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석 입력 2018.05.28. 10:39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중과 게임을 하면서 무엇을 얻고 잃었을까?
먼저 미국부터 따져보자. ‘우물 안 개구리’식 사고방식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맞서다가 제대로 한 방을 먹었다. 과거처럼 미국과 기 싸움을 펼치면 더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는 참모진들의 얘기가 솔깃했던 모양이다. 그러다 기대와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했다. ‘협상의 달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예 판을 깨버리자 화들짝 놀랐다.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공격은 하수 중의 하수였다. 과거의 패턴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김계관과 최선희는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열리면 그 이후에 처벌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하면서 미국 여론을 반전시키는 효과를 거두었다. 북·미정상회담에 회의적인 미국 의회와 국민에게 북한에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으로 보여줬다. 따라서 그는 북·미정상회담을 한 때 취소하면서 일거양득의 ‘횡재’를 맞은 셈이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게임에서 졌다. 김 위원장을 다루는 데 있어 트럼프 대통령을 따를 사람이 없다.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최고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얻은 것은 그의 스타일에 대한 학습이며, 잃은 것은 6·12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주도권이다. 하지만 6·12북미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열리면 북한 주민들에게는 ‘위대한 지도자’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다. 김일성-김정일도 하지 못한 미국으로부터 안보 위협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7월 27일 종전선언까지 하게 되면 금상첨화다.
두 번째는 중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의심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7~8일 다롄에서 열린 북·중정상회담으로 보인다. 그는 “김정은이 시진핑을 만난 이후 변했다”고 평가했다. 그의 평가가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게 인식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 3월 북·중정상회담을 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어떤 계산으로 다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는지 알 수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의심할 만했다. 시 주석은 북한을 여전히 자신의 영향력 아래에 두려고 한다. 그래서 중국식 개혁·개방을 따를 것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 14일 북한의 시·도 당위원장으로 구성된 ‘조선노동당 친선참관단’을 중국에 초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것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빌미를 제공했다. 그리고 5월 16일 남북고위급회담마저 취소하면서 더 오해를 살 행동을 했다.
그동안 소규모 중국 기업이 대북 투자로 낭패를 보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중국 정부가 공기업을 앞세워 대북 진출할 것이라는 소문이 중국에 퍼져 있다.
김 위원장이 시 주석에게서 얻은 것은 경제지원이다. 미국과 손을 잡으려고 하니 중국의 대북 태도가 바뀌는 것을 확인했다. 김 위원장이 잃은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심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북·미정상회담 이후 미국이냐 중국이냐 선택의 갈림길에 설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엄청난 잠재력이 있고, 언젠가 경제적으로 위대한 나라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북·미회담이 성공하면 대북 경협에 나서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대로 경제적 지원으로 ‘유혹’하면 김 위원장은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해진다.
북한은 27일 노동신문을 통해 “우리가 회담을 통해 미국의 경제적 지원을 바라고 있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진심은 두고 볼 일이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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