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호섭,김윤진 입력 2018.02.25. 18:42
◆ 과학이 이끄는 호모헌드레드 / ④ 115 vs 150 최대수명은 ◆
2016년 10월 학술지 '네이처'에 올라온 한 편의 논문이 인간 수명에 대한 논란에 불을 지폈다. 미국 앨버트아인슈타인의대 연구진이 발표한 '인간 수명의 한계에 대한 증거' 논문에 따르면 인간 최대 수명은 114.9세다. 의학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유전자에 입력된 수명의 한계(114.9세)를 넘어설 수는 없다는 결론이었다. 연구진이 100세 이상 인구가 가장 많은 미국과 영국, 프랑스, 일본의 수명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고령 사망자 나이는 1970~1990년대 초 매년 0.15세씩 증가하다가 1990년대 중반 들어 114.9세를 정점으로 상승을 멈춘 것으로 나타났다.
네덜란드 틸버그대 연구진도 지난 30년간 자연사한 7만5000명의 네덜란드인 자료를 수집해 분석한 결과, 인간 최대 수명은 여자가 115.7세, 남자는 114.1세라는 결론을 내렸다. 평균 수명 증가와 함께 95세 이상 고령자 수가 지난 30년간 3배 이상 증가했지만 최대 기대 수명은 증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결론에 대해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호주국립대 등 연구진은 네이처에 5편의 반박 논문을 발표했다. 앨버트아인슈타인의대 연구진 통계가 잘못됐고 인간 수명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어떠한 증거도 발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올샨스키 교수는 수명에 한계를 둘 수밖에 없는 이유로 유전적 프로그램을 꼽았다. 올샨스키 교수는 "생체시계라는 '메트로놈'은 수정된 난자를 번식이 가능한 성인으로 성장시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며 "성장과 발달, 성숙, 번식이라는 유전 프로그램은 37억년 동안 만들어진 진화의 산물"이라고 설명했다. '노화'도 이 같은 유전 프로그램이 만들어낸 부산물로 벗어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노화 연구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박상철 교수는 '인간 나이에는 한계가 있다'는 주장은 "라이프2.0 시대에 머물러 있는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박 교수가 말하는 라이프1.0은 진화의 산물이다. 의료적 행위 없이 유전자에 설계된 대로 존재하는 인류다. 의학 기술 발달로 이제 라이프2.0 시대가 왔다는 게 박 교수의 주장이다. 박 교수는 "라이프2.0은 신체라는 하드웨어는 건드리지 않고 의료 행위를 통해 소프트웨어를 바꾸는 것"이라며 "현대 의학은 이제 라이프2.0을 넘어 라이프3.0 시대를 향해 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탠트 시술 개발로 심장병 공포에서 벗어났고 임플란트를 통해 인류는 나이가 들어도 영양가 좋은 음식을 골고루 먹을 수 있게 됐다. 인공 관절은 인류의 노화된 관절을 대체하고 있다. 박 교수는 "유전자를 조합하는 '합성생물학' 기술은 이미 초등동물 수준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다른 모든 의료 기술이 그랬던 것처럼 임상을 거친 후 다양한 과학기술이 인류의 수명을 확실히 늘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교수는 "기계가 뇌와 연결되는 시대에 수명을 어떻게 한정 지을 수 있겠냐"고 반문하며 "포스트 휴먼시대 인류 수명이 도약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에게 체세포 배아줄기세포 복제, 역분화줄기세포 발견, 젊은 피 수혈을 통한 노화 억제 실험은 인류 수명 연장의 '터닝포인트'다. 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와 한국 차병원 연구진은 2013년 이후 체세포 배아줄기세포 복제에 성공한 뒤 현재 노인성 황반변성 질환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 교수는 "늙은 세포를 젊은 세포로 되돌릴 수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라며 "인류의 노화 역시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젊은 피 수혈 또한 단순히 "노화 억제가 가능하다"는 결과에서 벗어나 우리 몸에 젊어질 수 있는 물질이 존재한다는 데 의미를 뒀다.
<시리즈 끝>
[원호섭 기자 /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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