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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개발 발사체 엔진·위성 잇단 성공..예비 공학자에게 희망 줘 기뻐"

新소재,新 과학

by 석천선생 2018. 12. 13.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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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호 입력 2018.12.13. 05:01 

      

'항공우주시대' 첫 발 뗀 임철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누리호 시험발사체, 천리안2A호 등
일주일새 우주 미션 세차례 모두 성공
남은 임기동안 위성 6회 추가 발사 계획

[대전=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최근 연이은 발사 성공을 통해 우주공학자를 꿈꾸는 우리나라의 학생들에게 일정 부분 비전을 제시해 줄 수 있어 기쁩니다.”

임철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이 대전 본원 집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항우연.
최근 잇따른 우리나라 우주 개발 성과의 중심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이끌고 있는 임철호(66·사진) 원장은 “아직은 열악한 우리나라 항공우주산업 생태계에서 이번 같은 이벤트들이 청소년들에게 꿈을 심어 줄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산하의 항공우주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 연구기관으로 항공기, 인공위성, 우주발사체 등에 대한 연구·개발(R&D)과 정책을 수행한다. 
        

◇항공우주산업 5대 주요 산업에 비해 규모 ‘미미’

우리나라는 지난달 28일 누리호 엔진 시험발사 성공, 지난 4일 100kg급 차세대소형위성 1호와 5일 정지궤도복합위성 2A호(천리안 2A호) 성공까지 일주일 새 세 차례에 걸친 우주 미션들을 모두 성공리에 끝냈다.

임 원장은 “우리나라의 전체 국내총생산(GDP) 1조7000억 달러에서 전자, 자동차, 철강, 조선, 석유화학 5대 주요 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항공우주산업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라며 “항공사들을 제외하고 순수 항공우주 산업체 규모만 따지면 100억 달러도 채 안 되며 회사도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임 원장은 “학생들이 취직이 잘 안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항공우주공학과를 택하는 학부생들의 수가 점점 줄고 있다”며 “항공우주 분야에 대단한 열정을 가진 극히 소수의 학생에 기대서는 우주산업에 대한 미래도 없다”고 강조했다. 인재 양성을 위해선 관련 산업 활성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얘기다. 아직 우리나라의 관련 산업 기반이 미약한 상황에서 다행히 이번에 우주개발에서 잇따라 성과가 나와 학생들에게 일정 부분 희망을 제시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임 원장은 “항공우주 인재를 키우려면 ‘뭔가 멋있다’는 생각만으로는 부족하고 ‘취업이 잘 되고 돈도 많이 번다’는 식의 유인책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그런 것들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만 이번 같은 성공들이 학생들에게 이 분야에 오면 ‘뭔가 재밌겠다’는 생각이나 이 일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심을 갖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언급했다.

◇세계 7번째 75t급 중형 액체 엔진기술 보유국 올라

임 원장은 누리호 시험발사체와 천리안2A호 발사 성공에 대해 첫 국내 독자 개발로 이뤄낸 성과라는 점을 역설했다. 임 원장은 누리호 시험발사체 발사 성공에 대해 “누리호 시험발사체에 탑재된 75톤급 출력을 갖는 중대형 액체엔진은 국내 기술로 처음 개발한 것으로 미사일에 주로 쓰이는 고체로켓에 비해 시스템이 복잡하지만 산소와 연료를 적절히 배합함으로써 통제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누리호 시험발사체 발사 성공으로 세계에서 7번째로 75톤급 중형 액체 엔진 기술을 보유한 국가가 됐다.

기상관측위성 천리안2A호 발사 성공에 대해서도 임 원장은 “탑재체를 제외하고 본체와 지상국 소프트웨어는 모두 국내 자체 개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얘기했다. 천리안 2A호는 순수 국내 기술로 본체의 설계부터 조립, 시험까지 완성한 ‘토종 정지궤도 위성’이다. 현재 이 같은 정지궤도 위성 기술력을 가진 나라는 미국·유럽연합(EU)·일본·인도·중국·러시아·이스라엘 등 7개국 정도에 불과하다.

임철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이 대전 본원 집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항우연.
임 원장은 우주개발을 세 단계로 제시하며 우리나라도 초기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임 원장이 얘기한 우주개발의 첫 번째는 인공위성과 발사체 개발이고 두 번째는 이의 활용 단계며 세 번째는 화성 등 다른 행성으로 진출하는 수준이다.

임 원장은 “인공위성을 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면 일단 우주개발 초기 단계는 진입했다고 볼 수 있는데 우주에 올라가서 무엇을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최근에 미국 등에서는 우주를 이용해 돈이 될 만한 사업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임 원장은 이에 대해 세계 민간 우주개발의 중심지로 떠오른 미국 캘리포니아주 모하비 사막의 모하비 항공우주공항(Mojave Air and Space Port)을 예로 들었다. 그는 “우주를 이용해 돈을 벌려고 가장 노력하는 곳이 모하비인데 이곳에 있는 수십 곳의 벤처기업 중 영국 상업우주여행사 버진 갤러틱사의 민간 우주선 ‘스페이스십2’가 20~30분의 우주여행에 20만~30만 달러를 받음에도 많은 사람이 몰리고 있다”며 “처음에는 우주에서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는데 이제는 돈이 되니까 우주에 장례식장을 짓겠다든지 호텔을 건설해 신혼여행을 우주에서 보내게 하겠다든지 인공 별똥별을 뿌려주겠다든지 하는 회사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 원장은 본격적으로 우주를 이용하는 사업들이 활성화되기 위한 조건으로 경비 절감을 들었다. 그는 “라이트형제부터 시작해 백 년도 안 돼 1960년대 처음 사람이 우주에 올라갔고 2030~2040년이 되면 비행기 타고 해외에 나가듯 우주여행을 다니게 될 것”이라며 “다만 가격이 싸져야 사람들이 자유롭게 우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탄소나노튜브를 활용한 우주 엘리베이터처럼 어떻게 저렴하게 우주를 갈 수 있는가 하는 연구들이 경쟁적으로 이뤄질 것이고 그게 잘 되면 전기를 만들거나 헬륨 등 자원을 채취하는 등의 개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원장이 제시한 우주개발 마지막 단계는 화성 등 지구 밖으로의 이주 단계다. 최근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선 ‘인사이트(InSight)’호가 화성에 무사히 착륙해 화성 내부탐사에 돌입한 가운데 임 원장은 “나사가 예상한 대로 오는 2030년께면 화성에 처음으로 인류가 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우리나라도 장기적으로 오는 2030년께면 달에 가고 2035~2040년께는 소행성까지 가는 계획을 갖고 있고 선진국들과 공동으로 그런 프로그램들에 참여해 같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취임해 오는 2021년 1월까지 3년의 임기 중 2년가량이 남은 임 원장은 2년여 동안 앞으로 6번의 추가적인 위성 발사를 앞두고 있다. 천리안2B호, 차세대중형위성 2기, 다목적실용위성 6·7호, 시험용 달 궤도선까지 정신없이 챙겨야 하며 퇴임 직후인 오는 2021년 2월 첫 본발사가 예정된 누리호 개발까지 사실상 마무리 지어야 한다. 임 원장은 “먼저 현안인 누리호를 2021년 발사할 수 있도록 잘 만들어 주는 게 큰 일이고 개발 중인 인공위성 6개도 하나하나 중요하기 때문에 제대로 챙기겠다”며 “또 요즘 이슈인 차세대 개인용 자율항공기(PAV) 같은 경우 조만간 항공 기업 한 곳, 자동차 기업 한 곳과 함께 공동 연구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연호 (dew901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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