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석우 기자 입력 2020.06.10. 19:08
간첩조작사건 피해자 유우성씨(전 서울시 공무원, 왼쪽)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수사기관의 사건조작 견제방안 토론회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2020.6.10/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 검찰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을 담당했던 수사 검사들에 대해 불기소처분을 내린 것과 관련해 "전형적인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라는 전문가들의 비판이 제기됐다.
김용민·박주민·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수사기관의 사건조작 견제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은 유우성 전 서울시 공무원의 수사를 담당했던 수사 검사들의 불기소 처분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에 활동하며 해당 사건을 직접 들여다봤던 조영관 변호사는 "가장 큰 쟁점이었던 부분은 유씨의 항소심에서 조작된 출입경 기록이 제출된 부분이었다"며 "증거가 조작되고 담당 검사에게 제출되는 과정에서 너무나 쉽게 인식할 수 있는 공백이 존재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진상조사단원은 대부분의 쟁점에서 의견이 일치되지 않았다"면서도 "출입경 기록 정도의 증거가 조작되었다
는 것을 담당 검사가 전혀 몰랐다는 부분에 있어서는 조사단원 전원 이해하기 어렵다고 의견이 일치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진웅)는 지난 4월 국가보안법상 무고·날조 혐의로 유씨로부터 고발당한 이 검사와 이 전 검사 사건을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불기소이유에 대해 "수사 결과 국가정보원 직원 2명을 국정원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며 "나머지 국정원 직원들과 검사들은 형사처벌에 이를 만한 증거 내지 고의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어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유씨의 담당 변호사였던 김진형 변호사도 "담당 검사들이 유씨의 출입경 기록이 위조된 것을 명백히 알면서도 허위 주장을 했다는 점은 충분히 인정된다"며 "어떤 객관적인 증거나 자료 없이 피의자들의 주장만 이용해 내린 처분이다.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유씨의 재판과정에서 출입경 기록과 관련해 제출된 검찰 의견서를 제시하며 "국정원 수사관을 통해 돈을 주고 입수한 위조기록임에도 의견서에는 공식적인 외교 경로를 통해 입수했다고 되어 있다"며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유씨의 출입경 기록을 제시하기 전인 1심에서도 의도적으로 증거를 은닉하고 왜곡했다고도 주장했다.
당시 검찰 측에서는 유씨가 북한에 밀입국해 찍은 사진이라며 증거를 제출했는데, 실제로는 중국에서 촬영한 사진인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이 의도적으로 위치정보를 지우고 제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변호사는 "디지털 정보를 통해 위치정보를 확인하는 것은 수사의 기본"이라며 "심지어 검찰에는 위치정보가 확인되는 고가의 프로그램이 있는데도, 인터넷에 무료로 유포되는 프로그램을 통해 분석해 증거로 제출한 것은 의도적으로 위치정보를 숨기기 위함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현행 형법 상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미비하다는 현실적인 한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김필성 변호사는 "수사기관의 사건조작과 관련해 별도의 처별규정이 없다는 것도 문제"라며 "처벌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있어야 수사도 가능한데, (수사를 한다고 해도) 지금은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당장 검찰의 수사기록 목록조차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나중에 사건을 들여다보려고 해도 한계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모든 문서를 하나도 버리지 않고 보존해야 한다"며 "책임자도 누군지 남겨서 (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나중에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씨는 "지금까지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는 이유는 처벌이 안 되었기 때문"이라며 "강력한 처벌이 한 번이라도 있었으면 수사기관에서 이렇게 쉽게 (증거조작 등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사건은 검찰이 탈북 뒤 서울시 공무원으로 일하던 유우성씨를 2013년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 했지만 재판 과정에서 제출된 출입경기록이 위조서류임이 밝혀진 사건이다.
유씨의 간첩 혐의는 2015년 10월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간첩 혐의의 핵심 증거인 유가려씨(유씨의 동생) 진술이 위법하게 수집돼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국정원이 가려씨로부터 '자신과 유우성이 북한 보위부에 포섭된 간첩'이라는 자백을 받는 과정에서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또 사실상 피의자 신분이던 가려씨에 대한 변호인의 접견신청을 국정원이 위법하게 불허하고, 검사는 이를 용인하거나 적극 협력했다고 결론 내렸다.
과거사위는 또 검사가 영사확인서, 출입경기록 등 국정원이 제출한 조작증거의 출처, 확보 경위, 신빙성에 대한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뿐만 아니라 검사가 국정원이 제시한 증거가 허위임을 알면서 묵인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sewry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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