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한채의 사랑★(2015.12.1.화)
by 석천선생 2015. 12. 6. 18:15
부부는 결혼한 지 12년 만에 작은 집 한 채를 마련했습니다. 성공한 친구들에 비하면 턱없이 초라한 둥지였지만 부부는 세상을 다 얻은 듯 가슴이 벅차집안 구석구석을 쓸고 살림을 닦고 또 닦으며밤늦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당신....집 장만한 게 그렇게도 좋아?"아내는 활짝 웃으며 대답했습니다."좋지 그럼, 얼마나 꿈에 그리던 일인데."힘든 줄 모르게 하루가 갔습니다. 겨우 짐 정리를 마치고 누웠는데 남의 집 문간방 살이를 전전하던 시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습니다. "여보 그 집 생각나? 옛날에 살던 그 문간방.""아, 생각나요."“우리 거기 한번 가볼까?” 숟가락 몽둥이 하나 들고 신혼단꿈을 꾸던 그 가난한 날의 단칸방. 그곳은 아내의 기억속에도 또렷하게 남아 있는 추억의 장소였습니다. 부부는 다음 날 시장에 가서 얇고 따뜻한 이불 한 채를 사들고 신혼살림을 시작했던 달동네 문간방을 찾아갔습니다.계단을 오르며 아내가 말 했습니다."이렇게 높았었나?"남편도 똑같은 말을 했습니다."그땐 높은 줄도 몰랐는데." 부부가 그 옜집에 당도했을 때 손바닥 둘을 포갠 것만한 쪽방에선오렌지색 불빛이 새나오고 있었습니다. 기저귀가 펄럭이고 아이가 까르륵대는 집. 마치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간 것만 같은 부부는 들고 간 이불을 문간방 툇마루에 슬며시 놓아두고 돌아섰습니다.그 날 문간방 젊은 새댁이 발견한 이불보따리 속엔 이불보다 따뜻한 쪽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저희는 10년 전 이 방에 살았던 사람입니다. 아무리 추워도 집에 돌아와 이불을 덮으면 세상 그 어느 곳보다 따뜻했었지요."달동네 계단을 내려오며 부부는 마주보며 웃었습니다. 옛집에 찾아와 얼굴도 모르는 이들에게이불 한 채를 선물하고 내려가면서 부부는 세삼 깨달았습니다. 그 이불은 문간방 식구들의 시린발보다 부부의 마음을 더 포근히 감싸 덮는 이불로 평생 남을 것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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