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현 기자 입력 2018.12.23. 12:30
(세종대왕함=뉴스1) 성도현 기자 = 2008년 12월 실전배치된 국내 첫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DDG·7600톤급)'이 22일로 취역 10년을 맞았다. 10년간 우수한 작전능력으로 안보의 핵심전력으로 평가받는 군함이다.
SPY-1D 레이더 기반의 이지스 전투체계를 탑재해 유도탄과 항공기 등 공중 표적을 최대 1000km 밖에서 탐지하고 1000여개의 표적을 동시에 탐지·추적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배 안에서 22시간 생활…좁고 흔들려 난감한 상황
기자는 지난 20~21일 1박2일간 세종대왕함에 탑승해 승조원 체험을 했다. 경남 진해항에서 출발해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에 도착하기까지는 꼬박 22시간이 걸렸다.
세종대왕함에 올라 휴대전화를 반납하고 무선인식시스템(RFID)이 적용된 목걸이를 받았다. 함정에 타는 대원들처럼 휴대전화는 쓸 수 없으며 함부로 움직이면 실시간 위치가 추적된다.
기자에게 배정된 방은 제11승조원실, 15명이 화장실 1개와 세면대 2개를 함께 써야 했다. 예비군 8년을 거쳐 민방위 1년 차인 기자에게는 10년 전 훈련소 시절이 떠오를 정도였다.
방 안에는 철로 된 3층 침대가 5개 배치돼 있었다. 사람 한 명이 다리를 뻗으면 꽉 차는 좁은 공간에서 잠을 자야 하는 상황에 처하자 숨이 턱 막혔다.
출발하기 전 흐린 날씨였지만 기상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배를 타고 바다로 향할수록 상황은 달랐다. 세종대왕함은 평균 20노트(37km/h)로 움직였는데 파도 탓에 속이 울렁거렸다.
휴대전화가 없으니 배 안에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사전에 이 사실을 알았으면 노트북에 영화나 드라마라도 저장해 왔을텐데 뒤늦게 이를 알고 나서 가슴을 쳤다.
잠을 청하려고 누우면서도 3층에서 떨어질까봐 조마조마했다. 뒤척이다가 잠시 잠이 들었지만 쉴새없이 군함을 치는 파도 탓에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다음날 아침, 이어도 근해를 지난 세종대왕함은 제주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최대 속도에 근접한 33노트(61km/h)로 움직이자 멀미는 더 심해졌다. 이후 마침내 땅을 밟았다.
세종대왕함 장병들은 한번 출항하면 15~20일을 배에서 보낸다. 좁은 공간을 하루종일 돌아다니고 1평(3.3㎡) 정도의 공간에서 잠을 잔다. 흔들림은 익숙해져야 하는 운명같은 것이다.
◇휴식 보장·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밥도 맛있어"
올해 1월 입대해 세종대왕함에 배치된 원형석 상병(20)은 9개월째 조리병으로 일하고 있다. 원 상병을 포함해 병(15명)·부사관(2명) 등 17명이 280명 승조원의 식사를 책임진다.
아침 식사 준비로 바쁜 원 상병을 21일 오전 승조원 식당에서 만났다. 원 상병은 장병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힘든 것도 사라진다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세종대왕함은 승조원 식당(병사 및 중·하사)과 사관 식당(장교), 상·원사 식당 등 3개의 식당이 있다. 조리병들은 부사관의 관리 하에 야식을 포함해 하루 4끼 식사를 준비한다.
기자는 1박2일간 세종대왕함에서 지내며 저녁과 아침 식사를 했다. 이른바 '군대 짬밥'을 생각했던 기자는 그 맛에 놀랐다. 한 장교는 "3500원이지만 노동력 등을 고려하면 실제 6500원 수준"이라고 했다.
저녁 메뉴로는 백미밥에 돈육김치찌개, LA갈비, 치즈스틱, 새우소금구이, 감자만두, 연어샐러드, 배추김치에 파인애플이 후식으로 나왔다.
다음날 아침 메뉴로는 백미밥에 소고기미역국, 어묵야채볶음, 스팸구이, 게맛살계란찜, 브로콜리초회, 배추김치, 조미김에 우유가 나왔다.
원 상병은 "처음에는 배 근무가 많이 힘들고 어려웠지만 이제는 적응해서 괜찮다"며 "다른 배를 타는 동기들과 비교하면 세종대왕함 밥이 훨씬 맛있다. 조리병으로서의 자부심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세종대왕함이 속한 해군제7기동전단은 1함대와 함께 병사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 시범부대다. 배가 바다에 떠 있는 동안에는 휴대전화를 반납해야 하지만 정박시 일과 후(오후 6~10시)에는 쓸 수 있다.
원 상병은 "부모님 및 친구들과 전화나 SNS를 통해 연락한다"며 "밖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고 주변 사람들한테 내 소식을 전할 수 있어 사회와 동떨어지지 않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여군이라 불편한 점 없어…CCTV·도어락 등 갖춰"
"불편한 점이요? 딱히 없어요" 세종대왕함에서 무장 업무를 맡고 있는 박채은 하사(22)는 배에서 생활하는데 있어 여군이라서 힘든 점은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 하사는 1년6개월째 세종대왕함에서 일하고 있다. 포 정비와 탄약고 관리 등 남자가 주로 할 것 같은 일인데도 거뜬히 해내고 있다. 그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늘 긴장 상태로 일한다.
박 하사는 일과 후에는 체력단련실에서 유산소 운동을 주로 한다. 폐쇄된 공간에서 일하다보니 체력 소모가 큰데 이를 보완하고자 꾸준히 몸관리를 한다. 덕분에 체력급수는 늘 1급을 유지한다.
그는 최근에는 정보처리기능사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다. 박 하사는 "배를 타면 모든 승조원들이 휴대전화를 반납해야 한다"며 "심심해도 일 및 자기계발에 집중할 수 있어서 장점이 더 많다"고 강조했다.
박 하사는 "처음에는 남군 비율이 높아 불편할 줄 알았는데 시설도 잘 돼 있고 배려를 많이 해준다"며 "남군과 똑같이 훈련도 받고 남녀차별이 없어서 좋다"고 말했다.
세종대왕함 승조원 280명 가운데 여군은 약 10%다. 국방부는 '국방개혁 2.0'에 따라 2022년까지 8.8% 이상 단계적으로 여군 비율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이를 웃도는 수준이다.
전기부사관으로 발전기 관리 등을 담당하는 A 중사는 "여성 숙소는 12인실이 있고 6인실이 있는데 입구에 폐쇄회로(CC)TV가 배치돼 있고 도어락도 있다"며 "여군에 대한 배려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1년11개월 세종대왕함에서 근무한 A 중사는 폐쇄적인 군 문화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배 밖에서 일할 때 두발과 복장 제한 등도 심했는데 완화하는 등 복무 여건이 많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A 중사는 "몇 년 전만 해도 여군이 근무를 할 때 실수하면 질타하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지금은 여군도 많아지고 분위기가 좋아져서 일할 맛이 난다"고 말했다.
dhspeop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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