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원 군사전문기자 입력 2020.09.19. 14:29 수정 2020.09.19. 23:00
군 당국이 유사시 북한 탄도미사일을 발사 직후 상승단계에서 KF-X(한국형전투기) 등에서 발사한 고속 미사일(요격탄)로 요격하는 무기를 개발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사일 상승 단계에서 요격하면 미사일 파편이 북한 땅 위에 떨어지는 피해가 생길 수 있어 북한의 실제 미사일 발사를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특히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 등 요격이 어려운 북 신형미사일이나 초대형 방사포도 요격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군 당국은 미국과 공동 개발을 추진, 중장기적으로는 항공기 탑재 레이저 무기로 북 미사일을 상승단계에서 요격하는 체계를 개발할 예정이다.
현재 우리 군의 미사일 방어망은 패트리엇 PAC-3 미사일과 천궁2 개량형 미사일 등으로 북 미사일이 우리 땅에 떨어지기 전 마지막 단계에서 요격토록 돼있어 요격에 성공해도 파편이 우리 땅에 떨어질 수 있고 요격시간이 매우 짧아 실패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미사일 상승 단계에서 요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안으로 거론돼왔지만 기술적인 어려움 때문에 실현되지 않았다.
군 소식통은 19일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KF-X등에서 발사되는 북 미사일 요격무기를 개발중”이라며 “미국과의 공동 개발도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이 요격무기는 북 탄도미사일이 발사된 직후 KF-X등에서 발사돼 상승단계에서 요격하게 된다.
KF-X는 오는 2026년까지 개발될 예정인데 이에 맞춰 2020년대 말쯤까지 KF-X에 장착할 요격 미사일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군 당국은 일단 미사일 형태의 요격탄을 개발한 뒤 중장기적으로 전투기 또는 무인기 탑재 레이저 무기를 개발, 레이저로 요격하는 방식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군 당국은 특히 미국이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고 레이저 등 상승 단계 요격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점을 감안, 한·미 공동 개발도 추진중이다.
한 소식통은 “지난해 미측에 상승단계 요격무기 공동개발 의사를 타진했는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국방과학연구소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요격 개념도에 따르면 한국형 중고도 무인기 등이 발사된 북 탄도미사일을 탐지해 요격탄(요격미사일)을 탑재한 KF-X 등에 표적정보를 보내면 요격탄을 발사, 미사일 상승단계에서 요격하는 것으로 돼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가늘고 긴 형태의 요격탄 그림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ICBM 등 탄도미사일은 발사 후 솟구쳐 올라가는 상승 단계, 추진제 연소를 끝내고 대기권 밖을 비행하는 중간 단계, 다시 대기권에 재진입해 목표물을 향해 떨어지는 종말단계 등 3단계로 비행한다.
전문가들은 이중 상승단계 요격(BPI·Boost-Phase Intercept)이 북한의 ICBM이나 중거리 탄도미사일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이라고 지적해왔다.
미 미사일방어청(DMA)은 “탄도미사일 요격에 가장 이상적인 방책이 상승단계”라며 “이 단계에서는 대응책이 동원되지 않는데다 미사일 탄두가 지정 표적을 인식하는 데 필요한 속도를 낼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미 해군연구소(USNI)가 발행하는 군사 전문지 ‘프로시딩스’도 지난 2017년 “상승하는 탄도미사일은 궤적이 분명한 단일 대형 표적인데다 대응책을 동원하지 않아 중간단계와 종말 단계보다 탐지와 요격이 훨씬 쉽다”고 밝혔다
프로시딩스는 “BPI에 적합한 소형 요격체는 비용 측면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미 허드슨 연구소 아서 허먼 선임연구원은 지난 2017년3월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BPI는 요격 미사일과 첨단 적외선 감지장치를 탑재한 무인 비행체를 북한 외곽 350마일(560km) 지점 약 17km 상공에 띄워 24시간 북한 지역을 감시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요격 미사일은 탄두중량 225kg으로 ICBM을 파괴하기에 충분한 위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미국은 실제로 지난 2016년6월 하와이 인근 해역에서 실시된 첫 한·미·일 3국 미사일 경보훈련에서 중고도 무인공격기 ‘리퍼’ 2대에 첨단 적외선 탐지장치를 장착, 지상에서 발사된 탄도미사일 탐지에 성공했었다.
미국은 하늘에 오래 머물수 있는 무인기로 북 미사일 발사를 탐지한 뒤 곧바로 미사일이나 레이저를 발사, 상승 단계에서 북 미사일을 요격하는 체계를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앞서 보잉 747(일명 점보기)에서 강력한 레이저 광선을 발사, 수백㎞ 밖에서 상승단계의 북 미사일을 요격하는 ABL(공중발사 레이저)를 개발하다 2011년 중단했다.
요격수단인 화학레이저(COIL)의 안전성과 성능 등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상승 단계 요격이 가장 이상적임에도 개발이 늦어진 것은 미사일의 상승 단계 비행시간이 1~5분에 불과, 탐지부터 요격까지 하기엔 시간이 너무 짧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간 및 종말 단계 요격무기들이 집중적으로 개발, 배치됐다. 미국이 알래스카 및 캘리포니아에 배치중인 GMD와 이지스함에 배치된 SM-3 미사일이 대표적인 중간단계 요격무기다.
하지만 중간 단계 요격은 진짜 탄두와 가짜 탄두를 구분하기 어렵고 거리도 멀어 효과가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
종말 단계 요격무기는 주한미군에도 배치된 사드(THAAD)와 패트리엇 PAC-3 등이 대표적인데 요격에 성공하더라도 파편이 아군 지역에 떨어질 수 있고 요격시간이 너무 짧아 실패 위험성이 있다는 게 한계다.
현재 종말단계 요격무기로 한·미 양국군은 패트리엇 PAC-3 CRI(최대 요격고도 15~20㎞)를, 주한미군은 패트리엇 최신형인 PAC-3 MSE(최대 요격고도 40㎞)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한국군은 올해 말부터 패트리엇 PAC-3와 비슷한 국산 요격미사일 천궁2(요격고도 15~20㎞) 수개 포대를 2022년까지 도입할 예정이다. 주한미군은 최대 요격고도가 150㎞인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1개 포대도 경북 성주에 배치했다.
북한의 신형 북한판 이스칸데르 및 에이태킴스(전술지대지미사일) 미사일, 초대형 방사포 등은 최대 비행고도가 30~50㎞에 불과해 주한미군 사드 체계(요격고도 40~150㎞)로는 사실상 요격이 불가능하고, 기존 패트리엇 PAC-3 CRI나 천궁2 미사일로도 요격이 쉽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미사일 상승단계 요격에 성공하면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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