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표 입력 2020.08.22. 00:03 수정 2020.08.22. 01:13
세계 최초의 항공모함 보유국은 어디일까. 미국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일본이다. 일본은 1922년 호쇼(鳳翔)라는 항공모함을 배치했다.
전장은 168.25m, 전폭은 17.98m고 흘수가 6.17m에 불과했다.
만재 배수량도 9494t에 불과해 현대의 항공모함은커녕 순양함 크기보다도 작은 규모였다. 하지만 설계 당시부터 전투기(복엽기) 이착륙을 고려해 설계·건조한 엄연한 항모였다.
항공모함이 등장한 지 100년이 지난 현재 한국에서도 마침내 항모 도입이 구체화 됐다.
미·중이 운용하는 중대형급 항모는 아니지만, 헬기 외에도 최신 함재기를 탑재한 경항공모함 도입 계획이 발표됐다.
경항모는 만재배수량 3~4만t급 규모의 항모다. 경항모 도입은 지난 8월 10일 국방부가 발표한 ‘2021~2025년 국방중기계획’에서 공식화됐다.
국방부는 “경항모 확보사업을 2021년부터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은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경항모급 상륙함 도입을 언급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중기국방계획은 문 대통령의 의지가 적극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형 경항모 2033년쯤 전력화할 듯
국방부가 발표한 경항모는 대략 3만t급 규모다. 여기에 수직이착륙 전투기를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해군 전력에 항공모함의 필요성이 제기되자 군 안팎에서는 그 규모를 놓고 3만t급 경항모설과 7만t급 중형 항모설이 엇갈렸다.
최근까지도 항모 도입 찬성론자를 중심으로 이왕 항모를 운용하려면 중형급이 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지만 국방 예산, 도입 후 운용비 등을 고려해 3만t급의 경항모가 적절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형 경항모는 현재 개념설계와 선행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2033년쯤 전력화할 예정이다.
항모 도입이 처음 제기된 것은 30여년 전인 1992년이다.
당시 강영오 전 해군교육사령관은 ‘제1회 함상토론회’에서 “북한의 지상위협 때문에 불가피하게 연안방위에 중점을 뒀던 전략에서 탈피해야 한다”며 “중국과 일본의 해군력 증강에 대처하고 통일 이후 태평양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항모기동함대’ 체제를 갖추는 게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별다른 반향을 얻지 못했다. 김영삼 정부 들어 분위기가 반전됐다.
1996년 4월 당시 안병태 해군참모총장은 김영삼 대통령으로부터 수직이착륙기 20기를 운용할 수 있는 경항모 도입계획을 재가받았다.
그 배경엔 이케다 유키히코 일본 외무상의 ‘독도는 일본 영토의 일부’라는 망언이 있었다. 당시 국방부는 2만t급 항모 건조 계획을 마련했다.
그리고 그해 서울에어쇼에는 현대중공업이 제작한 국산 경항모 모형이 등장하기도 했다. 의욕적으로 추진되던 당시 계획은 하지만 육군 측 의견을 주로 반영한 국방부와 합참의 반대로 관련 연구개발비가 전액 삭감되면서 유야무야 됐다.
표면적인 이유는 “중국, 일본 등 주변국과의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였다. 또 “한반도 자체가 불침항모(不沈航母, 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인데 “항공모함이 왜 필요하냐”는 반대 논리도 강했다.
박근혜 정부 때도 항모 도입 검토는 있었다. 2013년 10월 최윤희 합참의장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국형 항공모함 필요성에 대한 검토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무선에서 검토에만 그쳤을 뿐 추진하지는 못했다.
항모 도입 반대의 목소리가 더 높았지만 최근 들어 도입 찬성 주장이 조금씩 힘을 얻고 있다. 우선 주변국 해군력의 급속한 강화 움직임 때문이다.
일본은 2015년과 2017년 취역한 이즈모급 헬기 탑재 호위함 2척을 F-35B 스텔스 전투기를 운용할 수 있게 항모로 개조하고 있다.
개조 완료 시점은 2023년이다. 중국은 우크라이나에서 들여온 항공모함을 개조해 2012년 랴오닝함을 마련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첫 국산 항공모함인 산둥함도 만들었다. 중국은 2030년까지 항공모함 4척을 확보할 계획이다.
정한범 국방대 교수는 “미군에 항상 기댈 수는 없고, 중국에 이어 일본도 항모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동북아 군비경쟁이 극심해 한국도 자체 보유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박창권 한국국방연구원 국방전문연구위원도 ‘2020-2024 국방중기계획과 해군력 발전’이란 글에서 “해군은 수상·수중·공중 작전을 통합적으로 수행하는 입체 작전과 연근해뿐만 아니라 향후 원해에서 임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경항모 도입 필요성을 언급했다.
한국의 선진적 조선 기술로 볼 때 항모 건조 능력은 충분하다는 데 이견은 없다.
다만 건조 비용과 향후 운영비를 놓고 봤을 때 한반도 근해에서 경항모의 가성비는 논란거리다. 경항모 자체 건조비만 2조원에 가까운 돈이 들어간다.
함정 운영비용은 연간 1000억~2000억원 정도가 들 것으로 추정된다. 또 여기에 탑재할 F-35B 도입을 놓고도 이견이 많다. 비용에 비해 무장탑재 능력 등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공군 측은 내심 F-35A 추가 도입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하는 눈치다. 게다가 항모를 보호하기 위한 호위 함대를 충분히 확보해 운용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더 들어간다.
항모 도입 논란은 정치권에서도 계속됐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방위 소속 김중로 의원(당시 바른미래당)은 국감에서 “(현재 전력으로도) 한반도 전체를 방어하기 충분한데 항모가 왜 필요한가. 타당성을 검증해야 한다”고 반대했다.
반면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항모가 아닌 중형항모급 능력을 갖추도록 계획을 변경해야 한다”고 오히려 규모가 더 큰 항모 도입을 주장했다.
“경항모는 단거리 또는 수직이착륙기 외에 기동이 불가능해 미군이 운용하는 함재기인 F35-C 등을 운용할 수 있도록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논리였다.
이런 논란에 대해 국방부 측은 “그동안 제기된 논란과 찬반 목소리를 충분히 알고 있다”면서 “다양한 여론과 급속히 변화하는 동북아 해상 정세 등을 충분히 감안해 신중하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 지난 6월 미국은 제7함대에 항공모함 2대를 추가 배치해 아시아에서 급성장하는 중국 해군력을 견제하고 있다.
일본 요코스카 해군기지가 모항인 로널드 레이건호(CVN-76)와 최근 추가 배치된 시어도어 루스벨트호(CVN-71), 니미츠호(CVN-68)까지 모두 3대의 항공모함이 한반도에서 멀지 않은 바다에 배치된 셈이다.
세 척의 항모에는 F/A-18 슈퍼호넷 전투기, E-2C 호크아이 조기경보기, 해상작전 헬기 등 각각 70여대의 항공기가 탑재되어 있다. 미국의 3개 항모전단의 전력가치는 45조원에 이른다고 알려졌다.
항공모함 1대의 전투력은 과연 얼마나 될까. 러시아 군사 전문지는 제럴드 R. 포드급 항공모함 1대를 격침하기 위해서는 중국 해군력의 40%를 희생시켜야 한다는 평가를 한 바 있다.
2016년에 실전 배치된 이 항공모함은 현재 미국에서 가장 크고 비싼 항공모함이다.
건조 비용만 29억 9800만 달러(14조 5770여 억원)가 들었다. 제럴드 R. 포드는 길이 320m, 높이 30m, 넓이 76m에 배수량 11만 2천t의 초대형 항모로 2기의 원자력 발전기에서 동력을 얻고 있다.
여기에는 최신형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F-35 전투기를 포함해 90여대의 항공기가 탑재돼 있다. 하루 220회 작전을 소화할 수 있고 무인전투기 이착륙까지 가능한 항공모함이라고 한다.
항공모함 자체가 보유하고 있는 수 십여대의 함재기 외에도 항모 전단에는 막강한 화력을 갖춘 각종 전투함이 포진해 있다.
미 7함대의 경우 항모 1척에는 구축함 4척, 이지스 순양함 2척, 유도미사일 장착 구축함 2척, 공격용 잠수함 4척, 탄도미사일 탑재 잠수함 2척, 대잠함 정찰기 편대, 보급선 2척, 기함 1척, 병원선 1척이 함께 배치된다.
여기에 해병 1개 연대급 전투병력도 운용한다. 미국은 핵 추진 항공모함 등 모두 12척의 항모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들어 항모 공격용 무기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중국은 최근 ‘항공모함 킬러’로 불리는 둥펑(東風·DF)-26 중거리 대함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나섰다. 국방과학연구소 관계자는 “북한도 대함탄도미사일 개발에 나선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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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표 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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