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가 크게 줄었던 참새와 제비가 우리 곁으로 돌아오고 있다. 3~4년 전부터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다람쥐와 청설모는 숫자가 계속 줄고 있어 원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앙일보가 8일 입수한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의 '2017년 야생동물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100㏊(1㎢)당 95마리까지 줄었던 참새가 2013년 114마리, 2015년 155마리, 지난해에는 172마리로 늘었다. 또 제비는 2007년 100㏊당 26.5마리에서 2013년 17.3마리로 줄었으나 2015년 23.9마리, 지난해에는 29.8마리로 늘었다.
연구를 진행한 국립생물자원관 동물자원과 조영석 연구사는 "농경지의 농약 사용량이 점차 줄면서 참새·제비의 서식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며 "인가 주변을 중심으로 숫자가 점차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구현림 주무관은 "참새는 유해조수로서 시장·군수로부터 허가를 받으면 포획할 수 있으나 최근에는 포획 허가를 내준 사례가 거의 없어 숫자가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윤순영 이사장은 "참새나 제비가 1990년대에 비해 늘었지만, 과거 50~60년대에 비해서는 아직 많이 늘어나지는 않은 편"이라며 "참새 등이 늘어나면 멸종위기에 처한 맹금류도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매년 시행되는 야생동물 서식밀도와 분포 조사는 국립생물자원관과 지방환경청 소속 야생동물전문조사위원들이 전국 405개 조사구역(1만2310㏊)에서 월 1회 진행한다.
━ 꿩·다람쥐·청설모는 계속 줄어 이번 조사에서 꿩 숫자는 지속해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5년 100㏊당 25.7마리였으나 지난해에는 7.6마리로 줄었다. 연구팀은 "꿩은 겨울철에 개설되는 순환수렵장 이용객들이 선호하는 동물인 데다 서식지인 넓은 초지가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수렵장을 개설할 때에는) 지속가능한 수준에서 꿩의 포획량을 설정해야 하고, 이용객들도 이를 준수하는 수렵 문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람쥐의 경우는 2006년 100㏊당 8.5마리에서 지난해 5.7마리로, 청설모는 6.5마리에서 2.6마리로 지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연구팀은 다람쥐와 청설모 감소에 대해 늘어난 들고양이에게 잡아먹히고, 자동차에 치여 죽는 로드킬(road-kill) 때문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들고양이 2004년 100㏊당 503마리에서 2011년 319마리로 줄었다가 지난해에는 422마리로 다시 늘었다. 또, 로드킬이 가장 많이 나타난 6월의 경우 다람쥐 한 종이 전체 포유류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다람쥐 먹이의 90%를 차지하는 도토리를 사람들이 채취하는 바람에 겨울철 먹이 부족도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청설모의 경우 잣·호두 농가에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유해동물로 지정돼 포획되기도 한다. 보고서에서는 "야생화된 들고양이는 다람쥐와 청설모 같은 소형 포유동물뿐만 아니라 새의 알·새끼를 잡아먹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며 "다람쥐 등 소형 포유동물의 로드킬 방지대책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멧돼지·고라니는 잡아도 줄지 않아
농작물 피해와 도심 출몰 등으로 우려를 낳고 있는 멧돼지는 수렵과 포획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속해서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0년 100㏊당 3.5마리에서 지난해에는 5.6마리로 늘었다.
고라니도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1971년 100㏊당 0.4마리에서 86년 2.2마리로, 98년 4.9마리, 2012년 7.5마리, 지난해 8.3마리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농가 피해가 발생해 고라니가 유해조수로 포획되고 있으나, 주 서식지인 하천 주변 식생이 잘 보전되면서 밀도가 계속 증가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멧돼지의 경우 산악 지역만 조사했는데, 전 국토의 65%가 산악 지역이라고 하면 전국에는 약 36만 마리의 멧돼지가 서식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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