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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란티스는 플라톤의 '뻥'이었다?

교양(특수견의세계)

by 석천선생 2018. 2. 10.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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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만의 인간혁명]윤석만 입력 2018.02.10. 01:00 수정 2018.02.10. 07:26

1만년 전 사라진 대륙 아틀란티스 문명

오늘날 대서양(Atlantic Ocean)의 어원

역사상 가장 많은 문학, 예술 작품 소재

히틀러, 베이컨 등도 아틀란티스에 관심

2012년 캐나다 탐사팀 버뮤다 발굴 주장

아틀란티스 최초의 기록은 고대 그리스

신화와 전설, 상상력은 인류 최고 유산
영국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아틀란티스'. [BBC]
“아틀란티스 그거 실화냐?” 1982년 처음 방영된 이후 전 세계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NHK의 ‘태양소년 에스테반’, 2001년 마이클 J. 폭스의 목소리 연기로 남녀노소 모두에게 큰 사랑을 받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잃어버린 제국’ 등 아틀란티스를 다룬 이야기는 끝없이 많습니다.

 최근에는 BBC가 ‘아틀란티스’를 장편 드라마로 제작해 큰 화제를 모으고 있죠.

아틀란티스는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문학과 예술 작품에 영감을 준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심지어 경험주의 철학자로 유명한 프란시스 베이컨조차 1627년 ‘새로운 아틀란티스(New Atlantis)’라는 소설을 쓰기도 했죠.

 귀납법을 통한 실증 학문의 선구주자였던 그가 신화 속 이야기를 다룬 작품을 썼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프란시스 베이컨이 쓴 '새로운 아틀란티스'. [네이버]

최근 작품 중에선 아틀란티스에 대한 이야기를 역사적 사실과 실증적 자료를 토대로 흥미롭게 풀어나간 것이 하나 있습니다.

허구적 상상력이 가미되긴 했지만 다양한 근거가 제시돼 보는 이의 지적 욕구까지 채워주죠. 일본의 유명 작가 토슈사이 가라쿠가 글을 쓰고 오우투 오사무가 그린 ‘일리아드’라는 만화입니다.

 지식인들 사이에서도 많이 읽히는 고고학 소재의 작품인데요. 아쉬운 것은 국내 번역본은 절판이 돼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이야기는 1912년 미국에서 실제 있던 사건에서 시작합니다. 당시 파울 슐리만이라는 사람의 이야기가 ‘뉴욕 아메리칸’ 신문에 공개됩니다.

“아틀란티스를 발견할 중대한 자료를 갖고 있다”는 내용이었죠. 이는 자신의 조부인 하인리히 슐리만이 남긴 유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인리히는 신화 속 허구의 이야기로만 알고 있던 트로이의 유적을 실제로 발굴해낸 최고의 고고학자였죠. 그러나 파울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신문 보도 직후 종적을 감춥니다.

신화와 전설로 여겨졌던 트로이 문명을 실제로 발굴해낸 하인리히 슐리만. [네이버]

만화는 파울이 남긴 자료가 유럽의 오래된 호텔 벽장 속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걸로 시작합니다. 이 자료는 하인리히가 남긴 일기였습니다.

 그 안에는 하인리히가 아틀란티스 유적에 대해 조사한 내용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습니다.

 그가 트로이 유적에서 발굴한 아테나 여신의 항아리엔 페니키아 문자로 ‘아틀란티스 왕 크로노스로부터’라고 적혀 있었죠. 아틀란티스가 실재했다는 중요한 증거인 셈입니다.

그러나 파울의 자료를 손에 넣은, 고고학에 관심 많던 갑부 앙드레가 비밀 집단에 살해당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평생 아틀란티스의 꿈을 좇던 아버지가 죽게 되자, 그의 딸은 일기장을 들고 모험을 떠납니다.


 학계에서 ‘왕따’ 취급을 받던 젊은 고고학자 이리야의 도움을 받아서 말이죠. 그러나 일기는 비밀단체의 손에 넘어가고 주인공들도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며 아틀란티스를 향한 모험을 떠납니다.


만화에선 실재했던 역사와 허구를 교차적으로 편집해 생생한 감동을 전합니다.

 아틀란티스의 비밀을 남긴 사람으로 ‘이솝우화’의 이솝이 등장하고, 아틀란티스 발굴에 나섰던 인물 중 하나로 ‘동방견문록’의 마르코 폴로가 지목되고 있죠. 이외에도 우리에게 익숙한 역사 속 인물들이 여럿 등장해 흥미를 돋웁니다.

예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아틀란티스 상상도.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 사이에 위치해 있다. [네이버]

이처럼 아틀란티스는 동서양과 고금을 넘나드는 기발한 상상력의 원천입니다. 그런데 그 많은 이야기의 배경에는 한 가지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습니다.

아틀란티스는 정말 실재했던 걸까요? 아니면 그저 상상 속 이야기일까요?

 이를 알기위해선 전설의 시초가 된 그리스 신화부터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 오늘날 대서양(Atlantic Ocean)의 명칭인 ‘Atlantic’부터 따져봐야 한다는 거죠. 독자 여러분의 추측대로 대서양은 아틀란티스 대륙이 있던 곳입니다. 지진과 홍수로 바다에 가라앉으면서 아틀란티스는 바다(Atlantic Ocean)가 됐죠.


원래 아틀란티스는 포세이돈의 땅이었습니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은 신들의 왕인 크로노스의 아들입니다. 그에겐 두 형제가 더 있었는데 훗날 아버지를 물리치고 신의 제왕이 된 제우스, 지하 세계(저승)의 주인인 하데스입니다.

 포세이돈은 넓은 바다 위에 떠 있는 큰 섬을 지배하고 있었죠. 그 섬에 살던 한 여성을 사랑한 포세이돈은 정을 통해 10명의 아들을 낳습니다.

 이후 섬을 10등분해 10개의 왕국을 만들고 그 중 첫째인 아틀라스가 왕 중의 왕이 됐죠. 자연스럽게 섬의 명칭은 첫째의 이름을 따 아틀란티스라고 부르게 됩니다.

디즈니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 '아틀란티스: 잃어버린 제국'. [디즈니]

전설에 따르면 아틀란티스의 한 가운데엔 넓은 평야가 있는데 동서로 533km, 남북으로는 355km로 넓게 펼쳐져 있었습니다.

넓은 평야 주변으로는 직사각형 모양으로 폭이 200m에 달하는 대운하가 둘러싸고 있었죠
.
또 동서남북을 횡단하는 크고 작은 수십 개의 수로가 뚫려 있어 사람들이 이동하거나 화물을 운반하는데 쓰였습니다.

섬 한 가운데에는 왕들의 아버지인 포세이돈의 신전이 있었습니다.

 90m 높이의 거대한 건축물이었죠. 겉에는 은으로, 윗부분은 금으로 덮여 있었으며 내부는 상아로 치장돼 있었습니다.

신전 안에는 여러 개의 황금상이 있었는데 가장 중심에는 포세이돈의 상이 놓여 있었습니다.

 위엄을 갖춘 포세이돈이 전차 위에 올라 여섯 마리의 말을 끄는 모습이었습니다.

월터 크레인이 그린 '넵투누스(포세이돈)의 말', 1893년 작품. [독일 뮌헨 노이에 피나코텍 소장]

이처럼 아틀란티스는 뛰어난 기술로 만들어진 철저한 계획 도시였습니다.

 고도로 발달한 문명 못지않게 도시민들의 교양 수준도 높았습니다.

 절대적인 왕이 존재했지만 모든 의사결정은 과반수로 정했죠. 섬에는 온갖 자원이 풍부했습니다.

 지상에서 채집할 수 있는 모든 향료와 꽃·열매가 있었고, 사람들은 사이좋게 나눠썼습니다.
 

그러나 ‘지상낙원’이던 아틀란티스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집니다. 포세이돈의 피가 흐르는 아틀란티스인들은 신과 인간의 혼혈이었지만 세대를 거듭할수록 ‘신성’을 잃게 됩니다.


욕망과 물질에 탐닉하면서 사치스럽고 탐욕적이게 변해 갔죠. 더 높은 욕망과 선정적인 자극을 추구하면서 인내력과 평정심을 잃었고, 수준 높았던 시민의 교양과 지혜를 잊고 맙니다.


 결국 신들의 노여움을 산 아틀란티스는 대지진과 홍수로 멸망합니다.


이처럼 아름답고 비극적인 이야기를 간직한 아틀란티스를 찾기 위해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이 도전에 나섰습니다.

 미국의 정치가이자 저술가였던 이그나티우스 도넬리는 1882년 발간한 ‘아틀란티스, 대홍수 이전의 세계’라는 책에서 대서양 한 가운데 아틀란티스 존재했다고 썼습니다.

 인간이 원시생활을 벗어나 처음 문명을 이룬 시대이며, 성경 속 ‘에덴동산’의 모델이 된 곳이라고 했죠.
아돌프 히틀러. [중앙포토]
2차 세계대전 중 히틀러 또한 아틀란티스의 전설을 찾아다녔습니다.

 ‘독일유산조사단(Forschungsgemeinschaft Deutsches Ahnenerbe)’, 줄여서 ‘아넨엘베’라는 단체를 만들어 숨겨진 보물과 문명의 유적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특히 아틀란티스를 발견해 독일 민족(아리아인)의 우수성을 증명하기 위한 목적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이렇다 할 성과는 내지 못하고 나치의 패전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에서 유적 발굴 때마다 존스를 방해하는 독일군 집단은 ‘아넨엘베’에서 모티브를 얻기도 했습니다.

1967년엔 크레타섬으로부터 약 100km 떨어진 산토리니 섬의 지하에서 새로운 유적이 발견됩니다.


석조 건축물과 아름다운 벽화, 궁전 등을 갖췄죠. 일부 학자들은 이 유적을 토대로 아틀란티스는 대서양이 아니라 지중해 상에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아틀란티스라고 하기엔 섬의 규모가 너무 작았기에 후보에서 탈락합니다.


2012년 캐나다 탐사팀은 버뮤다 삼각지대 안에서 수중도시를 발견했다고 발표해 화제가 됐습니다
. 잠수로봇을 통해 쿠바 인근 해협에서 피라미드 같은 건축물이 존재하는 걸 확인했다고 밝혔죠. 당시 탐사팀은 “글이 새겨진 바위가 다수 존재한다,

 상당한 문명을 지닌 국가가 가라앉은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이곳 역시 규모와 시기 등 아틀란티스라고 하기엔 충분한 근거를 갖지 못했죠.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처럼 현재까지는 아틀란티스의 이야기를 실재했던 역사로 받아들일만한 증거가 충분치 않습니다.

하지만 아틀란티스는 인류 문명에 커다란 선물을 안겼죠. 수천년간 인간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며 많은 이들을 탐험의 세계로 이끌었습니다.

 미지의 세상에 대한 인류 모험의 시작이 아틀란티스부터였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틀란티스에서 비롯된 인류의 탐험 욕구는 15세기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과 함께 대항해시대를 이끌었습니다. 지금은 우주에 대한 탐사로까지 발전했고요.

 얼마 전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본격적인 우주 시대를 열 팔콘9 우주선을 쏘아 올렸습니다. 테슬라에서 만든 자동차 로드스터를 실은 채 말이죠

. 잃어버린 대륙에서 시작한 인간의 탐험 욕구는 이제 우주로까지 뻗어 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6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일론 머스크의 팰컨 로켓이 테슬라의 전기차 ‘로드스터’를 싣고 우주로 날아 올랐다. [AP=연합뉴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의 도전과 흥미로운 이야기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기록한 아틀란티스는 현존하는 모든 신화와 전설 중에서도 가장 신비롭고 재밌는 이야깁니다.

 그런데 여러분, 이처럼 흥미진진한 아틀란티스의 이야기가 처음 나온 곳이 어딘 줄 아시나요? 좀 더 구체적으로 아틀란티스의 존재를 가장 먼저 세상에 알린 사람은 누구인지 알고 계신지요?

놀랍게도 서구 ‘이성철학(reasonable philosophy)’의 원류인 플라톤(BC 427~347)이 아틀란티스의 시초입니다.

 “서양 철학은 플라톤의 각주에 불과하다”는 화이트헤드의 말처럼 서구 문명사에서 그가 끼친 영향력은 매우 큽니다.

 천재 시인 에머슨도 “철학은 플라톤이고 플라톤은 철학”이라는 말을 남겼듯, 그는 철학의 아버지였고 인간 이성의 대변자였습니다.

 그랬던 그가 상상으로 가득한 아틀란티스 이야기의 시초였다니 매우 놀라울 따름입니다.

 어쩌면 플라톤의 말이었기에 후대의 많은 사람들이 이를 더욱 믿고 실제 아틀란티스를 찾아 헤매고 다닌 건지도 모를 일이고요.
 
서양철학의 원류인 플라톤. [중앙포토]
그가 아틀란티스를 기록한 작품은 60세가 넘어 쓴 ‘티마이오스’와 ‘크리티아스’입니다.

 책 속에서 플라톤은 크리티아스와 소크라테스의 대화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크리티아스는 자신의 증조부 드로피데스가 솔론에게 들은 이야기라며 9000년 전(대화 시점부터)에 존재하던 신비의 섬에 대해 설명합니다.

 섬의 이름은 아틀란티스로 헤라클레스의 기둥 밖에 존재하던 나라였죠. 기둥은 지브롤터 해협에 우뚝 솟은 큰 바위산을 뜻하는 말로, 지중해에서 대서양으로 나가는 길목에 위치해 있습니다.

 고대인들은 이 기둥을 그리스 세계의 끝으로 보았죠.
 
플라톤에 따르면 아테네의 유명 정치가였던 솔론은 개혁이 실패하고 이집트로 망명합니다
.
사이티코스라는 지역의 신관으로부터 아틀란티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친구인 드로피데스에게 전하죠.

아틀란티스의 기원과 도시 구조, 사람들의 특징 등 매우 섬세하고 구체적으로 묘사합니다.

 당초 아틀란티스에 대한 설명은 ‘헤르모크라테스’까지 세 권으로 기획된 것이었지만 두 번째 책인 ‘크리티아스’로 갑자기 끝나고 맙니다.

지브롤터 해협에 위치하나 헤라클레스의 기둥. [네이버]
책이 미완으로 남으면서 후대인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은 더욱 증폭됐습니다.

 예를 들어 이집트가 문명의 완전체로 인류 역사 앞에 나타난 것은 아틀란티스의 후손들이 기여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식입니다.

또 고대 이집트의 역법은 현대와 달라서 플라톤이 말한 ‘9000년 전’은 실제론 BC 3000~4000년경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틀란티스가 정말 ‘실화’인지 증명할 길은 없습니다.

 오히려 플라톤 전후로 아틀란티스를 다룬 기록이 없다는 점에 미뤄 허구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학계의 중론입니다.

그렇다면 플라톤은 왜 아틀란티스라는 상상의 나라를 만들어 마치 실재했던 역사처럼 기술해 놨을까요.

 그토록 이성적이며 심오했던 플라톤이 노년에 들어 갑자기 ‘소설’을 쓴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늘 진지했던 사람이 갑자기 상상 속 이야기를 진짜인 것처럼 속여 책을 쓴 데에는 분명한 의도가 있지 않았을까요.
 
플라톤이 말년에 쓴 작품 '크리티아스'. '티마이오스'와 함께 처음 아틀란티스에 대한 기록이 소개된 서적이다. [구글]

노년의 플라톤이 살던 아테네는 이미 전성기를 지나 쇠락해 가고 있었습니다.

 스파르타와의 전쟁에서 굴욕을 당하고 내전을 겪으며 국력이 많이 약해졌죠. 그리스 반도로 남하하던 마케도니아의 군세는 계속 커져가면서 아테네는 무기력한 상태로 빠져듭니다.

 결국 플라톤이 죽고 얼마 후 아테네는 카이로네이아 전투(BC 338년)에서 필리포스 왕이 이끄는 마케도니아에 격퇴당하며 그리스 세계의 종말을 맞이합니다. 얼마 후 필리포스에 이어 즉위한 알렉산더는 서양 최초의 대제국을 건설하죠.
 
결국 플라톤의 노년은 쇠망해 가는 아테네를 바라보며 현실 세계를 깊이 부정하던 때였습니다.

 자신이 이상으로 삼고 싶은 국가의 모습, 정치의 체제, 군주의 덕목 등을 아틀란티스라는 상상 속 나라에 투영하기로 결심한 게 아니었을까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아틀란티스인들이 사악한 권력과 탐욕에 눈이 멀어 ‘신성’을 잃어버리고 멸망하게 된 것처럼, 당시 아테네인들에게도 경고하고 싶다는 뜻도 있었겠죠.

 아틀란티스에 대한 플라톤의 마지막 서술은 이렇습니다.
올림포스 신들의 왕 제우스. [중앙포토]

“신들의 왕인 제우스는 이를 내려다보는 능력이 있었다.

 뛰어난 종족이 비참한 상태에 빠진 걸 알게 되고, 이들이 자제력을 배워 한 층 더 나은 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게 벌을 내리기로 마음먹었다.

 제우스는 우주의 중심에서 모든 일을 굽어볼 수 있는 신들의 거처(올림포스)로 모든 신들을 불러들였다.

 신들이 모두 모이자 그들에게 이르기를 ······.” 아쉽게도 플라톤의 기록은 여기서 끝이 납니다.

 미완으로 남긴 채 자신의 책을 마무리 하죠. 그 때문에 후세의 많은 사람들이 숨겨진 퍼즐 조각을 찾아 먼 여행을 떠나게 되고요.

 아마도 플라톤은 아틀란티스라는 먼 옛날의 이야기를 현재로 소환해 미래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던 게 아니었을까요.

그가 깨달은 진리, 인간 사회에서 중시돼야 할 가치, 철학을 포함한 모든 학문적 지식의 총체가 아틀란티스에 투영돼 있던 겁니다.

사진을 누르시면 '윤석만의 인간혁명' 홈페이지로 이동합니다.
 
2400년이 지난 지금 플라톤이 우리에게 남긴 선물은 두 가집니다.

 첫 번째는 탐욕과 오만, 권력과 욕망, 어리석음과 나태 등 인간사회를 피로 물들일 수 있는 그릇된 가치에 대한 경고입니다.

 아틀란티스가 갖추고 있던 이상적인 사회 시스템과 발달된 문명도 인간의 잘못된 욕망 앞에 여지없이 무너지고 만다는 지혜의 가르침이었던 거죠.

두 번째는 그가 처음 세상에 알린 아틀란티스는 인류가 미래로 가는 여정에서 화수분처럼 끊이지 않는 지식문화의 창고가 됐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시초로 수많은 문학과 예술 작품이 나오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상상의 원천이 됐습니다.


 결국에는 과거의 대항해시대와 현재의 우주시대를 여는 인간의 탐사 욕구를 키워냈죠. 이처럼 신화와 전설은, 또는 역사는 인류문화의 거대한 보물창고입니다.


 세계의 고전인 그리스로마 신화, 최근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한 오딘과 토르 등의 북유럽 신화는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고 문화를 만들어내는 씨앗입니다.


 이런 바탕 위에 반지의 제왕과 해리포터 같은 현대의 고전들이 탄생하는 것이고요.

 

이웃나라 일본은 향토사학과 지역의 민간설화까지도 활발한 연구와 지원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런 것들이 쌓여 일본 애니메이션만의 독특한 캐릭터들을 만들어 냈죠. 귀엽고 발칙하며, 때론 무서운 각종 요괴들의 천국이 일본 스토리 문화의 기저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 바탕에서 미야자키 하야오 같은 거장과 포켓몬스터 같은 대작이 나올 수 있던 거죠.
 
다양한 포켓몬스터 캐릭터들. [뉴시스]
우리에게도 그리스로마 신화나 일본 설화에 못지않은 다양한 이야기 창고가 있죠.

 5000년의 유구한 역사와 그 안에 간직된 수많은 전설과 민담 등이 주인공이죠. 하지만 지금의 우리에게 과거의 유물은 오로지 두 가지 용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수능 과목 중 하나이거나 싸움과 갈등의 대상일 뿐인 거죠. 우리는 아직도 역사와 신화, 전설이 훌륭한 자원이 된다는 걸 다른 나라 사람들만큼 못 깨닫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신화와 전설을 많이 읽혀야 하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하인리히 슐리만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우리 교육은 어릴 때부터 영어와 수학 등 현실적인, 도구적인 학문들만 지나치게 가르칩니다.

 아이들의 상상이 빈곤할 수밖에 없는 이유죠. 신화와 전설을 읽는 건 단순히 재미만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고대 인간들이 아틀란티스를 탐험하며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도전 의식을 길렀던 것처럼 인간 문명이 발전할 수 있는 동력을 키우는 길입니다.
 
현대의 고전으로 여겨지는 소설 원작의 영화 '반지의 제왕'. [중앙포토]

어쩌면 플라톤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유산은 철학이 아닐지 모릅니다.

 서양철학의 밑바탕이 된 이데아 사상보다, 국가와 정치체제의 이상적 모델보다 더 큰 게 있습니다.

 바로 인간에게 꿈과 모험, 용기를 심어준 아틀란티스의 이야기입니다. 호기심과 탐험은 인간 문명 발전의 단초가 되고, 이를 북돋우는 건 신화와 전설처럼 상상력 넘치는 이야기들입니다.

 4차 혁명 시대엔 이런 모험 정신과 스토리의 힘이 더욱 커질 겁니다.

세상의 모진 풍파를 온몸으로 겪으며, 젊은 시절 스승 소크라테스의 죽음부터 오랜 방랑 생활까지 그가 보냈던 영욕의 세월은 인간과 세상의 이치를 일깨우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런 노회한 철학자가 삶의 말년에서 마지막으로 들려주고 싶던 이야기는 바로 미래가 아니었을까요.


 이상과 꿈, 도전과 탐험에 대한 인간의 창의성에 대한 가슴 떨리는 이야기 말입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 윤석만 기자는

윤 기자는 2010년부터 교육 분야를 취재했다. 특히 인성·시민 교육 및 미래와 관련한 보도에 집중했다.
앞으로는 성적과 스펙보다 협동과 배려, 공감 같은 인성역량이 핵심능력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를 주제로 ‘휴마트(humanity+smart) 씽킹’이란 책을 냈다. 유네스코가 15년마다 주최하는 세계교육포럼에서 세계시민교육 심포지엄의 기조발표자로 나서기도 했다.

 중앙인성연구소 사무국장을 겸임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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