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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또 ‘내전 늪’…종파전쟁 중동 전역 번질 조짐

국제사회分爭및動向

by 석천선생 2014. 1. 7.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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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또 ‘내전 늪’…종파전쟁 중동 전역 번질 조짐



[한겨레] 미군 철수 뒤 지난해 9천여명 사망

알카에다 연계된 수니파 무장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 부상해

팔루자·라마디 등서 정부군과 격돌

시리아서도 수니파-시아파 전쟁중

주변국 물론 미-중·러도 지원 갈려


이라크 ‘내전’의 상징적 장소인 팔루자가 알카에다와 연계된 무장단체에 재점령돼, ‘테러와의 전쟁’ 이후 중동 분쟁이 새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시리아와 이라크가 동일한 내전 지대로 엮여 중동 전역이 수니파 대 시아파, 이슬람주의 대 세속주의의 대결이 얽힌 거대한 혼란에 휩쓸리고 있다.

무엇보다 새해 들어 이라크 상황이 내전 상태로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2003년 미군의 이라크 침공 이후 가장 격렬한 전투가 벌어진 안바르주 팔루자와 라마디에서 지난달 30일부터 수니파 무장세력이 누리 말리키 총리의 시아파 정권에 맞서 봉기해 두 도시를 장악했다. 정부군은 5일 라마디 일부 지역을 탈환했으나, 팔루자는 여전히 알카에다와 연계한 ‘이라크-레반트 이슬람 국가’(ISIL)를 주축으로 한 수니파 무장세력이 장악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와 <비비시>(BBC) 등이 6일 보도했다.

■ 알카에다와 이라크 수니파의 재결합 알카에다 연계 세력의 팔루자 장악은 2011년말 미군의 이라크 철수 이후 이라크가 다시 내전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음을 상징하는 변곡점이다. 미국이 이라크에서 다수파인 시아파 주축의 정권을 세우자, 사담 후세인 시절 정권의 주축이던 수니파가 가장 강하게 저항한 곳이 팔루자 일대다. 이라크에서 전사한 미군 4500여명 가운데 3분의 2가 팔루자 등 안바르주에서 숨졌다.

미군은 2006년 이후 팔루자에서 온건 수니파 부족세력을 끌어들여 알카에다 등 무장세력에 맞서게 하는 등의 전략으로 사태를 일단 안정화시켰다. 하지만 미군 철수 이후 상황이 다시 나빠졌다. 2013년에만 민간인 7818명, 정부군 1050명이 죽어 2008년 이후 최악의 희생자가 났다고 유엔 이라크지원단이 집계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라크-레반트 이슬람 국가’가 지난 연말부터 최대 무장세력으로 떠올랐다. 팔루자 등에서 시아파 말리키 총리의 종파적 국정운영에 반발해 봉기를 일으킨 수니파가 알카에다 연계 세력과 연합한 것이다. 알카에다 세력과 이라크 수니파의 결합은 시리아 내전 이후 중동 곳곳에서 격화하고 있는 수니-시아 종파분쟁의 연장선에 있다.

■ 사우디와 이란의 대리전 애초 ‘아랍의 봄’ 반정부 시위로 시작된 시리아 상황은 이미 중동 지역 수니-시아파의 대리전으로 변질됐다. 시리아의 바샤르 아사드 정부 뒤에는 이란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로 이어지는 시아파 세력이 포진해 있다. 반대편엔 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 등 수니파 아랍 국가의 지원을 받은 시리아의 수니파 반군 세력이 있다. 시아파 축 뒤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수니파 축 뒤에는 미국과 유럽연합 등이 있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에 밀려 세력이 위축된 알카에다 등 수니파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은 시리아 내전에서 활로를 찾았다. 이들이 이라크의 종파분쟁을 부추기며 혼돈의 도미노를 불러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짚었다. 특히 사우디는 시리아에서 ‘누스라 전선’같은 알카에다 연계 이슬람주의 세력을 지원하고 있다. 사우디는 미국이 시리아 아사드 정권 전복에 나서지 않자, 아사드 정권과 이란 동맹을 물리치는 데 도움이 될 세력이라면 누구와도 손을 잡고 있다. 이는 1979년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자, 미국과 사우디가 수니파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을 지원했다가 결국 알카에다라는 괴물을 만들어낸 상황과 유사하다. 사우디는 지난주 레바논에서 시아파 헤즈볼라 세력을 막겠다며 레바논 정부군에 30억달러를 지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렇게 시리아와 이라크의 내전은 다시 레바논으로도 번지고 있다.

미국이 벌인 ‘테러와의 전쟁’ 및 ‘아랍의 봄’ 이후 중동지역에서 강력한 정권이 잇따라 몰락해 거대한 권력 공백지대가 된 중동이 무장세력의 무차별 전장으로 변해버렸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공식 SNS [통하니] [트위터] [미투데이] | 구독신청 [한겨레신문] [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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