20 정상회의 때문에 중국의 협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명박 정부는 조지워싱턴 호의 서해 진입이 그저 북한에 위협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지 이처럼 큰 문제가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 같다.
비록 중국이 항공모함 등을 통해 "일부 영역에서 자국의 힘을 원거리로 투사하는 능력(57)"을 획득한 것도 사실이지만, 중국의 의도는 어디까지나 미국의 군사력이 자국의 연안에 접근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아마도 19세기와 20세기 제국 열강들에 의해 연안이 침략당하고 그것이 중국의 분열을 가져왔다는 역사적 인식이 그러한 중국의 반개입 전략을 도입하게 된 동기였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중국은 "미야코 해협을 위시한 태평양으로 진출하기 위해 이용할 수 있는 모든 해협을 통해 태평양으로 진출함으로써 제1열도선을 돌파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57).
이러한 중국의 능력과 의도가 과연 현상타파적인 것인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중요한 것은 스웰러가 강조했 듯 국가의 이익(또는 그 국가의 성향이나 목표)을 명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정책을 세우는 것인데, (현재로서는) 중국의 자국 군사력의 원거리 투사 능력은 현상타파적인 것보다는 유사시를 대비하는 현상유지적 성향이 더 강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해양전략이 전통적으로 팽창적인 것이었던 것에 비해(그러나 현상유지적 성향이 더 강한 것 같다) 중국의 해양전략은 어디까지나 자국의 근해를 보호한다는 데 더 집중이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중국 해양력의 원거리 투사 능력은 '포위를 대비한 비상시의 능력'이라고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3. 한국: 고래에게는 작은 물결, 새우에게는 해일
물론 그렇다고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원거리 투사력의 제고에 대해 안심할 수는 없다. 국가의 목표나 성향은 (스웰러가 주장한 것과는 다르게) 힘의 증가와 함께 변화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경제발전에 주력하는 중국이 현재로서는 현상유지적 성향을 보인다고 해도 만일 미국의 힘이 쇠퇴하고 중국이 미국의 군사력과 대등한 힘을 갖게 된다면, 과거처럼 중화주의에 기반한 팽창적 목표를 가질 수도 있는 것이다. 더구나 미국에게 적용되는 중국의 힘이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체감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고래에게는 하찮은 작은 물결이 새우에게는 엄청난 파도를 불러오는 해일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과거처럼 동아시아 패권을 추구하게 된다면(현재로서는 불확실한 시나리오다), 과거 역사적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중국의 해양 전력은 한반도 침투시 지상 전력과 함께 수륙병진 작전에 이용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대만에서 유사 사태가 발생하고 미국과 중국의 군사력이 직접적으로 충돌하는 상황이 되면 한국도 사태에 연루될 가능성이 크고 그럴 경우 중국의 근해 작전 전력들은 곧바로 한반도를 향한 칼이 될 수 있다. 한국의 국방과 안보 문제를 북한만이 아니라 보다 더 넓게 보고 대비할 필요가 있는 이유이다.
또한 어느 국가도 단 하나의 목표에 따라 행동하지는 않는다. 어떤 하나의 행동은 두 가지, 혹은 그보다 많은 목적을 지향하는 행동일 수 있다. 그리고 방어용 무기와 공격용 무기는 명확히 구분이 되지 않는다. 방어용의 무기라고 해도 언제라도 공격을 위한 무기로 사용될 수가 있다(미어세이머의 가정처럼). 방어용 무기로 제작이 되었다고 해도 최소한의 공격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미군의 개입을 막기 위해 증강된 중국의 군사력(항공기와 항공모함, 잠수함과 대함미사일, ICBM, SLBM 등)은 곧바로 한반도에 대한 공세적 전력으로 전환될 수 있다.
그것이 우리로서는 어려운 지점이다. 분명 현재 중국의 의도는 미군의 개입을 저지한다는 방어적이고 소극적인 측면이 강하더라도, 어디까지나 미국에 국한된 이야기다. 그렇다고 중국의 군사력에 대한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 또한 좋지 않다. 과도한 군사력 확장은 군비경쟁과 안보딜레마의 원인이 되고, 중국의 위협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중국에 대해 과도한 견제를 한다면 중국 또한 위협을 느껴 군사력 증강에 더욱 힘을 실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로 인한 미국과 중국(+러시아) 간의 긴장도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다. 외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 우리를 위협하는 중국의 군사력에 대해 우리도 충분한 대비를 해야 하지만 '군사만능주의'는 언제나 안보를 저해한다. 북한만을 바라보고, 북한에 대해서만 국가 안보 전략을 짜는 근시안적이고 편협한 인식도 개선이 되어야 한다.
미국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파트너임을 분명하지만 미국에만 매달리며 외길의 노선을 따라가는 것은 오히려 우리 안보를 저해할 수도 있는 외통수인지도 모른다. 영리한 토끼는 굴을 여러 개 판다고 한다. 기회주의적 외교와 안보가 아니라, 폭 넓은 선택지를 가질 수 있는, 다양한 행위자들로부터 환영을 받을 수 있는, 영리한 외교와 안보 전략이 필요한 시기이다.
참고 - 고구려와 고려가 강했던 점은 영토를 침범한 적에 대해서 응분의 대가를 가했다는 점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고구려를 침범한 당태종 이세민은 전투 도중 눈에 화살을 맞고 한 쪽 눈을 잃었다. 북에서 송을 위협하던 거란족의 요는 고려 침공을 실패함에 따라 큰 국력을 손실하고 새롭게 부상하던 여진족들에게 밀려났다.
그에 비하면 조선은 국토를 침범한 적들을 힘 없이 보내버릴 때가 많았다. 태종 때 대마도 정벌을 제외하면 조선 침략은 적들에게 '남는 장사'였다(대마도 정벌도 왜적들에게 가한 고통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광개토대왕의 광대한 영토 확장 사업을 통해 가슴 벅찬 감동을 느끼는 이들도 많겠지만, 우리 국방의 최우선의 목표는 이러한 능력, 즉 일단 우리 영토를 침범한 적은 누구든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능력을 강화하는 데 둬야 하지 않을까.
현재 북한이 미군에 대해 사용하는 억제 전략을 '징벌적 억제전략'이라 한다. 비록 승리하지 못할지라도 상대방으로 하여금 전쟁의 비용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려 전쟁 자체를 결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도 그 비슷한 전략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한반도에 발을 들여놓은 자들이라면 최소한 성한 몸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명확히 해줘야 할 것. 상대방이 겪을 고통을 최대한으로 올리는 것이 바로 억지력을 제고하는 방안이다.
혹자는 전쟁을 두려워 하면 평화를 얻을 수 없다고 한다. 나는 그 말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전쟁은 두려워하되, 정말 싸워야 하는 순간이 오면 뒤를 돌아보지 말고 상대에게 (목숨을 끊는 것까지 포함해서) 최대한의 고통을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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