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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명 살해 흉악범 추방'이 '강제북송 반인륜 범죄'로..

검사 윤석열의 실체와한계

by 석천선생 2022. 7. 13.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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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훈 입력 2022. 07. 13. 18:50 수정 2022. 07. 13. 19:00 
 
[이제훈의 동서남북]'북한 어민 북송 사건' 논란 보니

"귀순 의사 없었단 설명과 달라" 단언

대통령실, 사실 오도하며 전면전 선포

통일부 당시엔 '귀순 진정성 없다' 판단

이혜훈 정보위원장도 '북송'에 수긍

"이런 사람 국내 돌아다니면 위험"

대법 '남북관계 이중성' 반영 추세인데

'북 주민=한국 국민' 헌법 근거로 공세
 
 
 
2019년 11월8일 오후, 해군이 동해상에서 북한 오징어잡이 목선(17t)을 북쪽에 인계하고 있다. 정부는 전날 동료 어민 16명을 살해한 북한 선원 2명을 판문점을 통해 추방했다. 통일부 제공

윤석열 정부가 2019년 11월7일 문재인 정부가 ‘동료 16명을 살해한 북한 어민 2명’을 북한에 돌려보낸 것을 두고 “국제법과 헌법을 모두 위반한 반인도적 반인륜적 범죄행위”라고 비난하며 “사건의 진실을 낱낱이 규명하겠다”고 선언했다.

 

국정원이 지난 6일 북한 어민 북송 사건 조사를 서둘러 종료한 혐의로 서훈 전 국정원장을 고발하고, 전날 통일부가 이들의 북송 당시 사진을 공개한 데 이어, 대통령실이 반인도적 ‘강제 북송’ 여부를 따져보겠다며 문재인 정부를 향해 ‘전면전’을 선포한 것으로 읽힌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13일 브리핑에서 진실 규명이 필요한 이유로 “(통일부 공개 사진 속 북한 어민들이) 어떻게든 끌려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은 귀순 의사가 전혀 없었다던 문재인 정부 설명과는 너무나 다른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이런 ‘단언’은 사실과는 다르다. 우선, 문재인 정부는 당시 이들이 ‘귀순 의사가 없었다’고 발표하지 않았다.

 

또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은 이들의 북송 8일 뒤인 2019년 11월1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나와 “이들이 보호를 요청하는 취지를 서면으로 제출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정부는 범죄 사실, 범죄 후 북한 내 행적, 나포 과정 등 관련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그 진정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들은 당시에도 북송 어민들이 정부 합동심문 과정에서 ‘귀순 의사’를 자필 문서로 밝혔다는 점을 들며, ‘자유의사에 반해’ 추방한 점을 공격 포인트로 삼았다.

 

그러므로 실제 쟁점은 ‘문재인 정부의 거짓·은폐’가 아니라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다’고 본 문재인 정부의 판단의 적절성 여부다.

 

이 사건은 2019년 10월 말, 북한 선원 2명이 동료 16명을 살해한 뒤 동해 북방한계선(NLL)으로 남하하면서 시작됐다.

 

2019년 8월 오징어잡이배를 타고 김책항을 떠나 러시아·북한해역에서 어로작업을 하던 중, 이들은 다른 선원 1명과 공모해 가혹 행위를 한다는 이유로 선장과 다른 어민 2명을 죽여 수장했다.

 

이들은 범행을 감추기 위해 남은 동료 선원 13명도 차례로 죽여 수장했다. 도피자금을 마련하려 김책항으로 갔다가 1명이 잡혔다. 남은 2명이 배를 타고 북한 경비정의 추격을 피해 동해 북방한계선으로 남하했다.

 

 

문재인 정부가 이들의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한 근거는, 우선 이들이 북방한계선으로 남하한 이후, 보호 요청을 하지 않고 도리어 2019년 10월31일부터 11월2일까지 사흘에 걸쳐 한국 해군을 피해 도망다녔기 때문이다.

 

이들은 “해군 특전요원들이 (배에) 들어가서 제압”(2019년 11월7일, 정경두 국방장관 국회 답변)해 붙잡혔고, 정부 합동심문 과정에서 동료 어민 살해 직후 “일단 돌아가자, 죽더라도 조국에서 죽자”고 결의해 김책항으로 돌아갔다거나 해군에 붙잡힐 때 “삶을 포기(자살)하려는 생각”을 했다고 진술(2019년 11월15일, 김연철 장관 국회 외통위 보고)을 하기도 했다.

 

통일부는 이를 바탕으로 당시 “이 선원들은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흉악범들이고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해 추방을 결정했다”고 국회에 공식 보고(2019년 11월15일 외통위)했다.

 

추방 결정에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를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국제난민법, ‘비보호대상’으로 규정한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의 입법 취지 등을 두루 고려했으며 “국내 사법 절차에 따른 처벌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당시 야당 의원이던 이혜훈 정보위원장은 “(보고를 듣고) 영화 <황해>가 생각났다”며 “이런 사람이 귀순해 우리 국민 속에 섞인다면 너무 끔찍한 일”이라고 우리 국민 사이에 이런 사람이 돌아다니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며 정부의 추방 결정에 힘을 싣기도 했다.

 

하지만 통일부는 지난 11일 “탈북 어민이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고, 북한으로 넘겨졌을 경우에 받게 될 여러 가지의 피해를 생각한다면 탈북 어민의 북송은 분명하게 잘못된 부분이 있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조중훈 대변인 내외신 기자회견)며 돌연 달라진 입장을 내놨다. 정권이 바뀌자 “흉악범죄 북한 주민 추방”(2019년 11월)이라던 입장에서 “북한 어민 강제 북송”(2022년 7월11일)이라는 쪽으로 공식 견해를 바꾼 것이다.

 

통일부는 12일 “통상 판문점에서 북한주민 송환 시 기록 차원에서 사진을 촬영해왔다”며 “오늘 국회 요구 자료로 2019년 11월 발생한 북한 어민 강제북송 당시 판문점을 통한 송환 사진을 제출하였으며 이 사진 자료를 기자단에도 공개한다”고 밝혔다. 통일부 제공
 

 

‘북송’을 둘러싼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극심한 인식차와 통일부의 자기분열적 공식 견해 변경 등은 상충하는 헌법 조항(3조와 4조)으로 상징되는 ‘남북관계의 이중성’과 추방 선례가 없다는 사실에 뿌리를 두고 있다.

 

 

북송 직후 자유한국당은 “북한은 (헌법 3조 영토 조항에 따라) 우리 헌법상 명백한 대한민국 영토라 북한 주민 모두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정부의 추방 결정은 “위헌”이라고 맹비난했다.

 

‘북한 사람=대한민국 국민’이라 판단한 대법원 판결(1996년 11월12일)도 위헌 주장의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헌법 3조를 근거로 북한의 법적·정치적 실체를 부인했다.

 

북한을 줄곧 “반국가단체”로만 간주하던 대법원은 2004년 “북한은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이자 반국가단체”라며 ‘남북관계의 이중성’을 처음으로 인정하는 판결(2004년 8월30일)을 내놨다.

 

대법원은 두차례 남북정상회담을 치른 직후 엔 한발짝 더 나아가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로서 북한의 실체를 인정하는 헌법적 근거인 4조(평화통일원칙 조항)의 규범력을 처음으로 명시적으로 인정하는 판결(2008년 4월17일)을 내놨다.

 

헌법재판소가 1993년부터 남북관계의 이중성을 인정하며 헌법 3조와 4조의 균형 잡힌 해석을 추구해온 것처럼, 대법원도 시대 변화에 맞춰 헌법 해석을 조정해온 셈이다. 헌재와 대법원은 2000년대 들어 북한을 외국에 준하는 지역으로, 북한 사람을 외국인에 준하는 지위에 있는 자로 볼 수 있다고 판시(대법원 2004년 11월12일, 헌재 2005년 6월30일)했다.

 

 

헌재와 대법원의 이런 시차를 둔 헌법 해석 변화는, 남과 북이 국제사회에선 ‘독립된 두 개의 주권국가’(1991년 9월17일 유엔 동시·별도 가입)인데 남북 쌍방관계는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니라 통일을 지향하는 잠정적 특수관계”(남북기본합의서 전문)로 다르게 규정한 한반도의 복잡한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통일부는 헌법 3조 영토조항을 근거로 “탈북 어민은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대법원과 헌재의 헌법 해석 변화를 사실상 외면한 것이다. 남북관계에 오래 관여해온 원로인사들은 “북한 어민 북송을 둘러싼 논란은 수사와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아니라 남북관계의 변화된 현실을 반영한 헌법 해석과 입법으로 풀 문제”라고 짚었다.

 

‘북송’ 직후,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흉악범죄의 기준, 귀순 의사의 객관성 확보, 남북 형사사법공조(범죄인인도), 관련 매뉴얼 등 중장기적으로 법적·제도적 보완을 추진·검토하겠다”고 국회에 보고했으나, 이후 의미 있는 진전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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