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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999% 정확도' 국과수, DNA 검사.. 구분 못하는 한 가지는?

SCIENCE

by 석천선생 2021. 3. 30.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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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999% 정확도' 국과수, DNA 검사..구분 못하는 한 가지는?

 

오진영 기자 입력 2021. 03. 30. 05:40 댓글 35

 

이동석 국과수 유전자 과장 인터뷰, "DNA 검사 세계 최고 수준..'구미 친모' 검사 항상 같아"

" 한국의 DNA 검사는 최신 기술을 망라한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이동섭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유전자과 과장은 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베테랑 감식관이다.

 

이 과장은 지난 2월 10일 경북 구미시의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된 '구미 3세 여아 사건'과 같은 변사체의 검사에서부터 실종 아동에 대한 증거 확인, 동·식물에 대한 유전자 감식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DNA 검사를 수행하고 있다.

 

이 과장은 "DNA 검사는 전세계적으로 사용되는 감정 기법에 실험자 간 교차 반복 실험, 오염검사 프로그램 구동 등 100% 신뢰도를 위해 과학 기술을 총집결한 과정"이라며 "범죄자가 아무리 발뺌을 하더라도 DNA 검사를 통한 '움직일 수 없는 증거'는 절대 부정할 수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99.999% 정확도' DNA 검사 결과 4번 부인한 구미 친모…"검사 몇 번 해도 결과는 같다"

경북 구미서 숨진 3살 여아의 외할머니로 알려졌지만 DNA검사 결과 친모로 밝혀진 A씨가 11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구속 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구지법 김천지원에 들어서고 있다. / 사진=뉴스1


이 과장의 설명에 따르면 DNA 검사는 수사관의 주관이 개입되지 않은 과학적 검사다. 그래서 신뢰도가 매우 높고 항상 검사 결과가 동일하다. 이 과장은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에서도 경찰의 반복되는 감정 요청에 따라 친모의 DNA 검사가 수 차례 이루어지고 있으나 그 결과는 모두 같다"고 말했다.

 

DNA검사는 1992년 국과수가 첫 감정서를 회보(경찰에 답변함)한 뒤 첨단 장비와 시약 등을 도입해 분석 능력과 신뢰도를 꾸준히 발전시켜 왔다. 현장에 남아 있는 DNA와 피의자의 DNA가 일치하는지 분석하는 절차인 'STR 분석'을 거친 뒤 가족관계와 성별 등까지 확인이 가능한 Y-STR 검사와 mtDNA 분석법을 더해 정확도를 높인다.

 

검사 절차는 DNA 검사에 사용될 시료(머리카락, 체액, 입안 세포 등)를 채취한 뒤 이를 정제한다. 이후 모세관 전기영동(CE·작은 관을 이용해 물질을 분리하는 기술) 과정을 거쳐 결과를 분석한다. 이 결과와 DNA 데이터베이스를 비교 대조해 일치 여부를 확인한 후 DNA 검사 감정서를 경찰에 보낸다.

 

이 과장은 숨진 3세 여아의 친모가 4번에 걸친 DNA 검사 결과를 모두 부인하는 것이 굉장히 이례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거짓 진술을 반복하는 피의자들도 정교한 DNA 검사 결과를 보면 인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 24일 구미 친모의 5번째 DNA 검사를 의뢰한 상태다.

 

이 과장은 "국과수에서 진행하는 DNA 검사는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수준"이라며 " 99.9999% 이상의 신뢰도를 자랑하는 DNA 검사는 가장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절차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사람들'은 DNA 검사가 무용지물?…'친딸도 누군지 몰라요'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만능열쇠'에 가까운 DNA 검사지만 한계점은 있다. DNA가 동일할 경우에는 DNA 검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 하나의 수정란이 분리돼 생기는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DNA가 동일하기 때문에 DNA 검사로 누가 피의자인지 알아낼 수 없다.

 

2019년 브라질에서는 일란성 쌍둥이 남성 중 한 명이 한 여성과의 사이에서 딸을 낳았으나 양육비를 주지 않기 위해 친자관계를 부인한 사건이 발생했다. 두 남성 모두 딸의 친부라는 DNA 검사 결과가 나왔다. 브라질 고이아스주 지방법원은 결국 아이의 친부를 밝혀내지 못하고 "두 남성 모두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일부 국가에서 일란성 쌍둥이를 구분하기 위한 DNA 검사를 도입하려고 시도 중이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다. 지난 1월 아이슬란드의 유전자 분석 전문기업 디코드 지네틱스(deCODE Genetics) 연구팀은 '일란성 쌍둥이도 평균적으로 5.2개의 유전적 차이를 지니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으나 아직 법적 효력을 인정받지 못했다.

 

이 과장은 "일란성 쌍둥이는 DNA가 같아 현재 국과수에서 수행 중인 검사 방법으로는 분별이 불가능하다"며 "국과수 자체적으로 여러 연구를 통해 일란성 쌍둥이를 구분하기 위한 노력 중이다"고 밝혔다.

"외교 분쟁으로 번질 뻔한 '서초구 영아 유기 사건'…DNA검사로 막았죠"

26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감정물을 분석하는 장면. / 사진 =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제공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국과수에서 근무한 '베테랑' 이 과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2006년 발생한 프랑스인 장 루이 크로조(당시 40)의 영아 유기 사건을 꼽는다. 당시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에서 거주하던 장 루이 크로조의 집 냉동고에서 유기된 갓난아이 시신 2구가 발견됐으며, 장 루이 크로조는 경찰 조사에서 "숨진 아이는 친자가 아니다"고 했다.

 

이 사건은 피의자가 숨진 영아와 자신의 친자관계를 부인한다는 점에서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과도 닮은 측면이 있다. 프랑스 수사당국이 국과수의 DNA 검사 수준을 의심하면서 외교 분쟁으로 번질 우려까지 나왔다. 그러나 프랑스 경찰의 DNA 검사에서 쿠르조 내외가 숨진 갓난아이의 친부모로 밝혀지면서 상황은 180도 반전됐다.

 

이 과장은 "프랑스 경찰이 프랑스로 귀국한 쿠르조 아내의 병원이용 기록을 토대로 DNA 재감정을 실시했는데 국과수의 감정결과와 정확하게 동일한 결과가 나왔다"며 "두 아이의 친부모는 쿠르조 부부로 밝혀졌으며, 국과수 DNA 감정 기술력을 세계에 입증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사건"이라고 회상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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