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8.03.02. 15:24 수정 2018.03.02. 15:29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연례 국정연설을 통해 밝힌 핵 추진 순항미사일,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최신예 '슈퍼 무기'들에 관심이 높다.
푸틴은 2시간에 걸친 연설 가운데 45분가량을 연단 뒤에 설치한 대형 스크린에 신형 무기의 외양과 비행·타격 장면 등을 역동적으로 보여주는 동영상, 컴퓨터 그래픽, 사진 등을 띄우며 첨단 무기들의 위용을 자랑했다.
그는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신형무기의 탄생이라며 핵추진 순항 미사일을 소개하고 아울러 여러 나라가 개발에 집중하는 마하 5 (시속 6천120km) 이상인 극초음속 미사일 체계를 지난해 12월 남부 군관구에 배치했다고 주장했다.
푸틴은 "신형 무기 개발로 미국이 이끄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MD가 무용지물이 됐고 러시아의 발전을 저해하려는 서방의 노력에 효율적 종지부를 찍었다"고 강조했다.
드라이브, 메두사, 디플로매트 등 외신은 군사 전문가들을 인용, 푸틴이 공개한 이런 무기들 가운데 일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시하면서도, 새로운 개념의 전략무기로 미국에는 큰 위협으로 등장했다고 소개했다.
◇ 핵 추진 순항미사일
군사 전문가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인 것은 핵 추진 순항미사일이다. 푸틴은 이미 성공적으로 시험을 거친 이 순항미사일의 시거리가 무제한이고, "예측하기 어려운" 비행경로 채택해 사실상 요격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푸틴은 "지난해 말 우리는 최신형 핵 추진 순항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이 미사일이 "발사 후 비행 동안 핵 추진 엔진은 설계대로 성능을 발휘했고, 필요한 추진력도 충분히 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핵 추진 순항미사일의 지상 발사 시험 성공은 기존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신형 무기의 탄생이 시작됐음을 보여준다"며 "이 신형 무기는 원자로를 장착한 전략 핵미사일"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유튜브에 올린 핵 추진 순항미사일에 대해 놀라움을 표시했다. 대표적인 전문가가 러시아 핵무기 전문가인 파벨 포드비히는 "그동안 의구심을 가져왔지만, 유튜브를 통해 연설과 동영상을 보면서 푸틴의 말이 맞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미 랜드연구소의 에드워드 가이스트 연구원도 동영상을 시청하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러시아가 과장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 핵추진 순항미사일 개념이 새로운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미사일 내에 설치한 '소형 원자로' 핵 추진 램제트 엔진을 통해 얻는 동력으로 무제한 비행이 가능하게 하는 이 순항미사일은 이미 1960년대에 미국이 시도했다.
실제로 미 공군은 '아음속 저고도 미사일'(SLAM) 개발을 시도하면서 재래식 로켓 추진체(부스터)와 함께 압축된 공기 속에 연료를 분사해 연소하는 핵 추진 램제트 엔진을 채택했다.
그러나 램제트 엔진을 방호벽 없이 초소형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사능 유출 위험과 이에 따른 환경 재앙을 고려해 개발작업이 중단됐다.
복수의 미 국방부 관계자는 북극해에서의 시험 과정에서 핵 추진 순항미사일이 최근 몇 차례 추락한 것으로 확인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방사능 오염과 관련한 보고는 없다고 덧붙였다. 미 국방 관계자들은 아직 '연구개발 '단계로 평가하고 있다.
◇ 마하 20 이상의 RS-26 '아방가르드,' '킨잘' 미사일도 눈길
푸틴이 "운석이나 불덩이처럼 표적을 향할 수 있는" 신형 ICBM이라고 한 RS-26 '아방가르드'(Avangard)도 큰 위협으로 등장했다. '루베즈'(Rubezh)로도 불리는 이 미사일은 RS-24 '야르스'(Yras)를 기초로 한 3단 고체연료로 추진된다. 2011년 첫 시험발사에는 실패했으나, 이듬해 성공함으로써 본격적인 개발과 개량작업이 시작됐다.
서유럽을 겨냥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로 개발돼 양산 단계에 들어간 아방가르드는 최대 속도가 마하 20(2만4천480㎞/h) 이상이다. 사거리 5천800㎞에 최대 16개의 분리형 독립목표 재돌입핵탄두(MIRV)를 탑재할 수 있다. 각 탄두의 위력은 100∼900kt로 알려졌다. 또 최대 5MT(TNT 500만t) 위력을 내는 극초음탄두는 1개만 실을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이 경악한 또 다른 신형 무기가 '킨잘'(Kinzhal) 미사일이다. 지난해 12월부터 러시아 남부 지역에 배치된 킨잘은 발사 후 마하 10 이상의 속도로 수분 이내에 표적을 타격할 수 있는 극초음속무기다. 사거리 2천 마일(3천218㎞)의 중거리 미사일인 킨잘도 요격이 사실상 어렵다.
◇ 요격 불가능한 RS-28 '사르맛' ICBM…극초음 핵탄두로 프랑스 면적 초토화
차세대 ICBM RS-28 '사르맛'(Sarmat)도 주목거리다. 푸틴은 일련의 사르맛 발사 시험이 성공해 본격적인 실전 배치 과정을 앞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르맛은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등 거의 모든 미사일 방어(MD)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는 성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지하격납고(사일로) 사출 등 기술결함으로 최소 3차례 연기했지만 사르맛의 시험발사를 지난해 사실상 마무리했다.
러시아가 지상 발사 핵전력의 근간으로 옛 소련 시절 생산된 ICBM RS-36M '사탄'(SS-18) 대체용으로 개발해온 사르맛은 2016년 10월 러시아 마케예프 로켓 설계국이 웹사이트에 처음으로 사진을 올리면서 주목을 받았다.
무게 100t, 최대사거리 1만1천185마일(1만8천㎞)에 이르는 사르맛은 최대 15개의 탄두를 탑재하고 오는 2019∼2020년부터 러시아 크라스노야르스크주(州)와 오렌부르크주(州)의 전략미사일군 기지에 본격 배치될 예정인 사르맛은 메가톤(TNT 화약 폭발력 100만t)급 독립목표 재돌입탄두(MIRV)를 15개까지 탑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사르맛 한 기로 프랑스 전체나 미국 텍사스주 정도의 지역을 완전히 초토화할 수 있다는게 러시아측 주장이다.
사르맛은 특히 '오브젝트 4202'(object 4202)로 불리는 신형 극초음속(HGV) 탄두를 탑재한다. 지구 상 어느 곳이든 1시간 이내에 타격할 수 있는 HGV는 미사일에서 분리된 뒤에도 자체 경로를 따라 비행하도록 설계됐다.
◇ 핵탄두 탑재 대륙간 수중 드론도 위협
푸틴은 핵 추진 대륙간 수중 드론도 소개했다. 무인 수중 드론은 핵탄두나 재래식 탄두를 장착하고 심해에서 잠수함이나 최신 어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사실상 무제한의 거리를 이동해 항공모함이나 해안 시설을 타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미 언론매체 워싱턴 프리비컨은 러시아가 전략 핵잠수함 기지와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해안을 낀 미국의 주요 전략목표를 초토화할 수 있는 핵 탄두 탑재 수중 드론을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카년'(Kanyon)이라는 암호명을 가진 러시아의 이 드론은 수십 메가톤급의 위력을 지닌 자동잠항타격체(ASSP)로 옛 소련 시절 개발된 핵 어뢰 T-15에 기반을 둔 것이라고 전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 전문가인 잭 캐러벌은 "핵탄두를 탑재한 이 수중 드론은 미국 등 서방에 맞선 러시아의 공격적이면서도 혁신적인 군사 능력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서방의 해군 시설물들이나 해안 도시들에 가공할만한 타격을 줄 수 있는 메가톤급 핵탄두의 위력은 더욱 위협적"이라고 평가했다.
sh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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