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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체이탈 언어 속에 꼭두각시 "박근혜"가 숨어있다.

韓國歷史와 人物

by 석천선생 2016. 11. 27.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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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체이탈 언어 속에 꼭두각시 박근혜가 숨어 있다

입력 2016.11.11 19:26 수정 2016.11.11 21:56       

 

[한겨레] [토요판] 뉴스분석 왜?
심리전문가들이 보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대한민국은 21세기 민주사회가 아니라 고대 신정국가인가요.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연설문을 쓰고 국정을 주무른 게 사실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18대 대통령은 박근혜가 아니라 최순실이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그런데 1년5개월 전 ‘대통령이 꼭두각시다’라는 분석을 내놓은 심리학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박 대통령의 권력이 서슬 퍼럴 때였습니다. 이 심리학자들은 레이저를 쏴 눈도 못 마주친다는 박 대통령에게서 어떻게 꼭두각시를 읽어냈을까요?

“통일은 대박이다.”(2014년 3월 독일 드레스덴 연설)

“정말 간절하게 원하면 전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2015년 5월 어린이날 행사)

“바른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된다.”(2015년 11월 국무회의)

비선 실세인 최순실씨의 빨간펜 첨삭이 알려지기 전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말은 좀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말실수는 ‘오래된 미래’였다. 1998년 그가 처음 국회의원이 됐을 때부터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으나, 이는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된 뒤 18년간의 은둔생활에서 오는 독특한 어법쯤으로 덧칠돼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18대 대통령이 된 뒤 공식 발언을 할 기회가 많아진 그의 말에선 주어와 술어가 전혀 일치하지 않았고 부사와 지시대명사가 난무했다. 심지어 대통령의 말을 해석해주는 ‘박근혜 번역기’가 나올 정도다.

하지만 사람들이 혀를 차며 그저 무심히 넘겼던 ‘유체이탈 화법’에서, 대통령이 누군가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있다는 날카로운 분석을 내놓았던 심리학자들이 있다. 황상민 전 연세대 교수와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은 1년5개월 전에 박 대통령의 이미지와 말 등을 분석해 이런 결론을 내놓았다.

황상민 전 연세대 교수는 2008년부터 대중들의 심리를 통해 정치인의 이미지를 탐색하는 작업을 해왔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황 전 교수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올해 초까지 연세대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 사회의 현실을 심리학의 관점으로 냉철하게 분석해와 널리 알려졌다. 김 소장은 개인의 이상심리에 집중하는 미국 편향의 심리학 관행을 비판하며 새로운 심리학 이론을 정립해온 재야 심리학자다. 두 사람 모두 다양한 관점의 왕성한 심리학 저술로 대중과 교류해왔다는 공통점도 있다.

1년5개월 전 언론 통해 ‘꼭두각시’ 주장

그들의 분석은 1년여 뒤 대통령 연설문 고치는 것이 취미라는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실체가 언론 보도로 불거지면서 사실로 확인됐다. 매일 극비문서를 포함해 청와대 부속실의 보고를 따로 받았던 최씨의 실상이 언론에 하나씩 하나씩 양파껍질 벗겨지듯이 터져나오자, 사람들은 ‘대한민국 대통령은 박근혜가 아니라 최순실’이라며 수군거렸다. 박 대통령의 전통적인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에서까지 민심 이반이 감지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두 사람은 어떻게 박 대통령이 꼭두각시임을 과학적으로 분석했을까? 황상민 전 교수는 대중심리를 통한 정치인 분석 작업을 참여정부 때부터 해왔다. 당시 청와대에서 국민들이 어떤 사람을 이상적인 대통령으로 생각하는지 조사를 해 달라는 의뢰를 받았던 것이 계기다.

그는 ‘마음의 엠아르아이(MRI·핵자기공명장치)’라는 Q방법론을 이용해 노무현 당시 대통령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노 대통령의 이미지는 ‘친근한 옆집 아저씨’였다. 이 이미지의 반대로는 카리스마 있고 능력 있는 인물, 즉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나왔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와 반대가 뚜렷했던 이유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황 전 교수가 쓴 방법론은 1960년대 영국의 심리학자가 만든 이론을 새롭게 업데이트한 것으로, 해당 이슈에 대한 사람들의 주관적 생각을 찾아낸 뒤 유사한 반응을 보인 사람들끼리 묶어 객관성을 획득하는 사회과학 조사 방법이다. 개개인의 마음은 퍼즐의 한 조각처럼 지엽적이고 큰 의미가 없어 보이지만, 여러 사람의 마음을 한데 모으면 하나의 완성된 그림이 나타나는 원리다.

그는 이 방법으로 2007년 8명의 잠룡을 분석해 <대한민국 사람이 진짜 원하는 대통령>이란 책을 내놓았다. 8명 가운데는 당연히 유력 대선주자였던 박 대통령이 있었다. 당시 그의 이미지는 ‘공주’였다. 또 한명의 유력한 대권주자였고 결국 17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이미지는 ‘시이오(CEO) 장군’이었다. 두 사람의 이미지 모두 노 전 대통령의 반대편에 있었다. 그는 대중들이 공주보다는 장군을 원한다고 생각했고 예상대로 경선에서 이 전 시장이 승리했다.

황, ‘Q방법론’으로 2007년 잠룡 분석
“박 후보는 말에 혼이 안 담겨 있더라”
2014년엔 꼭두각시·혼군 이미지 나와
김, 성장환경·발언 통해 종합적 분석
“극도의 두려움에 의한 공황상태” 진단

40년 이어진 최태민·최순실 의존관계
‘하기 싫은 일 억지로 하는 상황’일 수도
세월호 이후 누적된 집단적 분노 터져
새누리당 기대 달리 가라앉지 않을 것
“광장의 에너지 통합할 인물” 기대감

황 전 교수는 그때 또 다른 새로운 경험을 했다. 한 월간지가 심리학자와 함께 대선 후보를 직접 관찰해서 쓰는 기사를 기획했다. 자료로만 분석하던 대권주자를 직접 만날 기회였던 만큼 그는 흔쾌히 수락했다. 직접 대선캠프에 가서 박근혜 후보를 기자와 함께 인터뷰했다. 하지만 그는 인터뷰 내내 놀랐다고 한다. “정치인이라고 하는데 박근혜 후보는 말에 혼이 담겨 있지 않았어요. 내 앞에 우아하고 멋진 사람이 있는데 사람이 없는 느낌이었죠. 그래서 ‘촛불 앞에 있는 여사제’라는 제목의 분석 원고를 보냈는데 월간지가 이 원고를 게재하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권력 눈치를 보는 언론의 속성까지 알게 됐죠.”

그의 분석은 그로부터 무려 6년이 지난 뒤인 2013년 11월 <한겨레> 토요판 인터뷰에서 처음 소개됐다. 그는 이 인터뷰에서 “우리는 여왕을 뽑았다. 그가 여왕이 될지 바리공주(무당이 모시는 여신)가 될지는 그분의 운명이고 이 나라의 운명”이라고 말했다. 지금 읽어도 소름 돋게 정확한 예측이었다.

황 교수, 꼭두각시 분석 뒤 연세대서 해임

황 전 교수는 2014년 박 대통령의 이미지를 다시 분석했다. 정기적으로 진행해오던 분석이기도 했지만 세월호 때문이기도 했다. 세월호의 비극을 지켜보면서 시작한 연구 가운데 하나였다. 그랬더니 그때 박 대통령의 이미지로 ‘꼭두각시’와 ‘혼군’(우매한 왕)이 나왔다. “그땐 최순실씨 존재를 전혀 몰랐으니까 그런 결과가 나와서 사실 황당했습니다.”

그는 이를 그대로 발표하면 안 될 것 같아서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도 함께 분석해 그 결과를 학회에서 발표했다. 두 가지를 한꺼번에 내놓으면 불필요한 비난을 덜 받을까 생각해서였다. 그러다가 2015년 5월 관련 분석 자료를 월간지 <신동아>에 게재했다.

하지만 황 전 교수는 지난 2월 연세대로부터 해임됐다. 연세대는 당시 교원징계위원회를 열어 그를 겸직 금지 의무 위반으로 해임했다. 부인이 설립한 연구소 위즈덤센터 연구이사로 재직해 겸직 금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황 전 교수는 납득하기 어려웠다. 그는 “센터는 내가 연구에 도움을 받기 위해서 10여년 전에 세운 것이고 이미 많은 연구를 센터와 함께 했다고 논문에 밝혀왔는데 학교 쪽이 제보를 받았다며 갑자기 문제를 삼았다”고 말했다. 설령 총장에게 고지를 하지 않아 규정 위반을 했다 하더라도 견책이나 감봉도 아닌 정년이 보장된 정교수에 대한 해임 결정은 지나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아마도 ‘무녀’ ‘혼군’이라는 발언이 청와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았나 짐작할 뿐이다. 황 전 교수는 연세대를 상대로 복직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은 한 인물을 시계열적으로 심층분석하는 방법을 사용해 지난해 4월 박근혜 대통령이 등 떠밀려 대통령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권은중 기자

황상민 전 교수의 작업이 대중이 갖는 이미지를 통한 인물 분석이라면 김태형 소장은 한 인물을 시계열적으로 심층분석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즉 박 대통령의 유년부터 지금까지의 성장 환경과 말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심리를 분석하는 방법이다. 그는 이런 심층분석을 통해 정조·연산군 등 역사적 인물들의 심리에 대한 책을 쓰기도 했다.

김 소장은 애초 박 대통령에 대한 자신의 분석 내용을 외부에 알릴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의 유년 시절과 어머니(육영수 여사)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가 없어 심층분석이라고 하기에 부족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분석보다 추정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말실수가 수준 낮은 정도를 넘어 날이 갈수록 비정상적 증후를 보인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이를 근거로 박 대통령이 극도의 두려움에 의한 공황 상태에 있다고 진단했다. 역사적으로 비유하면, 왕이 하기 싫은데 당시 기득권 세력에 의해 억지로 등 떠밀려 하고 있는 연산군 같은 인물로 판단한 것이다. 대통령의 딸로 자라 권력의 정점에 있던 박 대통령에 대한 의외의 분석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지난해 <프레시안> 기자와 나눴고 이게 보도되면서 그의 박 대통령 심리 분석이 세상에 알려진 바 있다. 그는 당시 박 대통령의 등을 떠밀고 있는 사람은 측근 중에서도 최측근이며 대통령이 의존하는 극소수의 사람이라고 진단했다. 그의 분석은 1년 뒤 불거진 최순실 게이트로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김 소장은 박 대통령의 기본 심리인 두려움이 1974년 어머니가 살해된 충격 때문에 생겼다고 분석했다. 아버지의 성향이나 여성편력으로 어머니와 다툼이 잦았다는 기록을 볼 때 박 대통령이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랐지 않았기 때문에 22살인 성인임에도 어머니의 죽음을 극복할 수 없었다고 봤다. 이런 박 대통령을 파고든 것이 최태민과 최순실이었고 이때부터 40년이 넘는, 박 대통령과 이들의 심리적인 의존관계가 시작됐다고 그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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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마저 심복에 의해 죽자 박 대통령의 세상에 대한 두려움은 더욱 커졌고 그만큼 최태민에 대한 의존은 병적이 됐다. 영세교 교주였다던 최태민은 종교적 술수를 이용해 이 의존관계를 더 강력하게 만들었고 최순실은 이런 능수능란한 조종술을 이어받았다고 분석했다. 최씨 부녀에 대한 극심한 의존은 친형제와의 갈등을 가져올 정도였다. 1990년 박지만·박근령씨는 노태우 대통령에게 “언니를 최태민과 떼어달라”고 탄원서를 내기도 했다. 그는 “박 대통령의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 대한 과도한 집착도 종교적인 이유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두려움 탓에 숨고 싶은 박 대통령에게 유신 수구 보수 세력이 붙어 그를 정치판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1998년 박 대통령은 18년간의 은둔생활을 청산하고 대구 달성에 출마해 당선했다. ‘공주의 화려한 귀환’이었다. 김 소장은 “최순실이 아마 국회의원을 하지 말라고 했으면 박 대통령은 정치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능력도 도덕성도 없는 최순실이 박 대통령을 조종하며 간이 커질 대로 커진 것이다”라고 말했다.

광장에 모인 에너지, 새로운 희망 만들 것

박 대통령은 정치인이 돼서도 사람을 만나 자신의 세를 불리려는 정치인의 일반적 특징보다는 ‘됐지! 나 이제 집에 가서 쉴래’라는, 권력욕과 거리가 먼 태도를 보여 왔다는 게 김 소장의 생각이다. 자신이 나서서 무언가를 하려 하거나 어떤 일이 생겼을 때 감당하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데, 이는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사람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올려놓고 뒤에서 사리사욕을 챙겼던 최순실과 새누리당이 무능한 박 대통령보다 더 나쁩니다. 최순실 게이트로 국정지지율 반등이 없고 시민들의 하야 요구가 거세지면 아마 새누리당이 주도적으로 박 대통령 하야와 사법처리를 주장할 겁니다.”

박 대통령에게도 기회는 없었을까? 대통령이 된 뒤 최순실씨나 시대착오적인 보수세력과 거리를 두고 자기 정치를 하고 싶지 않았을까? 김 소장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박 대통령에게도 물론 기회가 있었습니다. 1979년 아버지가 죽었을 때 보호막이자 억압이었던 아버지를 심리적으로 극복하면서 그 힘으로 최태민을 내쳤어야 합니다. 하지만 기회를 놓쳤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정계에 입문했고 대통령까지 돼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곳까지 온 겁니다. 박 대통령도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합니다.”

오래전부터 박 대통령이 꼭두각시라고 콕 짚어낸 두 사람. 심리분석의 관점에서, 이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한치 앞을 보기 어려운 이 정국을 어떻게 내다볼까? 12일 민중총궐기대회를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대중의 심리가 궁금해졌다. 황 전 교수는 “‘할 수 있다’ ‘할 수 없다’의 문제가 아니라 ‘쉽냐’ ‘어렵냐’의 문제”라고 현 정국을 분석했다. 사람들이 세월호와 최순실 게이트로 절망하고 분노하고 있지만 동시에 우리가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이 변화의 물줄기를 잘 이끌어 주는 사람이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황 교수는 “‘혼군·꼭두각시’의 반대 이미지는 ‘야전사령관’ 즉 잘 싸우는 지도자인데 이런 인물은 아직은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건 김 소장이 박 대통령은 때가 되면 대통령직을 고집하지 않고 하야할 것이라고 진단한 대목이다. 박 대통령이 던진 책임총리제나 사과문은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 보수세력이 수습을 위해 도와주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때부터 꾹꾹 눌러온 집단적인 분노가 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터져나오고 있으며 이 에너지는 새누리당과 야당이 생각하는 것처럼 쉽게 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실제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시간이 갈수록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낮아지고 반대로 퇴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김 소장은 “청소년과 그들의 부모인 386세대가 함께 거리에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자기 자리나 탐하는 구태를 보여온 야당이 현 시국의 주도세력이 되기 어렵다”며 “터져나오는 광장의 에너지를 통합해 이끌어갈 수 있는 인물이 차기 유력 지도자로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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