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 입력 2012.11.06 15:10
직장인 김 모씨(38)는 얼마 전에 치통으로 고생한 생각만 해도 눈앞이 깜깜해진다. 며칠 전부터 이가 살살 아리던 김씨는 회사 일이 바빠 병원에 가는 것을 미뤘다. 그러다 증상이 심각해진 것은 금요일 밤. 김씨는 밤 늦도록 이가 아려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병원이 문을 열었을 리 없고 결국 밤새 참았다. 이튿날 약국을 찾은 김씨 손에 쥐어진 것은 진통제 몇 알. 그는 통증만 조금 줄일 뿐 염증을 가라앉힐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2000년 의약품 처방과 조제를 분리하는 의약분업제도가 도입되면서 의약품의 무분별한 사용을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그중에서도 항생제 사용 감소는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부분 중 하나다.실제로 과거 과도한 항생제 사용으로 지적됐던 급성 상기도감염(감기)에 대한 항생제 사용이 의약분업 이후 크게 줄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적정성평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감기 항생제 처방률은 45.44%로 2002년(평가 초기) 대비 38.3% 감소했으며, 최근 3년간 연평균 감소율 2.29%에 비해 5배 이상 줄어들었다. 이로 인한 항생제 처방절감 건수도 218만건으로 집계됐다.항생제를 무분별하게 복용하면 내성을 부를 수 있어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항생제를 무조건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항생제를 무턱대고 제한하면 자칫 병을 키울 수 있으므로 적절한 사용을 권장해야 한다는 것이다.조선남 파주 신성심약국 약사는 "다치거나 베인 상처가 곪은 또는 가벼운 염증을 가진 환자들이 가끔 약국을 찾는다"며 "항생제 몇 알만 먹으면 되는데, 처방이 필요해 그냥 돌려보내곤 한다. 환자 편의를 위해 약사 재량으로 항생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복례 김포 소망약국 약사도 "요즘에도 처방전 없이 항생제를 찾는 환자들을 간혹 만날 수 있다"며 "가벼운 염증이어서 항생제를 며칠만 쓰면 되는데, 처방전이 없어 그냥 돌려보낼 때 안타깝다"고 덧붙였다.항생제에 대한 일반인의 오해도 깊다. "항생제를 먹으면 내성을 부른다" "항생제는 될 수 있으면 먹지 않는 게 좋다" 등은 항생제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이다. 이러한 탓에 항생제 사용을 꺼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항생제가 필요할 때는 적절히 써야 한다"고 조언한다.강철인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반적인 의약품 내성은 환자 본인이 약이 듣지 않는 것이고, 항생제 내성은 균이 내성이 생기는 것"이라며 "항생제를 많이 먹으면 본인이 바뀌는 것이 아니다. 항생제를 꼭 먹어야 하는데 나중을 위해서 아낄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많은 사람들이 항생제를 사용하면 내성이 생겨 무조건 쓰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항생제는 필요할 때는 써야 한다"며 "다만 항생제는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대표적인 항생제 오남용 사례는 △항생제가 필요없을 때 사용하거나 △용량과 용법 사용기간 등을 지키지 않는 일이다. 최근에는 항생제가 안 좋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의사 처방대로 사용하지 않고 임의로 항생제를 2알 먹어야 하는데 1알만 먹는다거나 증상이 호전돼 복용기간이 남았는데도 마음대로 복용을 중단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이 역시 항생제 내성을 키우는 일이다. 항생제 오남용은 항생제 내성이라는 결과를 낳는다. 항생제 내성은 향후 세균성 감염질환(세균성 폐렴 등)에 걸렸을 때 치료효과를 보지 못하게 된다는 점이다.항생제 내성을 예방하려면 항생제 내성균을 발생시키는 환경을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강철인 교수는 "항생제를 많이 사용하면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균이 발생한다"며 "병원은 다양한 항생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다양한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균이 발생할 수 있다. 이것이 다제내성균이다. 이러한 균에 감염되면 항생제를 사용해도 잘 듣지 않는다"고 지적했다.또한 감염예방 활동과 감염관리인력 확충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철인 교수는 "항생제 내성을 막기 위해서는 감염관리도 중요하다"며 "병원 곳곳에 손소독제를 비치해 의료진은 물론 환자까지 손을 자주 씻고 소독하게 하고, 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된 환자가 발생하면 특별히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대부분 병원에서 부담하고 있다"며 "앞으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김남중 교수는 "우리나라는 감염관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감염관리를 중요한 분야로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며 "지금은 이 분야 인력을 잘 뽑지 않으니, 지원자도 적은 형편"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우리나라 대형병원은 소화기내과와 감염내과 인력비율이 1대0.3 정도로, 외국 유명 병원인 존스홉킨스 1대1.2, 하버드의대 부속병원 MGH 1대1과 비교할 때 감염관리 인력이 상당히 부족한 상황이다.[매경헬스 = 문애경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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