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위 저지르고 변호사 개업.. '올드보이' 영구퇴출 길 열리나안병수 입력 2020.06.03. 17:35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전직 부장검사 등 비위공무원이 개업 변호사로 법조계에 복귀하는 일을 막는 입법이 추진된다.
비위 행위로 징계를 받고도 변호사로 돌아온 소위 ‘올드보이’들은 그간 법조계의 뜨거운 논란거리였다.
현행법의 한계로 이들을 서초동에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며 법조 윤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법조계에선 입법이 완료될 경우 변호사업계의 이미지 쇄신과 아울러 고위 공무원들의 각성을 유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이다.
3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달 초 제21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출범하는 대로 관련 변호사법 개정 작업에 착수할 방침이다.
변협 측은 지난해 11월 고(故) 김홍영 전 검사를 자살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김대현(52) 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를 폭행 등 혐의로 고발하면서 여권과 입법 작업을 추진했었다.
당시 관계자 등에 따르면 개정안은 관련 조문 검토와 개정 조문 작성을 마쳤고, 국회법에서 요구하는 발의정족수(의원 10인 이상)도 채웠다.
이처럼 개정안 발의가 ‘초읽기’에 들어갔으나 당시 제20대 국회 임기 끝 무렵인 상황 등을 고려해 공을 다음 국회에 넘겼다. 한 관계자는 “이때의 개정안 내용을 그대로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본지가 입수한 변호사법 개정안은 비위공무원을 법조계에서 사실상 ‘영구 퇴출’하는 것이 골자다. 현행 변호사법 제5조(변호사의 결격사유)는 공무원 재직 중 받은 징계처분의 수위에 따라 최소 2년에서 최대 5년까지 변호사 자격을 얻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제8조(등록거부)는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에게 최소 1년에서 최대 2년까지 변협이 변호사 등록 신청을 거부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해당 기간이 지나면 변호사 복귀를 막을 방법이 없다.
일례로 김 전 부장검사는 법무부로부터 해임 처분을 받은 지 3년이 흐른 지난해 변호사 개업 자격을 얻고 서울 서초동에 사무실을 차렸다.
‘그랜저 검사 사건’의 당사자로 징역 2년6개월의 형기를 채운 정인균(61) 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역시 최근 개업했다.
이에 개정안은 제8조의 변호사 등록 거부 조항과 관련, ‘공무원 재직 중의 위법행위로 퇴직해 변호사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자’라고 밝힌 7호를 신설했다.
이 경우 징계처분 및 형사처벌 수위에 따른 변호사 등록 유예 기간과 무관하게 변협에서 자체 등록심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등록 거부를 할 수 있게 된다.
개정안에서는 입법 취지로 “김대현 전 부장검사의 변호사 등록신청에 대해 거부할 근거 조항이 부재하는 문제 등이 발생해왔다”고 짚었다.
현재 폭행죄로 수사 중인 김 전 부장검사는 금고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게 되면 현행법에 따라 변호사 등록이 취소된다. 이후 법이 개정되면 향후 재등록을 거부당할 수 있어 그의 복귀를 막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변호사법 개정은 공직에서 불명예로 쫓겨난 이들이 변호사로 버젓이 활동하는 행태를 원천 차단할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일례로 ‘돈봉투 만찬’ 사건에 연루된 안태근(54) 전 법무부 검찰국장은 지난달 의원면직 처분됐으나, 관련법에 따라 2년만 지나면 변호사 개업이 가능해 논란이 일었다.
다만, 안 전 국장의 변호사 등록 신청 이전에 법이 신속히 개정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는 안 전 국장과 함께 법무부 징계를 받은 이들에게도 적용된다.
여성 수사관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해 해임된 인천지검 부천지청 마모 검사, 성매매를 하다 적발된 광주지검 순천지청 조모 검사 등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국민 눈높이에서 용납이 안 되는 사람들이 국민을 변론하는 자리에 서 왔던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며 법 개정을 촉구했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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