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심장처럼 뛴다".. 직경 2mm 참깨만 한 '초미니 심장'

"진짜 심장처럼 뛴다"..직경 2mm 참깨만 한 '초미니 심장'

 

이새봄 입력 2021. 05. 29. 06:03 

진짜 심장처럼 뛰는 `미니심장` /사진=오스트리아 과학아카데미

 

[사이언스라운지] 참깨만큼 작은 덩어리가 쿵, 쿵 규칙적으로 움직인다. 모양도, 크기도 다르지만 움직이는 모양은 마치 인간의 심장같다.

 

최근 오스트리아 과학아카데미 연구진은 인간의 줄기세포를 이용해 '미니심장'을 만들어냈다. 줄기세포를 이용해 뇌와 간 등 다른 미니장기를 만드는 사례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인간의 줄기세포를 이용해 미니 심장을 만들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련 연구 결과는 학술지 셀(Cell)에 공개됐다.

 

연구진은 인간만능줄기세포(hPCS)를 활용해 직경 약 2㎜의 심장 오가노이드(organoid)를 만들었다. 오가노이드란 일종의 '미니장기'다.줄기세포를 이용해 장기를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줄기세포를 3차원적으로 배양하거나 재조합해 만들어 '유사 장기'라고도 부른다. 오가노이드는 2009년 네덜란드 후브레히트 연구소의 한스 클레버스 박사가 생쥐의 직장에서 얻은 줄기세포로 미니 장기를 만들면서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이때 클레버스 박사가 이 미니장기에 '오가노이드'라는 이름을 처음 붙였다.

 

이번에 만들어진 심장 오가노이드는 약 25일 된 배아의 심장 형태와 비슷하다. 성인의 심장은 좌심방·좌심실·우심방·우심실로 이뤄져 있지만 25일 된 배아의 경우 단 하나의 심실만 가지고 있다.

 

이 심실은 나중에 좌심실이 된다.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미니심장은 현재까지 3개월 이상 '생존'해 있다는 게 연구진 설명이다. 최초의 심장 오가노이드는 생쥐의 심장세포를 통해 만들어졌지만, '미니장기'라고 불리는 데는 여러가지 기능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논문 저자인 사샤 멘잔 오스트리아 과학아카데미 분자생명공학연구소 생물학자(줄기세포 전공)는 "이번에 만들어낸 미니심장을 통해 아기들의 선천성 심장 결함 등에 대한 연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멘잔 박사와 연구진은 또 오가노이드를 얼리는 실험도 해 봤다. 유아의 심장이 상처를 입었을 경우의 반응을 테스트하기 위해서였다.

 

심장을 얼리자 심장의 섬유모세포가 손상된 부분으로 이동해 죽은 세포를 복구했다. 멘잔 박사는 "아기들의 심장은 손상을 입었을 경우 흉터 없이 재생되는데, 어떻게 그렇게 되는지는 오랫동안 미스터리였다"며 오가노이드를 통해 인체 밖에서 그런 과정을 연구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선천성 심장 결함이나 심장의 생성 과정은 동물 실험에 의존해 왔다.

 

이들의 다음 연구 과제는 심장 오가노이드를 혈관에 연결해 혈액을 펌핑하는 능력을 테스트해 보는 것이다. 또한 배아기의 심장이 아닌, 심방과 심실을 모두 갖춘 오가노이드를 생산하는 연구도 진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실제 완벽한 심장 오가노이드를 만드는 데는 최소 1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는 게 연구진의 판단이다.

 

오가노이드는 개인 맞춤형 장기 개발에 활용될 수 있어 주목받는다. 하지만 완벽한 미니심장을 만드는 데도 긴 기간의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듯, 오가노이드가 실제 인간의 장기를 대체하는 데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가노이드가 실제 인간이나 실험동물을 대신해 질병·신약 연구 등에 활용되는 시장은 이미 상당히 커져 있다. 실제 장기의 구조와 기능을 재현한 유사장기이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나 신약의 치료 효과 등을 테스트해볼 수 있다.

 

신약을 개발할 때는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시작하기 전에 동물에게 먼저 약물을 투여해 독성과 안전성을 시험하는 전임상 단계를 거친다.

 

하지만 동물 실험에서 발견되지 않았던 부작용이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에서 발견되는 등 결과가 상이한 경우가 많았다. 또한 동물실험에 대한 윤리적인 논란도 늘 있어왔다. 오가노이드를 사용하면 이러한 문제가 일부 해결될 수 있다.

 

오가노이드 자체가 치료제로 활용되기도 한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다량 보유하고 있어 손상된 조직에 이식했을 때 탁월한 재생능력을 가진다. 이러한 특성을 이용해 재생치료제로서의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이새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