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 질환 관리·예방하기
식도는 구강부터 위 사이에 위치한 긴 관 형태의 장기다. 음식물을 소화기관으로 내려보내는 통로 역할을 한다. 음식물이 식도를 지나는 시간은 10초도 채 걸리지 않는다. 음식을 먹기 위해 쉴 틈 없이 사용되지만, 위·장보다 상대적으로 인식이 낮아 중요성을 간과하곤 한다. 그러나 식도에 이상이 생기면 음식물을 삼키기 힘들어지고 만성적인 통증·출혈·기침·이물감 등이 나타나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느낀다. 식도 건강을 지키는 생활습관을 실천해 ‘속 편한 삶’을 누리자.
식도의 위아래엔 공기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고 위산과 위 속 음식이 역류하지 못하도록 도와주는 조임근이 있다. 조임근 덕분에 식도가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조임근의 압력이 어떤 이유에서 적절한 수준보다 낮아져 고생하는 현대인이 많다. 속이 쓰리고 신물이 나며 음식을 삼킬 때 이물감을 호소한다. 심한 경우 식도 점막이 손상돼 출혈이 생기기도 한다. 특히 식도 조임근은 복압이 증가한 상태일 때 많이 이완하고 손상되기 쉽다.
복압 상승을 유발하는 가장 치명적인 건 복부 비만이다. 복부 비만은 복압이 높아지고 위에 압력이 가해지면서 식도 조임근을 느슨하게 만든다. 복압을 줄이려면 체중을 단 몇 ㎏이라도 줄이는 게 좋다. 허리띠를 꽉 맨다든가 스키니진·거들·코르셋처럼 배를 조이는 의류 역시 복압을 상승시키기 쉬워 입는 것을 자제한다. 역류 증상이 있는 사람이라면 춥다고 두꺼운 코트나 점퍼, 재킷을 여러 겹 껴입는 것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윗몸일으키기나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리는 역기 운동, 달리기 등을 과하게 하면 복근과 연관 근육들이 긴장해 횡격막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조임근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삼가는 게 좋다.
식도 질환은 식습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식도암이나 역류성 식도염의 경우 식생활의 서구화와 고지방식, 염장 음식 및 가공육 섭취 등이 질병 발생의 원인으로 꼽힌다. 식도를 편하게 하려면 기본적으로 소식·서식·건식·혼식 네 가지를 기억해야 한다. 소식·서식은 말 그대로 적게, 천천히 먹는 것이다. 과식하면 위 내용물의 양이 늘어나면서 위산 분비가 증가한다. 위 속에 있는 음식물이 장으로 배출되는 데도 오래 걸린다. 위가 늘어남에 따라 식도 조임근이 느슨해져 역류할 가능성이 커진다. 과식하지 않게 천천히 씹어 적당량 먹는 것이 가장 좋다.
건식은 국·물에 밥을 말아 먹지 않는 것이다. 소화를 잘 시키려면 음식물을 꼭꼭 씹어 잘게 조각낸 뒤 삼켜야 한다. 근데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 습관이 있는 사람은 잘 씹지 않고 빨리 먹게 되는 데다 소화액 분비에 방해돼 식도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골고루 먹는 혼식도 중요하다. 현대인이 선호하는 맵고 달고 짠 음식은 미각을 사로잡아 편향된 식습관을 부추기는 반면, 씁쓸하면서 시큼한 맛을 내는 신선한 채소·과일 섭취는 꺼리게 한다. 하지만 채소류와 과일, 유제품, 어류 등을 고루 먹으면 식도암 발생 감소와 관련 있다고 알려진 비타민
A·C·E, 아연, 셀레늄, 엽산, 리보프라빈 등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너무 뜨겁거나 차가운 음식은 식도와 상극이다. 뜨거운 음식·음료를 자주 먹으면 식도 점막 세포가 반복적으로 자극·손상돼 염증이 발생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세포에 변형이 일어나게 되면 암 발생 위험이 커진다. 또 식도 통증이 잦은 사람은 차가운 음식이 이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상온 정도로 데워 먹는 게 좋다.
식도 건강을 해치는 악습 중 하나는 밤늦게 식사하고 바로 눕는 행동이다. 위산과 위 속 내용물의 역류를 악화시킨다. 늦은 시간에 식사했다면 식사 후 바로 드러눕지 말아야 한다. 20~30분 산책하는 등 가벼운 운동을 하고 바르게 앉거나 선 자세로 충분히 소화시킨다. 그런 다음 적어도 2~3시간 지난 후 잠자리에 드는 게 좋다. 잠 잘 땐 침대 머리를 15도 정도 올리고, 오른쪽으로 누우면 위장의 상부 식도 연결 통로가 아래 방향으로 향해 음식물이 식도 쪽으로 역류하기 쉬우므로 왼쪽으로 눕는 것이 도움될 수 있다.
또 수면무호흡증이 있다면 치료하는 편이 낫다. 수면무호흡증이나 구강 호흡 환자에게서 역류성 식도염이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압이 상승하면서 위장을 압박해 위액이 식도로 역류할 수 있다. 미국 소화기학회에 따르면 역류성 식도염 환자의 74%가 수면무호흡증을 동반하고 있으며 양압기 치료 후 약 65%에서 증상이 개선됐다.
식도 건강을 유지하려면 의심 증상이 있을 때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따져야 한다. 주기적으로 검사받아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역류성 식도염 증상이나 음식물을 삼키기 어려운 삼킴장애, 식도 출혈, 체중 감소, 빈혈과 같은 증상은 식도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땐 위 내시경 검사를 시행해 동반된 위장 질환은 없는지 확인하고 식도 질환의 유무나 심한 정도를 평가한다. 대부분 약물치료를 먼저 시행하면 증상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식도암과 같은 악성 질환은 조기에 발견하면 내시경 시술이나 항암 방사선 치료 등으로 완치할 수 있는 확률이 높다. 따라서 가족력이 있거나 음주·흡연 등 위험 인자를 갖는 50세 이상 성인은 매년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을 추천한다.
도움말=김신희 순천향대 부천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김범진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