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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70년, 北 '냉전 유물' 삐라. 확성기 꺼냈다 넣은 이유

비핵화後 南과北 화해 협력

by 석천선생 2020. 6. 25.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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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70년, 北 '냉전 유물' 삐라·확성기 꺼냈다 넣은 이유

권다희 기자 입력 2020.06.25. 05:26

 

[the300][런치리포트]6·25전쟁 70년① 아물지않은 역사

(강화=뉴스1) 박지혜 기자 = 23일 오전 인천광역시 강화군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도 봉화산에서 북한 군인들이 대남 확성기를 방수포로 보이는 덮개로 가린 뒤 하산하고 있다.

 

 

통일부는 이날 북한의 대남삐라 살포와 대남확성기 방송 재개 움직임을 '비생산적인 적대행위'로 규정하며 속히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2020.6.23/뉴스1


북한이 예고했던 대남 군사행동을 24일 전격 '보류'했다.

 

대남 전단(삐라) 살포를 예고하고 대남 확성기를 다시 꺼내며 남북관계를 냉전시기로 되돌리려는 듯한 행동들을 시사했지만 이행은 미뤘다. 전면적인 남측과의 충돌은 감당하기 어려운 북측의 상황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북 군사력 비대칭…北 우리 軍 대응 불러올 무력 도발 어려워

북한이 이날(보도일 기준, 회의는 2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주재 회의(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예비회의)에서 계획한 군사계획을 보류한 건 예고한 행동을 실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남북간 군사력이 비대칭한 상황에서 북한이 남측의 군사적 행동을 불러올 수 있는 ‘명백한 도발’은 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얘기다.

 

북한은 지난 17일 인민군 총참모부 발표로 △금강산관광지구·개성공업지구에 연대급 부대·화력구분대 배치 △9.19 군사합의로 철수한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GP) 재진출 △전방지역 근무체계 격상 및 접경지역 부근 군사훈련 재개△북한 주민들의 대남삐라살포 시 군사적 보장을 예고했다.

 

이후 북한은 대남삐라 살포 준비 과정을 매일 구체적으로 공개하며 삐라를 ‘남조선의 깊은 종심’까지 보내겠다고 했다.

 

서울까지 살포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나 서울에 삐라를 살포하려면 드론 등이 필요한데 드론을 띄울 경우 우리 군의 사격이 불가피하다.

 

군사행동을 이행하는데 물자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북측의 보류 이유로 추정할 수 있다. 예컨대 폭파한 GP를 다시 만들거나 개성·금강산에 군부대를 주둔시킬 경우 비용이 소요된다.

 

대북제재 속에서 자원을 최대한 끌어 모아 농업 부문과 평양종합병원건설 등에 투입하고 있는 북한이다. 한정된 자원을 남측과의 군사적 대치에 더 쓰는 건 북한으로서도 원치 않는 상황일 수 있다.

 

북한은 대내적으로 오는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성대히 치르는데 방점을 찍고 있다.

 

또 당 창건 75주년 및 11월 미국 대선 까지 대외적으로 긴장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쓸 수 있는 실질적인 카드가 제한적이란 점도 속도조절의 이유로 꼽힌다.

 

북한이 상황을 격화시킨 뒤 김 위원장의 ‘보류’로 속도조절에 나서는 일련의 시나리오를 애초부터 계획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뉴시스】북한 로동신문은 3일자 지면에 어제 오전 "동해 원산만 수역에서 새형의 잠수함탄도탄(SLBM) '북극성-3'형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2019.10.03. (사진=노동신문 켑쳐) photo@newsis.com

핵 억제력 높이지만 쓰긴 어려운 북한의 근본적 딜레마

북한이 중단 대신 '보류'를 썼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상황에 따라 대외적으로 긴장을 다시 끌어 올릴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보여서다.

 

특히 북한이 지난해 말 '새 전략무기 공개'를 예고했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이를 이행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 전략무기가 SLBM(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날 보도된 군사위 예비회의에서 "총참모부가 제기한 대남 군사행동 계획들은 보류됐지만 나머지 안건들은 통과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거기에는 SLBM 발사나 새로운 전략무기 공개, 군사력 현대화를 위한 신형무기 개발 등의 안건이 있었을 것"이라 했다.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에 비해 탐지가 어려운 SLBM을 잠수함에서 쏠 수준의 군사력을 갖춘다면 북한의 핵 억제력이 이전과 다른 차원으로 확대됐다고 볼 수 있다.

 

SLBM 개발은 지상 사출시험, 수중 사출시험, 잠수함 사출시험 순으로 이뤄지는데,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한 함경남도 신포조선소에서 고래급 잠수함과 수중 사출 장비가 지속 식별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북한이 SLBM 고도화에 힘을 쏟고 있다는 정황이다.

 

다만 북한이 SLBM를 어느 수준에서 실제 대미 협상용 카드로 꺼낼 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전보다 고도화된 SLBM을 잠수함에서 시험발사할 경우, 미국에 명백한 위협 수단이 있다는 건 보여줄 수 있지만 동시에 미국 정부가 용인할 수 있는 여지도 줄어든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지금까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 위반으로 규정한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용인해 왔다.

 

가뜩이나 촘촘해진 대북 제재가 더 강화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실제 잠수함에서의 시험발사 대신 SLBM 탑재가 가능한 신형 잠수함을 공개하는 등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지 않는 수준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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