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현 기자 입력 2018.10.14. 12:21 수정 2018.10.14. 12:54
(인제=뉴스1) 문대현 기자 = "탕, 탕"
"경상, 경상…사망, 사망"
산 전체를 휘감는 총성 소리가 몇 차례 강하게 귀를 때린 순간, 왼팔에 부착된 개인용 감지기에서 상태를 확인해줬다. 모의전투를 시작한지 20분이 채 안 된 시각 맞은편에서 철저히 몸을 숨기며 우리 진영으로 넘어온 대항군에 맞서 싸우다 장렬히 전사하게 된 순간이었다.
기자를 비롯해 훈련 중 전사자들은 들것에 몸을 실어 태극기를 몸 위에 덮는 영현 체험을 하기 위해 영현 가방으로 이동했다. '병정놀이'인 줄 알고 시큰둥하게 시작했지만 막상 전장을 체험하다 전사하니 적을 이기지 못했다는 분한 '군인 정신'이 불끈 솟았다.
◇'피 흘리지 않는 전투체험'…훈련장 면적, 여의도의 41.6배
11일 오전 11시. 과학화전투훈련에 참여하기 위해 취재진이 강원도 인제에 위치한 육군 과학화전투훈련단을 찾았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부대 앞 능선에 한 글자씩 쓰여진 '피 흘리지 않는 전투체험'이라는 표지판이었다.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리자 북한 인민군 육군을 완벽하게 묘사한 전문 대항군 부대원들이 오늘의 전투를 준비 중이었다. 훈련임에도 결연해 보이는 군인들의 표정과 전차의 모습을 보니 실제 전장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본격적인 전투에 임하기 앞서 한경록 과학화훈련단장(준장)을 만나 부대에 대한 소개를 들었다.
2002년 4월 대전에서 창설된 육군 과학화전투훈련단(과훈단)은 그해 10월 강원도 인제로 이동했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 78개 중대 전투훈련을, 2005년부터 2012년까지 124개 대대 전투훈련을 실시했다.
이 가운데 2010년 10월부터 부대개편 사업을 추진했고 2015년 4월에는 전문대항군연대를 창설했다. 이후 부지매입, 시설공사, 중앙통제장비체계 개발사업 등을 통해 지난 7월부터 여단(연대)급 전투훈련을 시작했다.
훈련장 규모는 약 3652만 평이며, 이는 여의도 면적의 41.6배다. 전 세계에서 여단급 이상의 과학화 훈련장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 이스라엘 등 3개국뿐이라고 하는 단장의 얘기에 우리 군이 그동안 양질적으로 얼마나 성장했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
과훈단의 주요시설을 둘러봤다. 훈련통제본부(전투훈련통제실, 분석실, 체계운영실)와 훈련지원시설(훈련부대 숙영시설, 전투훈련장비센터), ROC-Drill장(지형을 이용한 전술토의장소), 전문대항군연대 병영시설 등이 있다.
근무병들이 평시 근무를 하고 있던 훈련통제본부에서는 훈련 상황이 아님에도 실제 전투에서 적을 무참히 깨부순다는 기운이 감지됐다.
◇모든 무기에 마일즈 시스템…실시간 전송
본격적인 훈련에 앞서 전투복으로 환복했다. 근래 부쩍 쌀쌀해진 날씨에 남방, 니트 등 껴입었던 사복을 벗어 던지고 전투복을 입었다. 거울을 보며 다소 어색한 기색을 느낄 새도 없이 14명의 '전우'가 탄생했고 우리는 훈련장비가 시연된 곳을 향했다.
KCTC 훈련에 참가하는 병사들은 무기와 자신의 몸에 마일즈(MILES·Multiple Integrated Laser Engagement System·다중통합레이저 훈련체계)라는 장비를 부착해 훈련한다. 소총으로 공포탄을 발사하면 총신에 부착된 마일즈에서 레이저가 발사된다.
이 레이저가 병사의 몸에 부착된 마일즈 유닛(unit)에 맞으면 '삐삐' 하는 경보음이 울리며 팔에 부착된 작은 화면에 '사망, '중상', '경상' 가운데 하나가 표시된다. 중상을 입거나 전사한 병사의 총에서는 이후로 레이저가 발사되지 않는다.
마일즈 유닛을 장착해 병사 개개인이 착용하는 훈련자 유닛의 무게는 총 4.5kg인데 이는 일반 보병소대원이 실제로 착용하는 전투조끼와 거의 동일한 무게라고 한다. 군 관계자는 "기술발전을 통해 부피를 줄이고 무게도 500g 가량 감소됐다"고 설명했다.
과훈단은 전투훈련장비는 48종 8만5000여점을 구비 중이다. 개인·공용화기, 전차 등 발사기 26종, 개인·차량·장비·건물용 등 감지기 5종, 포병 모의탄과 방사포 등 모의·모형 10종, 리모컨, 음성·정보단말기 등 관찰통제장비 7종이 전투훈련에 사용된다.
시연장에서는 대전차 로켓인 펜저-3(panzerhaust3) 사격과 쇠구슬 파편으로 살상력을 높이는 크레모아 격발이 이뤄졌다. 모든 발사기의 탄두에는 레이저 장비를 부착해 실제 탄이 나가지는 않았지만 소리만큼은 실제 무기와 다를 바 없었다.
특히 크레모아를 격발했을 때는 천지가 울리는 '굉음'에 시연 장면을 보던 취재진은 손으로 귀를 막기 바빴다.
과훈단에서는 새로운 전투체계인 드론봇, 워리어 플랫폼 등과 연계·연동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유‧무인 복합 전투환경을 만들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AI) 분석 시스템 등으로 훈련통제와 분석방법을 발전시킬 예정이다.
◇'훈련 시작' 작전대로 야심차게 진격했지만…
오후 2시께 전투복 차림의 취재진은 모의 전장 앞에 도착해 개인장비를 지급받고 교관으로부터 훈련 간 주의사항을 들었다. 인민군 복장을 한 대항군들이 취재진의 장비 착용을 도와주기 위해 눈 앞으로 걸어오는 순간 진짜 적이 내 눈 앞에 있는 듯한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체험군 진영에서도 소대장을 뽑았고 측면을 통해 조금씩 진전한 다음 정밀한 사격으로 대항군을 사살하자고 뜻을 모았다. 기동력이 좋은 대원들이 전방 압박을 담당하고 사격에 자신 있는 대원들이 뒤에서 엄호 사격을 맡기로 했다.
패기 넘치게 전투가 시작됐고 드론을 활용해 대항군이 배치된 지점을 알아냈다. 이제 짜여진 전술대로 움직여 가며 적을 격멸하기만 하면 되는 상황.
그러나 대항군들은 '전광석화'와 같이 일사불란하게 뛰어다녔다. '적보다 강한 적, 적보다 지독한 적'을 모토로 하는 이들 자신의 진지를 뒤로한 채 유기적 팀워크로 점점 체험군 진영으로 다가왔다.
키 170cm 이상, 맨눈 시력 0.5 이상, 착한 심성(心性) 등 다양한 조건에 부합해 훈련소에서 차출된 전문 대항군이 된 이들의 움직임에 뒤에서 조준사격을 하려던 본 기자의 사격은 조금도 효율성이 없었다.
전투가 시작된지 15분이 좀 지났을 무렵 참호에서 나와 전방으로 돌진, 앞쪽 돌이 쌓여진 장애물로 몸을 숨겨 적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도중 개인용 감지기에서는 "사망, 사망"이라며 내 상태를 확인해줬다.
어느새 측면을 통해 우리 진영으로 침투한 대항군이 사주경계에 실패한 본 기자를 사살한 순간이었다. 교전 시간 30분 동안 기자단 15명은 모두 전사했지만, 대항군은 10명 중 6명만 전사해 대항군이 승리했다.
지금까지 과학화 전투훈련에 참가한 부대 중에 전문대항군에 승리한 부대는 없었다고 한다.
eggod61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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