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진 입력 2017.02.19 17:38 수정 2017.02.19 20:38
◆ 레이더L / 헌재 재판관 분석 ◆
탄핵심판 변론에서 8인의 재판관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58·사법연수원 14기)이었다. 변론 중 발언권을 얻은 횟수가 21차례로 가장 많다. 증인의 답변이 앞뒤가 맞지 않거나 대리인단 질문이 탄핵심판의 본 궤도에서 벗어나면 놓치지 않고 개입했다.
지난 16일 14차 변론에서는 대통령 측 편을 들며 증언하던 정동춘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을 향해 "증인 저를 잠깐 봐 달라.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한 뒤 진술을 하나씩 되짚어가며 그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강 재판관은 "(최순실이) 재단과 관계가 없는 분이죠? 자, 아무 관계없는 분의 의견은 왜 들었나"라고 발언을 시작했다. 이어 "증인이 재단이 이사회에 의해 돌아간다고 했다. 그런데 전경련이 사퇴하라 했다고 사퇴한 것은 말이 안 되지 않으냐" "(고영태 일당이) 최순실이 말하는 것 이외의 일을 하는 게 이상하다고 했는데, 그게 왜 이상하냐"고 계속 지적했다. 정 전 이사장은 결국 "최순실(61·구속기소)의 의견이 대통령 뜻이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9일 12차 변론에서는 대통령 의견서를 두고도 "하나도 답변이 안 됐다"며 항목별 문제를 꼬집었다.
주심과 함께 변론을 이끄는 이정미 소장 권한대행(55·16기)은 꼼꼼하고 섬세한 보충 질문으로 정평이 나 있다. 다만 이달 재판장을 맡은 뒤 증인을 직접 신문하기보다는 비효율적인 질문들을 제지하는 의사 진행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12차 변론에서는 대통령 측 신문이 늘어지자 "질문 취지가 불분명하다" "신문 내용이 지엽적이다" "앞에서 설명한 내용이다" "증인이 아는 내용을 물어라"며 관여했다.
그동안 10여 차례 변론에서 발언했던 김이수(64·9기) 이진성(61·10기) 안창호(60·14기) 재판관은 주심과 소장 권한대행을 양옆에서 돕는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질문 유형은 조금씩 다르다. 김 재판관은 국민의 시각에서 궁금한 점들을 대신 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 19일 7차 변론에서는 정호성 전 대통령 제1부속비서관(48·구속기소)이 최씨를 두고 "없는 사람"이라고 표현하자 "그럴수록 청와대 보좌진이 강력하게 막아야지, 계속 문서도 보내주고 의견도 들으면 '없는 사람'이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달 1일 10차 변론에서도 김규현 대통령 외교안보수석비서관에게 "대통령이 적어도 위기관리센터에 나와서 국가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해 세월호 참사 당일 관저에 머문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 재판관도 증언에 허점이 있으면 곧잘 파고든다. '세월호 7시간 행적'에 대한 대통령 답변이 미흡하다며 "다시 제출하라"고 요구한 사람이 이 재판관이다. 김규현 수석을 상대로는 세월호 당일 "(대통령이) 전원 구조가 잘못됐다는 것을 오후 2시 30분에야 인지한 이유가 뭐냐" "대통령이 중대본에서 '구명조끼 입은 학생을 발견하기 힘드냐'고 한 것은 선체 진입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없었다는 것이냐"고 핵심을 찔렀다. 8차 변론에서는 사생활이라는 이유로 답변을 거부하는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56·구속기소)에게 "법정에서 사생활이라며 밝히지 못한다고 거부할 수 없다"고 몰아붙여 끝내 답변을 얻어냈다.
안 재판관은 증인에게 반론 기회를 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지난 1월 4차 변론에서는 모르쇠로 일관하던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에게 "사실대로 이야기해라. 그래야 억울한 게 없을 수 있다"고 타일렀다. 또 4차 변론에서 최씨에게는 "증인은 대통령에게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냐"고 이례적인 질문을 했고, "미르·K스포츠재단과 관련해서 재단 성격에 공적인 부분이 있죠"라며 해명 여지를 주기도 했다.
가장 말수가 적은 세 사람이 바로 서기석(64·11기) 조용호(62·10기) 김창종(60·12기) 재판관이다. 지난 14차례 변론에 걸쳐 서 발언 횟수는 5번, 조 재판관은 3번, 김 재판관은 2번에 그쳤다. 그러나 소송 지휘를 주심과 권한대행에게 맡기고 속내를 최대한 감추려는 의도일 수 있어 섣불리 의중을 점칠 수는 없다. 서 재판관은 개입은 최소한으로 하면서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꼭 짚고 넘어간다. 지난 1월 16일 5차 변론에서는 안종범 전 대통령 정책조정수석(58·구속기소)에게 재단의 실체를 따져 묻기도 했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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