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 입력 2018.09.23. 11:06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평양공동선언을 계기로 남북한은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채택했습니다. 이번 합의에는 정전협정 체결 이후 65년만에 최초로 비무장지대(DMZ)를 평화지대화 하기 위한 군사적 조치가 포함돼 있습니다. DMZ 내 감시초소(GP) 철수와 남북공동유해발굴 사업 시작,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중 JSA의 비무장화는 이 지역이 1976년 이른바 ‘도끼 만행 사건’ 이전 상태로 돌아간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정전회담 논의하던 ‘판문점’, 평화의 상징으로
JSA의 공식 명칭은 ‘군사정전위원회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입니다. JSA는 6·25전쟁 당시 정전 회담과 정전협정 체결 이후 유엔군 군사정전위원회 회의를 위해 군사분계선(MDL) 상에 설치한 것입니다. 판문점이라는 지명은 ‘널문’이라는 마을에 위치한 ‘널문리 주막마을’에서 정전회담을 개최한 데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당시 정전회담은 한국어와 영어 외에도 중국어를 공용어로 사용했는데, 이곳 지명을 중국어로 표기한게 ‘판문점(板門店)’입니다. 임진왜란 당시 한양을 버리고 도망가던 선조가 이곳을 지나 강을 건너야 했는데, 다리가 없어 마을 백성들이 대문을 뜯은 판자(널)로 다리를 놨다고 해서 ‘널문리’로 불린다는 설도 있습니다.
◇‘도끼만행사건’ 계기 MDL 기준 남·북 분리
당초 이곳 JSA는 유엔사와 북한군, 중공군이 합동으로 근무하던 곳이었습니다. 양측 병력이 MDL을 넘어 자유롭게 왕래했다는 의미입니다. 중공군이 JSA에서 철수함에 따라 1958년 이후 유엔사와 북한군이 관리했습니다. 그러나 1976년 북한군의 ‘도끼만행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북한군이 JSA 내 미루나무 가지치기 작업을 감독하던 유엔군(미군) 장교 2명을 도끼로 무참히 살해한 것입니다. 사건 직후 한미 연합군은 전투태세를 강화하는가 하면 미군은 전폭기와 항공모함을 출동시킨바 있습니다. 이 때부터 남북한 쌍방은 경비 인원을 MDL 기준으로 분리됐습니다. 이때 생긴 것이 폭 50cm 높이 5cm의 콘크리트 경계석입니다. 지난 1차 남북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과 손을 잡고 이 경계석을 넘어 남측 지역으로 왔습니다.
현재 JSA에는 북측은 7개 초소를, 남측은 4개 초소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다른 초소들 역시 중화기를 운용하고 있지만, 특히 ‘돌아오지 않는 다리’ 앞 북측 7초소와 ‘72시간 다리’ 앞 북측 6초소는 JSA 구역이 아니기 때문에 중무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해 11월 13일 북측 72시간 다리를 건너 JSA를 통해 귀순한 북한군인은 당시 추격조의 AK 자동소총 등의 총격을 입었습니다. 정전협정에 따르면 JSA 내에서는 권총만을 소지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 논란이 일었습니다. JSA 내에서 남북한 초소 폐쇄와 무기 철수는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와 함께 비무장화 조치 이후 JSA 관리·운영 부분도 합의했습니다. 경비근무 인원은 양측이 각각 35명 이하입니다. 이들은 권총 조차도 소지하지 않는 비무장 상태입니다. 경비근무 인원의 교대와 순찰 관련 사항은 쌍방이 각자 규정하고 상호 통보하기로 했습니다. 양측 경비근무 인원들은 노란색 바탕에 파란색으로 ‘판문점 민사경찰’이라고 쓴 너비 15cm의 완장을 왼팔에 착용합니다. 특히 JSA 북측지역 ‘판문점다리’ 끝점에 남측 초소를, 남측지역 진입초소 일대에 북측 초소를 새롭게 설치하고 남과 북이 근접해 근무하도록 했습니다. 또 남북 및 외국인 관광객들과 참관인원들이 자유롭게 JSA 내를 왕래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는 방침입니다. JSA의 비무장화가 현실화 될 경우 남북한이 MDL을 넘나들며 교류·접촉할 수 있는 ‘평화의 상징’으로 변모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관용 (kky144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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