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계면활성제 파라벤 실리콘 등 유해성분이 들어있지 않은 샴푸들
왼쪽부터 꼬달리 / 레오놀그렐 / 키엘 / 바디샵
직장인 김모(38)씨는 우연히 건강 관련 TV프로그램 본 후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샴푸의 핵심 성분인 계면활성제가 각종 알레르기와 두피 노화, 탈모까지 일으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탈모방지라고 적힌 샴푸에서조차 이같은 유해 성분이 버젓이 들어있다는 말에 김씨는 황당했다. 그는 "머리숱이 적어 탈모방지 샴푸만 골라 썼는데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킨 꼴이다"면서 "극미량이라고는 하지만 매일 쓰는 샴푸에 독성분이 들어있다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근 탈모방지나 천연제품을 표방하는 샴푸에 유해 성분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소비자들 사이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샴푸 이용시 거품을 내게 하는 화학계면활성제를 비롯해 파라벤, 실리콘 등이 대표적인 유해 성분이다.
이 중에서도 문제제기가 가장 많이 되는 것은 화학계면활성제인`소듐 라우레스 설페이트`다.
소듐 라우레스 설페이트는 백내장이나 피부 기능장애, 탈모 등을 유발해 문제가 된 소듐 라우릴 설페이트를 변형해서 만들었다. 그런 까닭에 변형 전 성분에 대한 의심을 소비자들은 떨치기가 어렵다.
특히 그 변형 과정 중 고엽제의 주원료인 다이옥신이 생성될 가능성이 있어 불안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화학방부제 역할을 하는 파라벤에 대해서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미 피부 트러블 원인 1위로 꼽힌 파라벤은 영국의 한 연구진에 의해 유방암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지적됐다.
머리카락에 윤기를 더해주는 실리콘의 경우 피부가 숨을 쉬는 것을 막아 염증 등을 유발하는 성분으로 잘 알려져 있다.
화학계면활성제 파라벤 실리콘 등 유해성분이 들어있는 샴푸들
이처럼 소비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결국 매일 해로운 독성분을 두피와 머리카락 등에 바르고 있었던 것.
소비자들이 설령 그 해로움을 알더라도 시중에서 판매되는 샴푸들 중 유해 성분이 포함돼 있지 않은 것을 골라내기가 쉽지 않아 문제는 더 심각하다.
우선 소비자들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 국내외 유명 브랜드 제품 20개를 조사해 본 결과 탈모방지나 천연제품의 특징을 앞세운 샴푸에서조차 예외없이 소듐 라우레스 설페이트, 파라벤, 실리콘 등 3가지 유해성분 중 한 가지는 꼭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위의 유해성분이 모두 들어가 있지 않은 샴푸는 불과 6개로, 프랑스산 천연제품인 `레오넬그렐`과 `꼬달리`, 각각 독일산과 미국산 유기농 제품인 `로고나`와 `닥터브로너스`, 영국산 제품 `바디샵`, 미국산 키엘의 기존 제품이 아닌 신제품 뿐이었다.
현명숙 레오놀그렐 대표는 "이들 제품은 주로 식물에서 추출한 천연계면활성제를 사용하는 것들이며, 유해 성분의 문제점을 인지한 브랜드에서는 점차 이를 없앤 신제품을 출시하는 추세이다"면서 "이 중에서도 한 브랜드 내 모든 제품에서 유해 화학성분을 사용하지 않는 곳은 레오놀그렐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일부 샴푸에서는 전성분이 아닌 주성분만을 표시해 소비자들의 알 권리마저 박탈하고 있다.
현재 샴푸 제품들은 화장품법을 적용받아 전성분을 표시하는 게 의무다. 하지만 수입 샴푸들에서는 국내 샴푸와 달리 실제로 잘 지켜지지 않은 실정이다.
탈모방지 등을 내세워 의약외품으로 등록한 샴푸의 경우 국내 제품이더라도 전성분을 표시하지 않았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이들 제품에 어떤 유해 성분이 들어있는 지 확인할 길이 전혀 없는 셈이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전성분 표시가 의무화된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일부 샴푸들에서는 제대로 표기가 돼 있지 않다"면서 "샴푸 속 유해 성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으나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청 관계자는 "의약외품으로 허가를 받은 샴푸의 경우 일반 샴푸와 달리 약사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주성분만 표시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사용법상 샴푸를 머리카락에 발라 문지른 뒤 물로 씻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헹궈낸다면 별다른 부작용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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