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진 입력 2020.09.23. 05:01 수정 2020.09.23. 07:45
서욱 신임 국방부 장관이 공군 공중급유기(KC-330)를 타고 첫 해외출장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서 장관은 다음 달 중순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안보협의회(SCM) 참석을 위해 KC-330을 이용할 계획이다.
익명을 원한 정부 관계자는 "국방장관이 민항기가 아닌 공중급유기를 타고 출장을 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항공편 제약 등을 고려한 조치로 들었다"고 밝혔다.
KC-330의 정확한 명칭은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Multi-Role Tanker/Transport·MRTT)'다. 군용기 작전 반경을 넓히는 공중급유 임무 이외에도 각종 이송·수송 작전에 투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KC-330 기체는 공중급유 관련 장비만 빼면 일반 여객기와 거의 같다. 300여석을 갖춘 민항기인 에어버스의 A330-200 기종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공군 관계자는 "기종 선정 당시 경쟁 기종인 보잉의 KC-46A(110여명 수송)보다 병력 수송 등 보다 다양한 임무 수행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해 최종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
공군에 따르면 KC-330에는 비즈니스석 6석과 일반 좌석 296석이 구비돼 있다. 고위 장교가 앉는 비즈니스석은 평소엔 조종사 등이 휴식을 취할 때 이용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서 장관의 출장 사례에서 보듯 코로나19 사태를 맞으면서 KC-330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 측면도 있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팬데믹(세계적 전염병 대유행) 상황으로 국제선 운항이 어려워지면서 수요가 늘어난 부분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존 C-130 계열 수송기는 속도가 느리고 중간 급유 없인 동남아시아 정도만 갈 수 있어 장거리 이송에 불리하다"며 "탑승 인원도 90명으로 적고 좌석도 불편하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7월 24일에는 재외국민 이송 작전에 처음 투입되기도 했다. 이라크에 파견된 근로자 293명은 KC-330 2대에 나눠 타고 국내로 돌아왔다.
앞서 6월 말에는 KC-330으로 아랍에미리트에 주둔 중인 아크 부대원의 근무 교대가 이뤄졌다. 또 올해 6·25를 하루 앞두고는 북한에서 발굴한 국군 전사자 유해 147구를 하와이에서 봉환하는 임무도 수행했다.
KC-330은 2018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순차적으로 총 4기가 도입됐다. 이로 인해 현재 24시간 운용이 가능하다. '4기 체제'면 각각 작전 수행-출격 대기-교육훈련-정비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서 장관은 이번 SCM을 통해 한·미 간 첨예한 현안인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회의에선 무엇보다 전작권 조기 전환에 공을 들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진행했어야 할 (총 3단계 운용능력 검증 중) 2단계 검증도 제대로 못 했을 정도로 상황이 나쁘다"며 "서 장관이 미국 측과 협의할 수 있는 사실상 올해 마지막 자리인 SCM에서 이 문제를 풀지 못하면 일정상 이번 정권에서 전작권 전환은 물 건너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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