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입법예고된 정부 기초연금안의 최대 희생자로 40∼50대가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올 상반기 국민연금 탈퇴자 10명 중 8명이 40∼5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수준별로는 노후 대비가 절실한 중위소득인 월평균 200만원 이하가 90%를 넘었다. 모두 올 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연계안을 발표한 직후 불안감을 느껴 국민연금에서 대거 탈퇴한 이들이다.
4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인수위의 기초연금안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온 1월부터 5월까지 국민연금 탈퇴자는 4만873명에 달했다. 연령대별로는 50대가 절반을 넘는 52.5%(2만1473명)로 가장 많았고, 40대가 30.8%로 뒤를 이었다. 30대와 20대는 각각 13.9%, 2.8%였다.
당시 인수위의 기초연금안은 모든 노인에게 4만∼20만원을 차등지급하고,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기초연금을 더 많이 주는 구조였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에 아예 가입하지 않으면 20만원을 모두 받고, 꼬박꼬박 국민연금을 내면 그보다 덜 받는다는 이유로 가입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그러나 정부가 최종 제시한 안은 국민연금에 오래 가입할수록 오히려 기초연금액이 깎이는 반비례 구조여서 장기 가입자 역차별 논란을 불렀다. 특히 40, 50대 중년층이 최대 희생자로 꼽힌다. 6월 말 기준 50대 가입자의 43%, 40대 가입자의 39%가 각각 가입기간 12년이 넘어 한도액인 20만원을 받지 못한다. 가입기간이 20년을 넘어 기초연금을 10만원만 받게 되는 가입자(127만7482명) 중에서도 50대가 73만330명으로 가장 많고 40대 53만3448명, 30대 1만3190명, 60대 514명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안 발표를 기점으로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다고 느끼는 40, 50대가 대거 국민연금을 탈퇴할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소득수준별로 따져도 노후 준비가 절실한 가입자들이 가장 크게 동요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1∼5월 탈퇴자의 월소득 현황을 보면 99만∼200만원 미만이 89.8%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가입자 월평균 소득(200만원)에 못 미쳐 살림이 팍팍한 가입자들이 가장 많이 빠져나갔다는 뜻이다.
탈퇴자의 83.4%는 여성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의무가입자가 아닌 전업주부 등 임의가입자만 국민연금 탈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급여에서 보험료가 원천징수되는 직장인과 달리 자영업자, 일용직, 특수고용직 등 지역가입자들이 소득신고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국민연금을 납부하지 않고 자동탈퇴한다는 점이다. 18만8000명에 불과한 임의가입자와 달리 856만명(소득신고자 390만+납부예외자 466만명)에 이르는 지역가입자들이 동요한다면 국민연금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윤석명 연금연구센터장은 "한창 노후준비를 해야 하는 40, 50대가 대거 빠져나가는 것은 노후대책 수단으로 믿었던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과 불안이 증폭된 탓"이라며 "장기적으로 국가 부담이 커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공단 관계자는 "최근 임의가입자 탈퇴가 예년 수준으로 안정화하고 있으며, 어느 경우이든 국민연금을 계속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해명했다.
김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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