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이 지구 상에서 사라지면, 인류는 4년밖에 살아남지 못한다.”
아인슈타인의 말로 알려진 이 가설은 노벨문학상 작가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책 ‘꿀벌의 생활’(1901)에 나오는 문장이라고 한다. 꿀벌의 중요성을 내다본 벨기에 작가의 글은 100년이 지나 한국 사회에서 다시 회자되고 있다. 꿀벌이 실제로 사라지기 시작하면서다.
지난 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겨울에만 국내에서 월동 중인 사육 꿀벌 약 39만 봉군(약 78억 마리)이 폐사 피해를 입었다. 전체(240만 봉군·약 480억 마리) 사육 꿀벌의 16%가 넘는 수준이다. 국내에 서식하는 벌은 200종 이상이며 사육 벌이 아닌 야생 벌의 개체 수는 추정이 어렵다고 한다. 그 중 꿀을 대규모로 모으고 저장하는 꿀벌은 토종벌(Apis cerana)과 양벌(Apis mellifera) 두 종 뿐이다. 꿀벌 대부분은 인간이 기르는 벌이라고 한다. 2020년 기준 국내 사육 꿀벌의 3.7% 정도인 토종벌은 사육 군수가 2009년 38만 봉군에서 2020년 9만 봉군으로 급감했다. 미국에서 2006년 처음 보고된 꿀벌 군집붕괴현상(CCD)이 북남미, 유럽에 이어 한국에서도 나타난 것이다.
전 양봉학회장인 이승환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교수는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4년 안에 사라진다는 건 상징적인 얘기”라면서도 “식량 생산이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유엔 식량 농업기구(UN FAO)에 따르면 인간이 먹기 위해 기르는 작물 종의 약 75%가 꿀벌·나비 같은 화분 매개 동물의 수분에 의존한다. 사과·수박·자두 등 과일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교수는 “인간이 집약적 농업을 하면서 경작지가 넓어지고, 상대적으로 꿀벌이 살 곳이 줄어들면서 자연 수분이 이뤄지기 어렵게 됐다”며 “현대 사회에서 화분매개 곤충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고 했다. 2008년 국제환경단체 ‘어스워치’는 꿀벌을 지구에서 대체 불가능한 생물로 꼽기도 했다.
이동 양봉도 주목받는 요인이다. 이 교수는 “원래 꿀벌은 한 장소에 있는데, 꿀을 만들거나 수분을 돕기 위해 벌집을 차에 태우고 돌아다니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고 귀소성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라고 했다.
토종벌에겐 2009년부터 유행한 낭충봉아부패병이 치명적이었다. 이 교수는 “토종벌의 원산지는 동남아인데, 국내에 다양한 개체군을 들여오지 못해 ‘유전적 병목 현상’(후손들의 유전적 다양성이 줄어드는 현상)이 일어났다. 그러다 보니 전염병에 더 취약해진 것”이라고 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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