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란티스 그거 실화냐?” 1982년 처음 방영된 이후 전 세계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NHK의 ‘태양소년 에스테반’, 2001년 마이클 J. 폭스의 목소리 연기로 남녀노소 모두에게 큰 사랑을 받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잃어버린 제국’ 등 아틀란티스를 다룬 이야기는 끝없이 많습니다.
최근에는 BBC가 ‘아틀란티스’를 장편 드라마로 제작해 큰 화제를 모으고 있죠.
아틀란티스는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문학과 예술 작품에 영감을 준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심지어 경험주의 철학자로 유명한 프란시스 베이컨조차 1627년 ‘새로운 아틀란티스(New Atlantis)’라는 소설을 쓰기도 했죠.
귀납법을 통한 실증 학문의 선구주자였던 그가 신화 속 이야기를 다룬 작품을 썼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프란시스 베이컨이 쓴 '새로운 아틀란티스'. [네이버]
최근 작품 중에선 아틀란티스에 대한 이야기를 역사적 사실과 실증적 자료를 토대로 흥미롭게 풀어나간 것이 하나 있습니다.
허구적 상상력이 가미되긴 했지만 다양한 근거가 제시돼 보는 이의 지적 욕구까지 채워주죠. 일본의 유명 작가 토슈사이 가라쿠가 글을 쓰고 오우투 오사무가 그린 ‘일리아드’라는 만화입니다.
지식인들 사이에서도 많이 읽히는 고고학 소재의 작품인데요. 아쉬운 것은 국내 번역본은 절판이 돼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이야기는 1912년 미국에서 실제 있던 사건에서 시작합니다. 당시 파울 슐리만이라는 사람의 이야기가 ‘뉴욕 아메리칸’ 신문에 공개됩니다.
“아틀란티스를 발견할 중대한 자료를 갖고 있다”는 내용이었죠. 이는 자신의 조부인 하인리히 슐리만이 남긴 유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인리히는 신화 속 허구의 이야기로만 알고 있던 트로이의 유적을 실제로 발굴해낸 최고의 고고학자였죠. 그러나 파울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신문 보도 직후 종적을 감춥니다.
신화와 전설로 여겨졌던 트로이 문명을 실제로 발굴해낸 하인리히 슐리만. [네이버]
만화는 파울이 남긴 자료가 유럽의 오래된 호텔 벽장 속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걸로 시작합니다. 이 자료는 하인리히가 남긴 일기였습니다.
그 안에는 하인리히가 아틀란티스 유적에 대해 조사한 내용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습니다.
그가 트로이 유적에서 발굴한 아테나 여신의 항아리엔 페니키아 문자로 ‘아틀란티스 왕 크로노스로부터’라고 적혀 있었죠. 아틀란티스가 실재했다는 중요한 증거인 셈입니다.
그러나 파울의 자료를 손에 넣은, 고고학에 관심 많던 갑부 앙드레가 비밀 집단에 살해당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평생 아틀란티스의 꿈을 좇던 아버지가 죽게 되자, 그의 딸은 일기장을 들고 모험을 떠납니다.
학계에서 ‘왕따’ 취급을 받던 젊은 고고학자 이리야의 도움을 받아서 말이죠. 그러나 일기는 비밀단체의 손에 넘어가고 주인공들도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며 아틀란티스를 향한 모험을 떠납니다.
만화에선 실재했던 역사와 허구를 교차적으로 편집해 생생한 감동을 전합니다.
아틀란티스의 비밀을 남긴 사람으로 ‘이솝우화’의 이솝이 등장하고, 아틀란티스 발굴에 나섰던 인물 중 하나로 ‘동방견문록’의 마르코 폴로가 지목되고 있죠. 이외에도 우리에게 익숙한 역사 속 인물들이 여럿 등장해 흥미를 돋웁니다.
예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아틀란티스 상상도.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 사이에 위치해 있다. [네이버]
이처럼 아틀란티스는 동서양과 고금을 넘나드는 기발한 상상력의 원천입니다. 그런데 그 많은 이야기의 배경에는 한 가지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습니다.
아틀란티스는 정말 실재했던 걸까요? 아니면 그저 상상 속 이야기일까요?
이를 알기위해선 전설의 시초가 된 그리스 신화부터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 오늘날 대서양(Atlantic Ocean)의 명칭인 ‘Atlantic’부터 따져봐야 한다는 거죠. 독자 여러분의 추측대로 대서양은 아틀란티스 대륙이 있던 곳입니다. 지진과 홍수로 바다에 가라앉으면서 아틀란티스는 바다(Atlantic Ocean)가 됐죠.
원래 아틀란티스는 포세이돈의 땅이었습니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은 신들의 왕인 크로노스의 아들입니다. 그에겐 두 형제가 더 있었는데 훗날 아버지를 물리치고 신의 제왕이 된 제우스, 지하 세계(저승)의 주인인 하데스입니다.
포세이돈은 넓은 바다 위에 떠 있는 큰 섬을 지배하고 있었죠. 그 섬에 살던 한 여성을 사랑한 포세이돈은 정을 통해 10명의 아들을 낳습니다.
이후 섬을 10등분해 10개의 왕국을 만들고 그 중 첫째인 아틀라스가 왕 중의 왕이 됐죠. 자연스럽게 섬의 명칭은 첫째의 이름을 따 아틀란티스라고 부르게 됩니다.
디즈니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 '아틀란티스: 잃어버린 제국'. [디즈니]
전설에 따르면 아틀란티스의 한 가운데엔 넓은 평야가 있는데 동서로 533km, 남북으로는 355km로 넓게 펼쳐져 있었습니다.
넓은 평야 주변으로는 직사각형 모양으로 폭이 200m에 달하는 대운하가 둘러싸고 있었죠
.
또 동서남북을 횡단하는 크고 작은 수십 개의 수로가 뚫려 있어 사람들이 이동하거나 화물을 운반하는데 쓰였습니다.
섬 한 가운데에는 왕들의 아버지인 포세이돈의 신전이 있었습니다.
90m 높이의 거대한 건축물이었죠. 겉에는 은으로, 윗부분은 금으로 덮여 있었으며 내부는 상아로 치장돼 있었습니다.
신전 안에는 여러 개의 황금상이 있었는데 가장 중심에는 포세이돈의 상이 놓여 있었습니다.
위엄을 갖춘 포세이돈이 전차 위에 올라 여섯 마리의 말을 끄는 모습이었습니다.
월터 크레인이 그린 '넵투누스(포세이돈)의 말', 1893년 작품. [독일 뮌헨 노이에 피나코텍 소장]
이처럼 아틀란티스는 뛰어난 기술로 만들어진 철저한 계획 도시였습니다.
고도로 발달한 문명 못지않게 도시민들의 교양 수준도 높았습니다.
절대적인 왕이 존재했지만 모든 의사결정은 과반수로 정했죠. 섬에는 온갖 자원이 풍부했습니다.
지상에서 채집할 수 있는 모든 향료와 꽃·열매가 있었고, 사람들은 사이좋게 나눠썼습니다.
그러나 ‘지상낙원’이던 아틀란티스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집니다. 포세이돈의 피가 흐르는 아틀란티스인들은 신과 인간의 혼혈이었지만 세대를 거듭할수록 ‘신성’을 잃게 됩니다.
욕망과 물질에 탐닉하면서 사치스럽고 탐욕적이게 변해 갔죠. 더 높은 욕망과 선정적인 자극을 추구하면서 인내력과 평정심을 잃었고, 수준 높았던 시민의 교양과 지혜를 잊고 맙니다.
결국 신들의 노여움을 산 아틀란티스는 대지진과 홍수로 멸망합니다.
이처럼 아름답고 비극적인 이야기를 간직한 아틀란티스를 찾기 위해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이 도전에 나섰습니다.
미국의 정치가이자 저술가였던 이그나티우스 도넬리는 1882년 발간한 ‘아틀란티스, 대홍수 이전의 세계’라는 책에서 대서양 한 가운데 아틀란티스 존재했다고 썼습니다.
인간이 원시생활을 벗어나 처음 문명을 이룬 시대이며, 성경 속 ‘에덴동산’의 모델이 된 곳이라고 했죠.
아돌프 히틀러. [중앙포토]
2차 세계대전 중 히틀러 또한 아틀란티스의 전설을 찾아다녔습니다.
‘독일유산조사단(Forschungsgemeinschaft Deutsches Ahnenerbe)’, 줄여서 ‘아넨엘베’라는 단체를 만들어 숨겨진 보물과 문명의 유적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특히 아틀란티스를 발견해 독일 민족(아리아인)의 우수성을 증명하기 위한 목적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이렇다 할 성과는 내지 못하고 나치의 패전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에서 유적 발굴 때마다 존스를 방해하는 독일군 집단은 ‘아넨엘베’에서 모티브를 얻기도 했습니다.
1967년엔 크레타섬으로부터 약 100km 떨어진 산토리니 섬의 지하에서 새로운 유적이 발견됩니다.
석조 건축물과 아름다운 벽화, 궁전 등을 갖췄죠. 일부 학자들은 이 유적을 토대로 아틀란티스는 대서양이 아니라 지중해 상에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아틀란티스라고 하기엔 섬의 규모가 너무 작았기에 후보에서 탈락합니다.
2012년 캐나다 탐사팀은 버뮤다 삼각지대 안에서 수중도시를 발견했다고 발표해 화제가 됐습니다
. 잠수로봇을 통해 쿠바 인근 해협에서 피라미드 같은 건축물이 존재하는 걸 확인했다고 밝혔죠. 당시 탐사팀은 “글이 새겨진 바위가 다수 존재한다,
상당한 문명을 지닌 국가가 가라앉은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이곳 역시 규모와 시기 등 아틀란티스라고 하기엔 충분한 근거를 갖지 못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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