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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의원직 안 잃는다" 예언..검찰의 '무딘 칼날' 때문일까

판사,검사, 사법개혁절실하다

by 석천선생 2020. 1. 5.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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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설 기자 입력 2020.01.04. 13:10 수정 2020.01.05. 05:28

[경향신문]

지난달 6일 자유한국당 나경원 당시 원내대표가 마지막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검찰의 ‘패스트트랙 사건’ 수사 결과를 두고 “의원직을 잃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아직 검찰의 공소장이 공개되지도 않았는데 형량부터 예측하는 것이다. 의원들을 다독이는 정치적 측면도 있지만, 일각에선 검찰이 기소하며 적용한 법조항이 무디기 때문이라고 보기도 한다.


‘형량 예언’은 주로 법조인 출신 의원들에게서 나오고 있다.


 나경원 의원은 지난 3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사법적으로 판단해도 의원직이 상실될 정도의 판결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여상규 의원도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의원직을 상실하는 정도의 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했다.


이들이 처벌 수위를 낮춰 잡는 배경엔 일단 정치적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나 의원은 지난해 4월 25~26일 한국당이 선거제 개편안·검찰개혁안의 패스트트랙 상정을 막기 위해 국회 곳곳을 점거했을 당시 총지휘를 맡은 원내대표였다.


 나 의원은 의원 60여명이 대거 검찰에 고발돼 수사 압박을 받는 동안 줄곧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고 했다. 이제는 재판을 기다리게 된 의원들을 달래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이 더불어민주당·정의당이 추진한 패스트트랙을 ‘좌파독재’라고 규정한 만큼, 자신들의 당위성을 일관되게 주장하기 위해서라도 짐짓 결연해 보이는 태세가 필요한 상황이다. 기소 명단에 든 한 의원은 “‘국회선진화법(국회법)’이 위에 있느냐, 헌법 가치가 위에 있느냐”며 “우리는 헌법 가치를 사수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운 만큼 두려울 게 없다”고 말했다.


2018년 4월25일 자유한국당 나경원 당시 원내대표가 국회 본관 7층 의안과 사무실 앞을 점거한 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검찰의 수사 결과 역시 이들이 자신 있게 낮은 형량을 예측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검찰이 적용한 법조항에 의거해 처벌을 받더라도 의원직 상실까지 이르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법 위반시 벌금 500만원 이상만 받아도 피선거권이 5년간 박탈된다. 한국당이 당시 국회법을 철저히 분석해 대응했고,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 대응 논리가 상당히 수용된 측면이 있다.


일단 당시 이틀에 걸쳐 가장 극심한 충돌을 빚은 곳은 국회 본관 7층 의안과 사무실 안팎인데 검찰은 이 사건에 국회법 위반을 적용하지 않았다.


 한국당 의원들이 보좌진·당직자를 동원해 사무실 안팎을 점거한 채 법안을 접수하려는 민주당 의원과, 팩스로 들어온 법안을 접수하려는 의안과 직원들을 가로막았던 곳이다.


 국회 직원들이 한국당이 폐쇄한 의안과 문을 열기 위해 ‘빠루’와 ‘해머’를 동원했던 바로 그 현장이다.


검찰은 대신 형법의 공무집행방해를 적용했다.


 국회법 166조(국회 회의 방해죄) 1항은 ‘국회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이나 그 부근에서 폭행·퇴거불응·재물손괴 등의 폭력행위를 하거나, 이러한 행위로 의원의 회의장 출입 또는 공무 집행을 방해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데, 7층 의안과는 ‘회의장이나 그 부근’이 아니란 게 검찰의 판단이다.


 나 의원은 인터뷰에서 “특히 양쪽이 충돌되었던 것이 의안과 부분인데, 저희는 이것이 회의 방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다”고 했다.


형법을 어길 경우엔 금고형 이상의 형을 받아야 피선거권을 잃는다. 국회법보다 상대적으로 ‘느슨한’ 셈이다.

2018년 4월26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국회 본관에서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가 예정된 회의실 앞을 점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당은 당시 명백하게 ‘회의장이나 그 부근’인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실 안팎을 점거할 때는 팔짱을 끼고 드러눕는 정도로만 대응했다.


 의안과 사무실 앞에서와는 달리 물리적 충돌 수위를 한껏 낮춘 것이다. 검찰은 여기엔 국회법 위반을 적용했다. 하지만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은 검찰이 국회법 166조 1항을 적용하고, 2항을 적용하지 않은 점에 의문을 제기한다.


검찰이 적용한 1항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있다. 2항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해 처벌이 더 무거운 편이다.


 물론 구성 요건은 다르다. 2항은 ‘국회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 또는 그 부근에서 사람을 폭행해 상해하거나,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사람을 폭행한 자’를 대상으로 한다.


검찰은 한국당 의원들이 국회 본관 7층 의안과 사무실 안팎에서 벌인 시위에 대해선 앞선 국회법 166조 2항처럼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규정한 형법 144조(특수공무방해)를 적용했다.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공무집행방해)한 행위가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이뤄졌을 경우 가중 처벌한다는 내용이다.


한국당의 시위는 장소가 어디든 모두 이틀에 걸쳐 국회 의사진행을 방해할 목적 아래 의원·보좌진·당직자가 집결해 연속적으로 일으킨 사건인데, 각각에 적용된 법조항 사이에 일관성이 다소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하나의 목적을 갖고 행한 일련의 사건을 세부적으로 나눠 다루는 건 상식적으로나 법적으로 비판받을 여지가 있다”며 “국회법 166조 2항 적용을 검토할 가능성이 충분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사실상 의원들이 총선을 치르는 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잠정 판단하면서도 “검찰의 무분별한 한국당 학살조치”라고 검찰을 비판했다.


한국당은 3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수적으로 열세인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헌법질서와 의회 민주주의 수호 차원에서 항거한 정치적 의사표현이었다”면서 “당대표·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 다수를 기소한 것은 집권여당에 굴종한 법치주의의 포기일 뿐 아니라 특히 현장의 표피적 상황에 집착해 죄질을 평가하고 처리수위를 달리해 선별적으로 기소한 것은 그야말로 형식논리적이고 자의적인 법집행”이라고 주장했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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