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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순, 2013 한국시리즈 3일 전에도 돈 요구했다

스포츠 어제와오늘

by 석천선생 2017. 7. 2.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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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희 기자 입력 2017.07.02. 12:24 수정 2017.07.02. 13:10

2013년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LG를 상대로 투구 중이던 두산 선발투수 노경은. 사진은 노경은의 공이 스트라이크로 선언되며 삼진아웃되자 오지환이 당황하는 장면(사진=MBC)
 
[엠스플뉴스]
 
최규순, 두산 상대로 최소 두 차례 이상 금품 요구했다
플레이오프 1차전 전날에 이어 한국시리즈 1차전 앞두고도 금품 요구
두산 "응하지 않았다"... 의문투성이 해명
 
최규순 심판과 두산 베어스의 수상한 돈 거래는 ‘딱’ 한 번 뿐이었을까. 두산 승리로 끝난 ‘2013 플레이오프’ 1차전 전날 돈 거래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을까. 엠스플뉴스 취재 결과, 최규순의 금품 요구는 한 번에 그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 KBO 상벌위원은 “최규순의 구단 상대 금품 요구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두산 고위 관계자가 플레이오프 1차전을 하루 앞둔 2013년 10월 15일 최규순에 300만원을 송금한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며칠 뒤 최규순이 다시 금품을 요구했을 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는지 ‘거절했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최규순이 두산에 다시 금품을 요구한 건 2013년 10월 21일이다. 이날 최규순은 두산 고위 관계자에 문자를 보내 ‘한번 더 도와달라. 시리즈에 들어가는데 상황이 너무 급하다’며 다시 돈을 요구했다. 
 
실로 대담한 행동이었다. 10월 21일은 두산이 플레이오프에서 LG 트윈스에 3승 1패로 승리해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한 다음 날이자 한국시리즈를 앞둔 휴식일이었다. 참고로 최규순은 10월 24일 예정된 한국시리즈 1차전 구심으로 배정된 상태였다. 
 
주목할 건 10월 16일 플레이오프 1차전 구심도 최규순이었다는 사실이다. 우연인지,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는지 두산이 올라간 플레이오프 1차전 구심도 최규순, 역시 두산이 진출한 한국시리즈 1차전 구심도 최규순이었던 것이다. 
 
더 주목할 건 최규순이 이미 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리기 하루 전, 두산에 전활 걸어 “합의금이 필요하다”며 돈을 요구해 300만 원을 송금받았다는 사실이다. 
 
2013 한국시리즈 1차전을 앞두고도 돈을 요구했던 최규순.
두산은 "돈 준 사실 없다" 부인.
KBO와 상벌위원들은 두산 주장을 액면 그대로 수용.
 
2013년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구심을 보고 있는 최규순(사진=MBC)
 
2017년 3월 28일 KBO 상벌위에 제출한 두산 입장은 “최규순의 두 번째 요구엔 응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회의에 참석한 상벌위원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KBO 관계자가 전한 두산 고위 관계자의 말은 이랬다. ‘두번째로 돈을 빌려달라고 최규순이 요구했을 때 그것이 거짓말일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최규순에게 어려울 것 같다는 뜻을 다른 구단 직원을 통해 전했다. 절대 돈을 준 사실이 없다’는 것이었다.”
 
두산 고위 관계자는 ‘만약 당시에 대가성을 바랐다면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돈을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에 보내지 않았다’고 소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최규순에게 돈을 준 건 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둔 2016년 10월 15일 한 번 뿐이고, 그 이후론 최규순의 요구를 거절했다는 게 두산 주장인 것이다.
 
그러나 두산의 해명엔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KBO 심판위원인 최규순이 구단 고위 관계자에게 한밤중에 대뜸 전화를 걸어 돈을 보내달라고 요구한 것부터 이해하기 어렵다. 심판과 구단 고위 관계자는 ‘불가근 불가원’의 관계다. 구단 고위 관계자는 아무나 개인적으로 연락을 취할 수 있는 대상도 아니다. 
 
두산 고위 관계자도 상벌위에 ‘최규순이 우리 구단 선수 출신이고, 안면이 있는 정도’라며 개인적 친분이 없음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규순은 이런 고위 관계자의 개인 연락처로 밤 늦은 시간에 전화해 두 차례나 돈을 요구하는 대담성을 보였다. 도저히 처음 해 본 솜씨로 보기 어렵다.
 
‘대가성을 바라지 않았다’는 주장도 신뢰하기 어렵다. 두산 고위 관계자는 KBO에 ‘대가을 바랐다면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최규순이 돈을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에 보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고위 관계자는 자신이 ‘플레이오프’를 하루 앞두고 돈을 보낸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시리즈를 앞둔 돈 거래는 문제가 있고, 플레이오프 전날 거래는 문제가 없다? 플레이오프 전날 돈을 보내면서 대가성을 바라지 않았다? 믿기 힘든 주장이다. 
 
더 놀라운 건 이런 두산 고위 관계자의 신뢰하기 힘든 증언을 KBO 조사위원과 상벌위원들이 그대로 수용했다는 점이다. KBO 조사위원들은 ‘한국시리즈 앞두고 송금하지 않았으니 대가성이 없다’는 증언을 그대로 믿었다. 조사위원과 상벌위원들은 ‘한국시리즈’에만 주목했지, 두산이 돈을 보낸 10월 15일이 플레이오프 1차전 전날이라는 점은 주목하지 않았다.
 
실제 KBO 조사위원회는 상벌위에 제출한 자료에 두산이 돈을 건넸다고 시인한 10월 15일 이후 경기가 ‘플레이오프 1차전’이라는 점을 명시하지 않았다. ‘특정경기에 대한 조사’라고만 쓴 뒤 “2013년 최 심판에 대한 대차와 관련하여 금전대차 이후 최 심판이 주심으로 출전한 경기에 대해 영상을 입수하여 부정행위 여부에 대하여 모니터링을 실시하였으나 특별히 의심가는 상황을 포착하지 못했음”이라고 일단락했다. 
 
게다가 이들은 두산 고위 관계자가 다른 구단 직원을 시켜 최규순에게 연락하라고 한 뒤, 이 구단 직원에게 ’최규순에게 연락이 와도 절대 돈을 주지 말라고 했다’는 주장 역시 액면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는 두산 고위 관계자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었다. 다른 구단 직원에게 실제로 그런 지시를 했는지, 그 구단 직원이 구단 고위층의 지시를 그대로 이행했는지는 구단 직접 불러 조사하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마땅히 두산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해야 했지만, KBO도, 상벌위도 거기서 더 나아가지 않았다. 심판과 구단의 금품 거래라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더 철저하고 빈틈없이 조사했어야 했다. 
 
사건 은폐와 축소에만 몰두했던 KBO.
두산에 내린 징계는 서면 경고.
KBO 스스로 규약에 나온 징계 내용 어겼다.
 
2013년 10월 24일 삼성과 두산 경기 정보. 최규순은 플레이오프 1차전에 이어 한국시리즈 1차전에도 구심으로 나섰다(사진=KBO)
 
사건을 은폐하려는 불순한 의도도 엿보인다. 두산 고위 관계자는 최규순의 금품 요구를 받은 즉시 KBO에 신고할 수 있었다. 아니면 두 번째 요구를 받은 뒤에라도 자진 신고할 기회가 있었다. 2013년 당시 KBO 규약 제 141조 [보고의무] 조항은 다음과 같다.
 
제141조 [보고의무] 1. 선수, 감독, 코치 또는 구단의 임직원이 제140조 각 호의 부정행위를 권유받은 경우 즉시 구단을 경유하여 그 사실을 총재에게 보고하여야 한다. 2. 심판위원이 제140조 각 호의 부정행위를 권유받은 경우 즉시그 사실을 총재에게 보고하여야 한다. 3. 구단이 제1항 내지 제2항의 사실을 인지한 경우 즉시 그 사실을 총재에게 보고하여야 한다. 4. 총재는 제1∼3항의 보고를 받은 경우 관련자들을 조사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소속구단 및 보고자는 조사에 적극 협조하여야 한다. 
 
최규순의 금품 요구는 규정상 '부정행위'로 볼 여지가 충분했다. 하지만 두산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포스트시즌을 치렀다. 최규순은 플레이오프 1차전과 한국시리즈 1차전에 구심으로 나섰고, 나머지 경기에도 심판으로 출장했다. 구단 상대로 금품을 요구한 부도덕한 심판이 구장에 나서게 방치한 것이다. 
 
두산 고위 관계자는 ‘최규순 사건’으로 징계를 받을 수도 있단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 고위 관계자는 KBO 조사위원에게 “KBO 상벌위원회에서 벌을 주면 이를 수용할 생각”이라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가성 여부와는 별개로 최규순과 두산 고위 관계자의 돈거래는 그 자체만으로 명백한 KBO 규약 위반이었다. 사건이 발생한 2013년 당시 KBO 규약 ‘제15장 이해관계의 금지’ 제147조 [금전대차 금지] 조항엔 ‘구단 또는 위원회에 속한 개인은 위원회에 속한 타 단체 또는 타 단체에 속한 개인과 직접, 간접을 불문하고 금전대차 혹은 재차의 보증인이 되는 것을 금한다’는 내용이 분명히 명시돼 있다. 
 
제149조 [위반 또는 불이행] 조항에도 ‘주식 소유 또는 금전관계 금지 조항을 위반했을 때는 총재로부터 정상에 따라 적절한 제재가 가해진다. 전 항의 감독, 코치, 선수는 총재의 재결이 있기까지 모든 야구 활동이 정지된다’는 제재 내용이 적혀져 있다.
 
그러나 KBO는 두산 구단과 고위 관계자에 어떤 징계도 내리지 않았다. KBO 상벌위는 이 사건을 접하고도 안건으로 다루지 않고 덮었다. KBO가 두산에 보낸 건 서면 경고뿐이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 출신인 양해영 KBO 사무총장은 자신의 옛 보스가 했던 방식대로 문제를 철저하게 은폐하고 축소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개인적 일탈’로 몰고 있다.
 
최규순의 돈 거래는 한번 뿐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여러 구단 관계자가 이미 직간접적으로 엠스플뉴스에 금전거래와 금품 제공 사실을 시인했기 때문이다. 
 
엠스플뉴스는 확증할 수 있는 자료와 단서를 찾을 때까지 그간 구단명을 이니셜 처리해왔다. 그리고 ‘심판명과 구단명 이니셜’을 봉인해제하기 위해 엠스플뉴스 취재팀은 10개월을 매달렸다. 이제 봉인을 풀 차례가 됐다.
 
KBO 상벌위원은 상벌 위원장인 최원현 법무법인 KCL 대표변호사, 민훈기 SPOTV 강준호 서울대 교수,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이종범 이종범 MBC SPORTS 플러스 해설위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2017년 3월 28일 '최규순 사건'을 다룬 상벌위에 이종범 위원은 "야구 해설 때문에 불참했다"고 밝혔다. 
 
엠스플뉴스 탐사취재팀
박동희, 배지헌, 김원익, 전수은, 김근한, 강윤기, 손보련, 이동섭 기자 dhp1225@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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