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열을 이용해온 역사는 수만 년이 넘는다. 불은 인류를 문명의 길로 이끈 중요한 열원이었다. 불은 원시인류의 주거지의 보온이나 음식물의 조리 등에 이용되었고, 문명기에는 농기구나 병기와 같은 도구의 제작 등에 다양하게 활용되었다. 인류가 열을 다루는 기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온도계가 처음 등장한 것이 불과 400년 전 이었으며, 인류가 열의 본질을 이해하고 제어할 수 있게 된 것은 채 200년도 되지 않는다. |
열역학은 열을 다루는 과학 분야
열역학은 실용적 학문으로 18~19세기에 발전된 산업혁명의 영향을 받아 태동하였다. 열역학은 열역학법칙에 바탕을 두고, 증기기관과 같은 열기관에 대한 기초 이론을 제공한다. 기술사회의 수준은 본질적으로 열과 같은 에너지를 전환하여 사용하는 능력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는데, 열역학은 이러한 능력을 극대화시키는데 기여해왔다. 예를 들어 오늘날 우리가 에어컨과 같은 냉난방기를 사용할 때나 자동차를 타고 다닐 때 우리는 열역학이 제공하는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 |
자동차 엔진은 열을 역학적 에너지로 변환하는 열기관의 일종이다.
열의 본질을 둘러싼 논쟁
열은 매우 흥미로운 특성을 가졌다. 예를 들면 열은 뜨거운 곳에서 찬 곳으로만 흐르고, 그 반대쪽으로는 자발적으로 흐르지 않는다. 또 열은 때때로 숨어 있다가 이동할 때만 나타난다. 열의 정체는 무엇이고 이러한 열의 흐름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과학자들은 근세에 이르기까지도 열의 정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19세기 중반에 이르러서도 열은 더운 곳에서 찬 곳으로 흐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유체인 ‘열소’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열소는 생성되거나 소멸되지 않고 보존된다고 생각하였다. | |
열과 일은 동등하다
열에 대한 초기의 연구는 물리학의 다른 분야(역학, 전기학)와는 독립적으로 발전하였다. 이 때문에 역학적 에너지인 일에 대한 연구와 열에 대한 연구는 별도로 진행되었고 사용하는 단위도 달랐다.
하지만 점차 일도 열과 마찬가지로 에너지를 전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예를 들어 망치로 못을 계속 두들기면 못이 뜨거워지는데, 이것은 망치가 못에 한 일이 계의 내부로 에너지를 전달하여 온도가 올라가게 만든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확증하는데 중요한 공헌을 한 사람은 영국의 물리학자 제임스 줄(James Prescott Joule, 1818-1889)이다.
줄은 역학적인 일이 열로 바뀌는 것을 보여주었을 뿐 아니라 실험 장치를 고안하여 열의 일 해당량을 측정하였다. 현재 정확한 열의 일 해당량(열의 일당량)은 1 칼로리(cal) = 4.186 줄(J)이다.
오늘날 열은 일과 마찬가지로 에너지의 다양한 형태의 하나이며, ‘고온의 물체에서 저온의 물체로 온도 차이 때문에 흐르는 에너지’로 정의된다. 열의 본질이 에너지인 것이 밝혀지면서 열소이론은 사라지게 되었고, 열소가 보존된다는 개념 대신 에너지가 보존된다는 에너지 보존법칙(열역학 제1법칙)이 확립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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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의 일해당량을 측정하기 위한 줄의 실험 장치.
양쪽에 매달린 추의 중력 위치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바뀌고 다시 통속의 물을 휘저어서 물의 온도가 올라간다.
계 안으로 들어온 일이나 열은 내부에너지로 변환된다
어떤 계(system) 안으로 들어온 일이나 열은 계 안에 저장된다. 이들은 일이나 열이 아닌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전환된다. 예를 들어 계의 원자들이나 분자들의 운동 에너지(kinetic energy)를 증가시키거나 퍼텐셜 에너지(potential energy, 위치에너지)를 증가시킨다. 이러한 에너지들은 계의 내부에너지에 속한다. 사실 모든 물질은 내부에 거대한 양의 에너지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물질을 구성하는 분자들은 일정한 운동 상태에 있으므로 운동에너지를 갖는다. 그리고 각각의 분자들은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분자들과의 상호작용하므로 퍼텐셜 에너지를 갖는다. 또 모든 물질은 질량을 갖고 있으므로 정지질량에너지(E=mc2)도 갖고 있다. 이처럼 물질의 내부 에너지의 형태는 매우 크고 복잡하다. 하지만 열역학적 관점에서는 이러한 내부에너지를 자세히 알 필요가 없고 그 변화에만 관심을 가지면 된다. | |
열역학은 미시세계와 거시세계를 연결한다.
계를 구성하는 분자들이 어떻게 행동하건 계에 흡수된 열은 두 가지 기능만 수행한다. 계의 내부에너지를 증가시키거나 계가 외부로 일을 하게 하는 것이다. 원자나 분자 수준에서 일어나는 계의 미시적 변화로부터 계의 거시적인 변화를 예측하는 일은 매우 복잡하고 어렵다. 하지만 열역학에서는 열역학법칙으로 간단히 계의 거시적 변화를 예견하거나 기술할 수 있다.
열역학은 물질 내의 원자나 분자의 존재가 규명되기 전인 19세기 초에 발전하여, 초기 연구자들은 역학적 일, 압력, 온도 등 거시적 개념을 토대로 에너지 전환에 대한 모형을 연구하였다. 미시적(원자론적) 관점에서 열을 다루는 과학은 통계역학이다. 통계역학은 19세기 말에 발전하여 열역학에 대한 미시적 기초를 제공하면서 열역학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 물리학 분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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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경주용 자동차의 브레이크가 뜨겁게 달아올라 빛을 발하고 있는 장면.
자동차의 브레이크는 역학적 에너지를 열로 바꾸는 장치다.
열역학에는 4가지 근본법칙이 있다
열역학 제1법칙은 에너지 보존법칙이다. 이것은 열을 포함한 에너지보존법칙으로, 열역학 제1법칙은 열기관을 비롯하여 인체의 신진대사와 같이 열이 관계되는 수많은 자연현상들을 모두 설명할 수 있다.
열역학 제2법칙은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다. 엔트로피는 무질서한 정도를 나타내는 척도로서 에너지가 쓸모없는 형태로 바뀐다는 것으로, 열기관의 효율의 한계와 자연계에서 일어나는 열 흐름의 방향을 설명한다.
열역학 제3법칙은 절대 0도(0K)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0K는 모든 입자들이 운동 에너지가 0이 되고, 엔트로피도 0이 되는 특별한 점이다. 하지만 0K에 도달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이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설명한다.
열역학 제0법칙은 열평형에 대한 서술이다. 어떤 계와 접촉하여 열역학적 평형을 이루고 있는 두 계는 열역학적 평형을 이룬다는 것이다. 이 법칙은 A=C, B=C이면 A=B라는 수학의 공리와 같은 것으로, 열역학의 출발점이 되는 개념이다. 이 법칙이 0법칙으로 불리게 된 것은 열역학 제1, 2, 3법칙이 확립된 이후에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유의할 점은 열역학법칙들은 한 가지 표현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각각의 열역학 법칙들은 여러 가지 다른 형태로 기술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본질적으로 동등하다. 또 다른 유의할 점은 열역학 법칙은 상당히 일반적인 법칙이라는 것이다. 다시말해 열역학 법칙은 계의 내적 변화와 상관없는 계 전체에 대한 법칙으로 관찰하는 대상이나 물질 사이의 상호작용에 상관없이 성립한다. 열역학법칙은 관찰하는 계와 둘러싼 환경 사이에 에너지와 물질 교환이 평형을 이룰 경우에 항상 적용할 수 있다. 열역학법칙은 복잡한 중간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복잡한 과정을 설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
열역학법칙과 지구의 나이
열역학적으로 지구가 고온의 액체 상태에서 식어왔다고 가정하면 지구의 나이를 추정할 수 있다. 사진은 지구가 방출하는 열을 찍은 사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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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까지 신학자와 지질학자, 그리고 진화생물학자들 사이에 지구의 나이 논쟁이 벌어졌다. 신학자들은 성서에 근거하여 지구의 나이를 수천 년 정도로 추정하였으나, 지질학자들은 지층의 두께와 지표에 퇴적물의 퇴적되는 속도로 미루어 수억 년이 넘는다고 맞섰다. 물리학자 켈빈도 이 논쟁에 끼어들었는데, 그는 지구가 불덩어리 상태로부터 현재의 온도로 식는 데 걸리는 시간을 열역학적으로 추산하여 지구의 나이는 1억년 정도라고 발표했다. 난처한 입장에 빠진 사람들은 진화론을 주장하는 생물학자들이었다. 지구상의 생물의 진화를 설명하기에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표에서는 심심치 않게 화산에서 용암분출이 일어난다. 이는 지구의 내부가 아직도 뜨거운 액체 상태임을 암시한다. 지구가 뜨거운 용융상태로부터 계속 식어왔다면 지구중심부는 이미 오래전에 싸늘하게 식었어야 했다. 이 모순은 암석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이 발견됨으로 해결되었다. 러더포드는 지구내부에는 많은 방사성물질이 포함되어 있어서 지구를 계속 가열해 왔으므로 지구의 나이는 1억년 보다 훨씬 더 길다는 것을 밝혔다. 오늘날 암석 속의 방사성동위원소의 반감기를 이용한 측정으로 지구의 나이는 45~46억년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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