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01. 21:02
[경향신문] ㆍ외계생명체 탐색의 현주소
2017년 4월21일 수요일 오전 10시 미국 의회에서는 흥미로운 청문회가 열렸다. 이날의 주제는 청문회 하면 먼저 떠오르는 여느 정치적 이슈가 아니었다. 무려 ‘외계생명체 탐색’이었다. 의회에서 이런 청문회가 열렸다니 개인적으로 부러움을 금할 길이 없다. 그런데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2014년 5월21일에도 우주생물학의 쟁점을 놓고 미국 의회에서 청문회가 열린 바 있다. 당시에는 외계지적생명체를 탐색하는 SETI 연구소의 세스 쇼스탁 박사와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에서 SETI 연구그룹을 이끌고 있는 댄 워서머 박사가 증인 선서를 하고 청문회에 나섰다.
2017년 청문회에는 쇼스탁 박사를 포함해서 네 명의 SETI 연구자들이 참석했다. 쇼스탁 박사는 청문회 증언을 위해서 ‘Advances in the Search for Life’라는 제목을 단 A4 용지 다섯 장 분량의 문건을 작성했다. 이 문건은 외계생명체 탐색과 외계지적생명체 탐색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대한 정확하고 명확하고 간결한 내용을 담고 있다. 쇼스탁 박사는 전파천문학자로 학문적 커리어를 시작해서 영화제작자, 게임회사 대표, 실리콘 밸리 컴퓨터 회사 운영, 네덜란드 테마파크 건설 자문, 각종 미디어 자문 및 출연 등 다양한 경력을 지닌 사람이다. SETI 연구소에서 외계지적생명체 탐색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대표적인 세티 과학자다. 쇼스탁 박사의 문건에 나타난 외계지적생명체 프로젝트에 대한 서술은 거의 모든 SETI 과학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보편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SETI 프로젝트의 현황을 살펴보기에 적합한 문건이라고 하겠다. 이 문건을 바탕으로 외계생명체 탐색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쇼스탁은 우리 은하에만 1조개에 이르는 행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더 이상 웃음거리가 아닌 시대에 살고 있다는 말로 청문회 문건을 시작한다.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체계적인 외계행성탐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예상보다 많은 외계행성들이 발견되었다. 지구와 물리적인 환경 조건이 비슷한 행성들의 수도 예상을 뛰어넘었다. 구체적인 숫자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우리 은하 안에만 수십억에서 수백억개의 지구와 닮은 행성이 존재한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되었다. 생각보다 지구와 비슷한 환경 조건을 갖춘 행성이 엄청 흔하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그중 일부에 박테리아나 미생물 같은 형태의 생명체가 탄생했고, 또 그중 일부에 지구의 인간처럼 지적생명체로 진화를 했다고 생각해봐도 여전히 그 수는 충분히 넘칠 것이다. 우리 은하 안에 생명체가 살고 있는 행성이 존재할 개연성이 커진 것이다. 케플러 우주망원경의 관측 결과 덕분에 지난 10년 동안 외계행성에 대한 천문학자들의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잠시 눈을 태양계 안으로 돌려보자. 태양계에 존재하는 행성들 중 생명체가 존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곳은 화성이다. 화성에는 지구와는 구성 성분이 다르고 더 엷긴 하지만 대기가 존재한다. 물이 흘렀던 흔적도 여러 곳에서 발견되었다. 심지어 계절에 따라서 화성 표면 아래 있음직한 물이 표면으로 스며나온 것을 관측하기도 했다. 생명체의 활동으로 의심되는 메탄가스가 발견되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는 자신이 만든 테슬라 전기자동차를 실어서 화성에 보냈다. 화성이 지구에 접근하는 2018년과 2020년에 화성탐사선을 보내 생명체 유무를 확인하려는 계획이 잡혀 있다. 많은 과학자들이 화성에서 박테리아나 미생물 형태의 생명체를 찾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여기고 있다. 목성과 토성의 위성에서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와 토성의 위성인 엔셀라두스는 두꺼운 얼음으로 덮여 있는 표면 아래 거대한 액체 상태의 물로 이루어진 바다가 존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에 지구 초기에 존재했던 생명체와 비슷한 형태의 생명체가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한편 태양계 내에서 지구인과 같은 지적생명체의 존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잠정적인 결론이다. 외계지적생명체를 찾으려면 태양계 밖으로 눈을 돌리는 수밖에 없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태양계 밖 다른 행성계에는 지구와 닮은 행성들이 넘쳐난다. 이들을 대상으로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분광관측을 통해 외계행성의 대기를 관측해서 생명체와 연관이 많은 산소나 메탄을 찾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상에 건설 중인 초대형 망원경이나 조만간 발사될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같은 관측 장비를 사용하면 외계행성의 대기를 좀 더 정밀하게 관측할 수 있을 것이고, 생명체의 흔적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외계지적생명체를 탐색하는 SETI 프로젝트도 전환점을 맞고 있다. SETI 과학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관측 방법이 전파망원경으로 외계지적생명체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보내온 인공적인 전파신호를 포착하는 것이다. 인위적인 전파신호를 만들어서 송신했다는 것은 곧 과학기술문명을 건설한 지적존재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난 60년 동안 전파망원경을 사용한 인공신호 포착을 시도했지만 아직까지 외계지적생명체의 신호가 잡힌 적은 없다. 여러 가지 이유를 들 수 있지만 관측해야 할 대상은 많은 데 비해 실제 관측이 이루어진 횟수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 그 첫 번째 이유이다. 전환점을 맞이했다고 말한 이유는 SETI 관측의 방법이 좀 더 다양화되었고, 집중적으로 관측을 해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관측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별의 밝기 변화가 급격하게 비정상적으로 변하는 관측 결과를 보이고 있는 ‘태비의 별’은 한때 외계지적생명체가 구축한 거대한 인공 구조물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밝기의 급격한 변화의 원인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 중이지만 심각하게 외계인공구조물의 존재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엔지니어링 된 강력한 섬광을 광학 영역에서 포착해 보려는 광학 SETI 프로젝트도 조금씩 관심을 모으고 있다.
외계지적생명체 탐색의 중심은 여전히 전파망원경을 사용한 인공적인 전파신호 포착에 있다. 최근의 관측기기와 컴퓨터의 발달은 SETI 프로젝트의 미래를 밝게 해주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쪽에 위치하고 있는 앨런 텔레스코프 어레이(Allan telescope Array:ATA)는 6m짜리 전파망원경 42대로 이루어진 SETI 프로젝트 전용 망원경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SETI 관측 프로젝트의 한쪽 축을 담당하고 있다. 2000개의 적색왜성을 모니터링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앨런 텔레스코프 어레이는 또한 앞서 언급한 태비의 별 같은 수상한 현상을 보이고 있는 천체들도 지속적으로 관측하고 있다. 최근에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천체는 트라피스트 1(TRAPPIST 1) 시스템이다. 적색왜성 주변에 지구와 비슷한 일곱 개의 행성이 돌고 있는 행성계다. 그중 적어도 세 개 정도의 행성은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 조건을 갖춘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SETI 관측에 아주 매력적인 물리적 환경을 지니고 있다. 앨런 텔레스코프 어레이도 트라피스트 1 시스템을 집중적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 시스템의 행성들 중 몇 개는 서로 아주 가깝게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지구와 화성 사이 거리의 3% 정도 되는 아주 가까운 거리에 서로 위치한 행성들도 있다. 이 정도 거리면 오래전부터 행성 간에 미생물 상태의 생명체가 쉽게 오고 갔을 가능성이 크다. 심지어는 진화한 지적문명체들 사이에 교류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 앨런 텔레스코프 어레이는 트라피스트 1 시스템에 속한 행성들로부터 오는 인공적인 전파신호 포착에도 관심을 갖고 있지만 행성들 사이에 오고 갔을지도 모를 전파신호에도 주목하고 있다.
SETI 프로젝트의 전환점을 갖고 올 사건이 2016년 7월20일 일어났다. 러시아의 유리 밀너가 1억달러를 SETI 프로젝트를 위해 기부한 것이다. 브레이크스루 리슨(Breakthrough Listen)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SETI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앞으로 10년간 진행된다. 새로운 관측 기법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SETI 프로젝트가 해오던 방식을 지원하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전통적인 SETI 프로젝트에 사용되었던 미국 국립전파천문대의 그린뱅크 전파망원경과 호주의 파크스 전파망원경을 주로 사용해 인공적인 전파신호를 포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관측된 데이터는 분산컴퓨팅 시스템인 SETI@Home을 통해 분석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100만개의 별들을 관측할 계획이다. 릭 천문대의 광학망원경을 사용한 광학 SETI 프로젝트도 지원하고 있다.
쇼스탁의 문서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SETI 프로젝트의 미래를 밝게 해줄 두 가지 사건이 발생했다. 브레이크스루 리슨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는 밀너가 브레이크스루 스타샷(Breakthrough Starshot) 프로젝트에 역시 1억달러를 기부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행성 중 하나인 프록시마 b에 직접 탐사선을 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주돛대에 작은 카메라와 송수신 장치를 장착한 탐사선을 1000개 단위로 보내겠다는 것이다. 아직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한 기획 단계지만 직접 외계행성에 가겠다는 상상이 과학적 프로젝트로 진입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최근에 중국은 구이저우(貴州)성에 직경 500m짜리 전파망원경을 만들었다. 단일 구경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전파망원경이다. FAST라는 이름을 가진 이 전파망원경이 브레이크스루 리슨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했다. SETI 프로젝트에 큰 전기가 마련된 것이다. 중국은 심지어 “외계지적생명체의 인공적인 전파신호를 처음으로 발견하는 나라는 중국이 될 것”이라고 장담 겸 포부를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FAST 전파망원경의 핵심 프로젝트로 SETI를 내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쇼스탁은 SETI 프로젝트가 마주한 이런 상황을 바탕으로 앞으로 20년 정도 후면 외계지적생명체의 인공적인 전파신호를 포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기대를 갖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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