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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날씨 닮아가는 한국..."벼농사 사라진다"

식량과농업

by 석천선생 2020. 8. 1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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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날씨 닮아가는 한국.."벼농사 사라진다"

강주헌 기자 입력 2020.08.16. 09:30

 

[MT리포트] 더 세진 기후변화, 이제부터가 시작 (下)

 

 

[편집자주] 올 여름 기상이변에 따른 최장 장마가 대한민국을 물 바다로 만들면서, 그동안 기후변화를 먼 나라 얘기로만 알던 국민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전 세계가 '온실가스' 배출을 넷제로(Net Zero·이산화탄소 배출량 제로) 수준으로 줄이지 않을 경우 더 큰 기후변화 피해가 야기될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 이젠 기후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비상 대책이 마련돼야 할 때다.

대홍수·폭염·슈퍼태풍…지구의 복수가 시작됐다

극단적인 이상 기후가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뜨거워지는 지구로 인해 전 세계 곳곳에서 폭염, 폭우, 가뭄, 이상 고온 등 혹독한 기상 이변이 발생하면서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로 지구의 온도가 뜨거워지면서 발생한 일 들이다.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이러한 기상 이변은 더욱 심해지는 추세다. 앞으로 기상 이변은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인간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다. 사실상 기후 변화가 인류의 생존 마저 위협하고 있다.

 

◇'지구 최북단' 시베리아 고온현상…6월 38도 기록

 

북극과 시베리아에선 고온 현상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올해 1∼6월의 시베리아의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5도 이상, 6월은 10도 이상 높아 월 평균 기온이 30도를 넘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역대 북극 얼음이 가장 많이 녹았던 2012년 7월보다 올 여름 유난히 더 많이 녹고 있다.

 

북극 해빙의 면적은 겨울에는 늘고 여름에는 줄어드는 현상을 반복하지만 올해 7월의 감소 폭은 유난히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20일에는 시베리아에서도 가장 북쪽에 위치해 '지구에서 가장 추운 마을'로 불리는 러시아 베르호얀스크의 최고 기온이 38도에 달했다.

 

7월 기준 시베리아에서 발생한 산불은 300여 곳으로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기상이변에 직면한 지구/사진=이미지투데이


◇아시아를 덮친 대홍수…中 이재민만 5000만명

 

아시아 지역은 폭우로 인한 물난리로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를 봤다. 북극과 시베리아의 이상고온현상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기온 상승으로 극지방의 찬 공기를 막는 제트기류 약해져 대륙 고기압을 강하게 형성하면서다.

 

중국에서는 6월부터 두달 넘게 폭우가 지속되면서 엄청난 피해를 봤다. 경제적 손실은 현재 기준으로 24조6700억원(1444억 3000만 위안)으로 추산되고 사망·실종자는 158명이다.

 

특히 장시(江西) 등 중남부 지역에 집중적으로 발생한 홍수와 산사태가 마을을 덮치는 피해로 5000만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중국 남부 지역 홍수를 일으킨 비구름이 7월 초 일본 서남부 규슈로 이동하면서 폭우·산사태로 피해가 속출했다. 7월 13일 규슈 지역에 100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로 현재까지 사망 82명, 실종 4명으로 집계됐다.

 

21개 현에서 총 1만3957채의 주택이 물에 잠겼다.

 

인도 뭄바이에서는 지난 5일 12시간 동안 294㎜에 달하는 폭우가 내려 1974년 8월 이후 47년 만에 최대 일일 강우량이 집계됐다. 폭우와 홍수가 4개월 넘게 이어지면서 수천개 마을이 물에 잠겼고 이재민만 800만명, 사망자는 100명을 넘어섰다. 방글라데시는 국토의 3분의 1 정도가 침수됐다.

◇유럽 폭염, 비상사태…알프스 빙하마저 녹였다

 

유럽에서는 폭염과 가뭄으로 곳곳에서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스페인 북부 지역의 산세바스티안은 7월 30일 기상 관측 이래 최고치인 42도까지 올라갔다.

 

영국 런던 서부에 있는 히스로 공항이 같은달 31일 37.8도를 찍어 올해 들어 가장 더운 날이자 역대 세 번째로 더운 날로 기록됐다.

 

이탈리아 14개 도시에는 폭염에 따른 비상 경계령이 내려졌고, 프랑스는 전체의 3분의 1에 달하는 101개 구역에 경보를 발령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에 걸쳐있는 알프스 산악지대의 대규모 빙하 붕괴 우려로 인근 주민과 관광객이 대피하기도 했다.

 

폭염에 몇 달째 가뭄까지 이어지면서 농작물 피해도 봤다. 유럽연합은 올해 농작물 수확량이 평소의 절반밖에 되지 않을 것으로 추산했다.

 

비교적 기온이 높은 중동 지역 또한 폭염 최고치를 찍었다.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51.8도를 기록하여 관측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원인은 홍해에서부터 중동 일대에 정체된 고기압의 영향으로 인한 열돔 현상으로 추정된다.

 

◇폭염·산불 복구 중에…폭우 만난 호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 남동부를 중심으로 폭우가 쏟아지면서 홍수가 지난 8일 발생했다.

 

이들 지역은 지난 여름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지역이다. 일부 시민들은 전소된 주택을 아직 복구하지 못하고 텐트에서 생활하고 있다. 산불 피해를 복구하기도 전에 폭우 피해를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산불로 호주 전역에서 총 3094채의 주택, 총 1700만 헥타르가 넘는 토지가 화재피해를 입었고, 열대우림이 훼손됐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이번 산불의 직간접 피해로 12억5000만 마리의 야생동물이 목숨을 잃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호주에 산불이 크게 번진 데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역대급 폭염이 있었다.

 

시드니 서부 팬리스 지역은 1월 4일 48.9도의 폭염을 보이면서 시드니에서 기온을 측정하기 시작한 1939년 이래 가장 높았다.

 

미국에선 동부지역에 지난 3일 허리케인 '이사이아스'가 상륙, 강풍과 침수피해로 최소 9명이 숨지고 200만 가구가 72시간이나 정전됐다.

 

7월 25일 텍사스주에 1등급 허리케인 '해나'가 상륙해 남부 지역에서 4만 3700가구 이상의 정전 사태와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바다가 따듯해지면서 더욱 많은 태풍이 만들어지고 있다. 유례 없는 강도의 허리케인이 만들어지는 것도 같은 이유다.

 

 

문제는 이러한 전 세계적 기상 이변이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데 있다. 수년 내 지구 온도 상승을 막지 못한다면 인류는 결국 생존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세계은행(WB)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이 되면 기후문제로 인한 난민이 1억4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물 부족, 흉작, 해수면 상승, 해일 등 자연재해로 살던 곳을 떠나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분석이다.

 

 

강주헌 기자

 

사라지는 4계절…사과 사라지고 뎅기열 유행한다

(서울=뉴스1) = 장맛비 비가 그친 6일 오후 경남 함양군 함양읍 한들 들녘에서 벼 이삭을 쪼아 먹던 참새들이 인기척에 놀라 날아가고 있다. (함양군 김용만 제공) 2020.8.6/뉴스1


지구 온난화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못한다면 인류도 큰 변화를 겪을 수 밖에 없다.

 

당장 식탁에 오르는 음식부터 달라진다. 농작물 재배지 북상으로 21세기 말엔 한반도에서 벼 생산량은 25% 준다.

 

사과밭은 토양 조건이 맞지 않아 모두 갈아엎어야 한다. 동남아시아 풍토병인 뎅기열 등 새로운 감염병이 도래할 가능성도 있다.

 

14일 환경부, 기상청이 공동 작성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이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지구 평균 지표온도는 1880~2012년 동안 0.85도 올랐다.

 

반면 한국은 비슷한 기간인 1912~2017년에 1.8도 상승했다. 지난 100년 간 온도가 2도 가까이 오르면서 5월 폭염은 흔한 일상이 됐다.

 

겨울은 따듯해지고 백두대간의 가문비나무 등 침엽수림은 이미 사라지기 시작했다. 아열대 기후에서만 자라는 올리브나무 등도 전라남도 등 남부 해안가에서 노지 재배가 가능해졌다.

 

앞으로 전망은 더 비관적이다. 보고서는 온실가스 배출이 현재 추세를 이어갈 경우(RCP 8.5) 2071~2100년 한반도 기온은 4.7도 오른다고 예측했다.

 

기상 이변으로 대한민국이 사실상 아열대 기후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가 싱가포르나 홍콩과 같은 기후가 된다면 우리의 삶이 어떻게 바뀌겠는가. 올해와 비슷한 긴 장마가 매년 되풀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청송=뉴스1) 공정식 기자 = 31일 오후 경북 청송군 청송읍 용전천변 일원에서 열린 '제15회 청송사과축제'에서 고목을 장식한 사과나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산소카페 청송군! 황금사과의 유혹'을 주제로 지난 30일부터 11월 3일까지 열리는 이번 축제는 국내 대표브랜드 청송사과의 향연과 사과생산 농가의 소득향상,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나누는 축제로 열린다. 2019.10.31/뉴스1

 


뜨거워진 한반도는 먹거리 생산 환경을 뒤바꾼다. RCP 8.5를 적용하면 2090년 한국인 주식인 벼 생산은 25% 줄어든다.

 

벼가 고온에 노출돼 생육 기간이 짧아지고 품질도 떨어져서다. 옥수수, 감자도 비슷한 이유로 생산이 감소한다. 고온에서 잘 자라는 양파 생산은 두 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사과는 재배하기 적당한 밭이 아예 사라진다. 1981~2010년 사과를 키울 수 있는 적지, 가능지는 각각 전체 농경지의 23.2%, 34.4%였다.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을 멈추지 못한다면 2100년 사과 재배 적지, 가능지는 각각 0%, 0.2%로 예측됐다.

 

감귤 중 제주 지역 특산물인 온주밀감은 2090년 강원도에서도 재배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정작 제주도에선 키우기 어려워진다. 복숭아, 포도, 단감도 주산지가 북상한다.

 

보고서는 새로운 감염병이 한반도에서 창궐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대부분 지카, 뎅기열, 활영, 웨스트나일열, 치쿤구니야열, 열대열 말라리아 등 동남아시아 감염병이다.

 

당장 한국이 동남아시아 감염병 사정권은 아니다. 하지만 기후변화 심화에 따라 아열대 기후로 바뀌고 겨울이 사라진다면 토착화 가능성도 있다.

 

세종=박경담 기자

 

 

강주헌 기자 zoo@mt.co.kr, 세종=박경담 기자 damda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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